주의.
스크롤 압박.
앞뒤 대중 없음.
빨리 쓰다보니 존대도 없음.
1.
안철수가 나쁘다고 말한다.
화끈하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인상쓰며 단일화했기 때문이란다.
한창 자리 차지하고 세 끌어모으다가 막판에 흐지부지 했기 때문이란다.
어느정도 맞는말이고 어느정도 헛소리다.
안철수 없었음, 노란수건 만으로 판에 활기가 이 만큼 돌지도 않았다.
비난할 근거가 없진 않지만, 그 근거 때문에 이리 된건 아니다.
2.
문재인이 나쁘다고 말한다.
통큰척하면서 지지리궁상으로 자리만 지키려 했다고 한다.
중도보수는 안철수 표는 될 수 있어도 그걸 문재인은 못 받아낸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가 유리했는데 그거 무시했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 많지만, 틀린 말도 많다.
이정희 27억, 종북논란에 문재인 지지율이 깎이던 선거판이다.
어차피 안철수 단일화됐으면 안철수도 빨갱이 민주당 전라도 프레임으로 공격받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가설에 불과한 아쉬움이다.
3.
부산 40%, 울산 40% 나왔다.
문재인이 부산사람이라서 그런거란다.
웃긴다. 같은 부산사람 노무현 29% 받았다.
10% 이상 기류가 바뀌었는데 거기다가 '역시 경상도!'하면 안된다.
대구에서 80%라고..
대구, 구미 그 동네는 체육관 이름이 박정희고, 그 딸은 민주주의 핵심인 '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 안되면 우리 다 같이 할복하고 죽어버립시다 라고 대로변에서 말해도 되는 동네다.
거기서 왕께 반역하는 20%가까운 이들이 의사를 표시해줬다.
정동영 때 6% 줬던 동네다.
보수정당의 승리요인 중 하나인 경상도 인구수.
이번에도 유효했지만 전보다 파워는 줄어들었다.
아직 보수를 상징하는 지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전과 같다고 말할 수 없다.
변화=승리라고 말할 순 없지만, 변화는 변화다.
인정해야 한다.
4.
노인들.
6,70대 노인의 어줍잖은 감성을 탓하는 글들이 많다. 왜 공주로 살아온 그녀를 불쌍해하냐고.
하지만 이번 투표로 드러난 보수의 새 원동력은 50대 베이비부머 세대다.
쪽수 무지 많은..
97년 IMF 이후 우린 연봉제가 일반화된 사회에 살고있다.
40대 중후반 정도가 연봉이 피크다.
그때부터 보통은 내려갈 일만 있다.
하지만 자식대학에 장가가는 것 까지 돈은 쓸 일만 남아있지.
연봉도 체력도 안내려갔음 좋겠지만, 그리 안된다.
아파트값이라도 안내려가길 바랬는데 그 역시 내려가지.
진보의 포지션에 있는 자들은 외친다.
진정한 복지를 위해 임대주택 팍팍 늘리겠습니다.
그렇지. 없는 사람들 도와야지.
근데 내 집 앞에 임대주택 들어오면 집 값이 반까지 내려간다던데.
지금 내 집에 대출이 반인데, 집 값이 반 되면 내 집은 은행꺼인가?
보수는 말한다.
집 값 올려드리겠습니다.
건설경기 하향, 미국도 쓰러지는 이 상황에 말도 안되는 개소리인거 안다.
진보는 말한다.
집 값 떨어뜨려드리겠습니다.
그래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맞는 말인것도 알지.
그래서 결론은 뭐다?
5.
사실은 마지막 4번 단락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진보는 명분은 좋게 세우지만 복심을 읽지 않는다.
아니면 무시하던지.
샤넬백을 보며 강하건 약하건 동경의 눈길을 보내는 여자친구 얼굴에 대고
"난 네가 저런 명품백이나 선호하는 된장녀가 아니라서 좋다. 그렇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대한민국은 루이비똥 스피드백이 장보기 가방으로 쓰이는 나라다.
샤넬을 사다주는 것 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반드시 명품백을 사야만 저 여자분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 옆에 있다는 파트너는 명품선호사회에서 어떤 마음과 상황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고 인정해야 한다.
보수는 안다.
"25평 아파트 한 채 사면 그 때부터 한나라당 지지자예요"
참여정부시절 홍준표의 말이다.
그리고 지킬 것이 생기면 보수가 된다는 보수정당의 오랜 레토릭이기도 하다.
저게 돈 벌면 배 두드린다는 말로 들리면 정치적인 감각이 없는거다.
지금 사는 집 빚없이 앉아있는 사람 몇이나 되나?
자산을 가지면,
정확히는 안정적인 자산을 도모하는 '중' 이라면..
(아직 부채를 다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심이 아니라 쫒기는 '위기감'이 무조건 있다!!!
이걸 욕심이라고 보고
'우리 착한 국민들이 그럴 리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게 진보다.
부동층이라는 이들의 위기감을 알아야 한다.
복심을 읽어야 한다. 라고 하면
여기에 반대로
'집 값이 평생 먹여살려주기를 바라는 돼지들?'이라고 흑백론적인 비난을 보낸다.
미드 닥터하우스를 열심히 보길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항상 상대를 기만하기 위해 하는게 아니다.
거짓말은 생후 6개월 이내에 첫 시작을 한다.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아기가,
배고프지 않아도 영양분 비축을 위해 젖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배고프지 않아도 젖 달라고 울기 시작하는 것이 거짓말의 첫 시작이다.
임대주택 늘어나고 주거안정 오길 찬성하지만
이 글 쓰는 나도 그래서,
집 값 반토막 -> 대출금=집 값
하루 아침에 그리될리 없지만 만일 내일 당장 그리된다면..
그래도 이걸 마음 깊숙히 찬성할 수 있나?
라고 출근길마다 몇 주 고민해서야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갈등의 와중에도 나는 누가 물어보면 '그러하다'라고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6.
선거는 졌다.
보수 진보 총력전 붙으면 결국 보수가 이긴다는 가설도.
모든 선거 중 유일하게 진보 만의 후보들로(정확히 말하자면 비 여권)
단일화 한 이 판에 패배함으로써 증명했다.
하지만 패인은 전통적인 그런 것이 아니었다.
보수당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던 노원상계에서 반반이 나왔다. (치킨도 아니고..)
보수성향이 강한 강남서초에서도 몰림표가 나오지 않았다.
지역성 남아있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다.
이전 프레임을 지역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선거는 수도권의 패배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부동층을 장악하지 못해 진 게임이다.
일명 유신세대라는 50대의 사회적 불안감과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이해와 공략의 부족.
오랫 동안 갖혀있다가 빠져나온 여자친구는, 오빠보면 무조건 달려와서 안길꺼라는 환타지로 20대를 바라본 부적절한 감각.
(반대로 나 여기 5년 감금당할 동안 뭐했냐며 싸대기를 날리는 경우는 생각도 안해봤나부다.
높은 지지를 보여줄 줄 았았던 20대 세 명 중 하나는 민주당과 문재인의 싸대기를 날렸다.
스톡홀롬 증후군일지, 진보에 대한 실망일지는 모르지만,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듯 놀라는 민주당이 더욱 놀랍다.)
양극화니 부동산이니 비정규직이니 어떤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나아짐이 없었는데
이런 사회의 다양한 프레임과 문제점에서 생기는 유권자 개개인의 마음 속 갈등은 무시한 채
박정희 대 노무현 싸움으로 끌고간 언론과
거기에 같이 신나서 춤추던 민주당 바보들이 있기에 오늘의 결론이 있었다고 본다.
7.
누군가는 또 말할꺼다.
"그 부동층을 담을 수 있던 것이 안철수였다니까요"
박근혜가 집권기간 내내 이명박 씹을 때
보수적인 성향의 그 누구도 '왜 같은 편끼리 싸우고 그러십니까' 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무명의 여배우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누가 남편이 될 지 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조신하게 웃고 애교떨고 다녔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좋고 편하다" 라고
김어준이 매번 하는 이야기가 그거다.
우리끼리라도 좀 믿어주고 방어도 해주고 그러자고.
어차피 진영싸움이라는거 다 아는데 선명성 때문에 아군에 칼질하는 진중권 같은 애들 밉다고.
나는 진중권 논리에 가깝다.
내 살도 더러운건 잘라내야지.
하지만 안정적인 지지기반이 있어야한다는 것에는 훨씬 더 높은 가중치로 김어준의 말에 힘을 싣는다.
나는 죽어도 친일기득권 안뽑는다는 진보 콘크리트가 15%~20%
일단 보수를 찍고본다는 보수콘크리트는 30%~35%가 넘는게 현실이다.
둘 중 누가 나은가로..
누가 더 시대정신과 선명성이 있었는가로 대선 직전까지 말들 많았다.
이런 사람들이 진보콘크리트를 자처하는 쪽이 이쪽이다.
이러고도 '쪽수가 이기는 게임'인 선거를 하면서 승리예감을 가졌다니..
질 수 밖에...
<세 줄 요약>
1. 콘크리트 발로 차지 마라. 우린 누군가에게 진정 콘크리트였던 적이 있었는가
2. 아내를 된장녀 만들지 마라. 갈등하는 마음의 한 쪽을 막지마라.
3. 변화를 바라는 모두가 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세 줄 추가>
장주호접지몽.
될 줄 알았던 지난 광화문의 그 열기가 꿈이었는지,
봉황마크 위에 그 분 얼굴 그려진 오늘자 포탈메인화면이 꿈인지.
첫댓글 안철수 지지율 더 높았음.그건 나도 인정함.
문재인 억지로 하지 말고 안철수가 했어야함..
민주당 너무 억지로 하려고 한건 있음..
좀 약게 할 줄도 알아야함...
좋은 분이지만..
안철수 표 젊은이표 많았음.
나도 안철수 였음.
좀 약게도 할줄 알기를.
그리고 경상도 대구부산의변화도 일고 있긴 해요.
젊은피의 변하죠.다들 애쓰셨음.
젊은이들 기다리면서 애쓰심
문재인님이 뭘 억지로 하셨나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자칭 보수는 어떻게든 상대방표를 끌어오려고 하는데 자칭 진보는 내편이 아니면 철저하게 배척하고 깎아내리는 성향... 오히려 중도를 돌아서게 만들지요~
오래간만입니다 비산동살지요님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다 우리책임인데 누굴 탓하겠어요
5년을 견디려면 힘들겠지만...........5년동안 갈고 닦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와 누굴 탓한들 무엇하겠습니까?
다만, 정당한 목소리 내신분들이 다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간절합니다
좋네요..
님 반가와요..
포기하지 말았음해요. 우리끼리 싸우지말고 더 강해져서 다음에는 진짜 뽄때 보여줘야지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비산동님의 글은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희망은 버릴때 비로소 사라지는 것!!!!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민영화와 역사왜곡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지요 ?
댓글로 질문드려 죄송합니다.
쪽지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으네요. - "그래도 이걸 마음 깊숙히 찬성할 수 있나? 라고 출근길마다 몇 주 고민해서야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갈등의 와중에도 나는 누가 물어보면 '그러하다'라고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 저도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저도 콘크리트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닐지도... 15% 정도밖에 안된다니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사람의 욕망을 무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를 다시 하게 하는 글입니다.
자주좀 오시지
오랜만이시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지요...
글..잘읽었어요..감사~감사~~
좋은 글 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2번은 공감하기 힘듭니다.
3333
5555555555555
님글 보고 오늘 처음 웃었어요.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위로가.. 위로?라고 하기엔 우습지만....
급동감..
가진사람이 잃기싫어 보수 지지하는건 이해되요
왜!! 무직, 블루칼라, 영세자영업자,,
대체 왜ㅠㅠㅠ
왜 그런지 그걸 알았으면 선거에 이겼게요. 노력해보세요.
무엇을 노력해야할까요?
휴우 님글 덕분에 방향 잃은 분노를 좀 잠재울 수 있게 됐네요- 감사!!
100% 공감하는 바 입니다.( 2번만 빼구요.)
추천, 스크랩 하고 갑니다.
오랜만이예요.
민주당이 병신이라 그러거여요. 새누리당의 지략에 밀린거죠.
님 글에는 항상 감탄이 나와요. 좋은 글 감사해요.
글 *나게 잘 쓰셨네요 공감합니다.....그래도 억울하고 열받고 분한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늘 비산동 살지요 님의 글에 공감을 많이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글 써주신 것과 다른 카페에 스크랩해가는데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