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별난 철학이 나를 감싼다..
"바람은 멈추면 이미 바람이 아니라는 말"
그렇다. 어차피 반평생을 바다와 연애하며 살아 왔고 새삼 다른 무엇을 찾기도 늦은 세월인데 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거부할 기운조차 없이 작대기를 들수 있는 그날까지 쉬지않고 바다를 찾자고 다짐한 것이다.
지난 주.
궂은 날씨야 "겨울날씨 다 그렇지 뭐" 라고 자위하면서도 방송촬영,개인 갯바위낚시로 정신없이 보냈다.
방송은 동해 영덕권을 섭외 하였으나 출발 후 현지의 앓는 소리로 유턴.
거제도를 택해 현지 전우들을 못살게구며 시답잖은 학공치 낚시로 마무리 지었다..
2일날인 목요일 사무실 올라와 막바로 가거도 원정을 위하여 장비를 재정비 하는데
하도 다양한 낚시를 하다보니 헷갈림이 너무 심해 뭐가 뭔지 혼란이 온다.
현재 주의보인데 목포쪽으로 연락해 보니 해제되긴 하는데 새벽 몇시쯤인지 모른다는
불투명한 대답뿐이고,진도 출항인 사선배는 6시 출항 예정이란다.
돌겠다...
2박 3일 일정에 정작 낚시할 시간은
죽기 살기로 내려간 첫날 가거도 도착 새벽 6시 부터 오후 4시까지(밤새 시달려 비몽 사몽이 된다)이고
다음날 종일 낚시,그 다음날은 꼴랑 3시간 낚시가 전부인데 새벽 6시 출항이면 바다 상황이 안좋아 오전 11시경
도착 할 것이고 짐풀고,밑밥챙기고 하다보면 정오 넘어서 포인트 진입할텐데 결국 반나절(서너시간)낚시이니
말이 2박 3일이지 제대로 하는 날은 다음날 하루 밖에 없는것이다.
동행할 꾼들과 상의를 하니 그래도 좋으니 배만 뜨면 가잔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놈들..."
경비도 두당 50~60만원 깨질텐데...
아랫녂에 눈이 온다고 하더라 하며 슬쩍 겁을 주어도 막무가내.
50여년만의 한파인데?... 해도 떼거지.
이럼 할수없다. 가자. 죽어도 나만죽나 같이 죽지 (동귀 어진)
정말 힘들게 장시간 거제도에서 올라와 막바로 진도 서망항까지 간다는게 쉽지는 않다.
군산을 지나니 앞이 안 보일정도로 눈이 쏟아 붓는다.
제기럴...
올라면 진즉 서울에서 와 버려 발길을 묶던가..
어차피 왠만큼 온거, 죽어도 고다.
그나마 목포까진 고속도로라 적당히 가긴 했지만 거기서 진도까진 길 자체가 안보인다.
85키로의 거리를 두시간 반 동안에 기어 가는데 뒷좌석에선 뱃짱좋게 한잔술로 뒤집어? 자면서
코걸이도 5중창이다.
무사히 서망항에 도착하니 정각 6시.
가거도 사선인 파이넥스호는 시동을 이미 걸어놓고 있다.
눈 마주친 선장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쳐다보며 아직도 파도가 높아 출항이 늦어진단다..
"나쁜 놈.. 그럼 전화라도 때려주면 좀 더 천천히 올거아냐?.."
선실에 드러누우니 정신없이 떨어지는데 부산,울산,강원도등에서 온 꾼들의 웅성거림에 잠이 깬다..
국내 모 낚시 단체의 높은 인간들이 탔는지 시끄럽지만 모른척 자는데 누가 나를 찾는다.
일어나 보니
이런...
방송 촬영팀이 동승한 것이다..
(프로포즈)"진행자인 배창렬과 김성일, (끝없는 도전)의 최성욱. 그리고 과거에 열정을 쏟아붓었던
단체의 후배들(지금은 목에다 기브스를 했다)
반갑게 곁에 모여 인사들을 하는데 잠자긴 이 인간들 때문에 다 틀렸고 뜬눈으로 가거도를 갈 꼬라지다.
가거도 도착 10시 30분.
이미 방파제에 나와 기다리는 한보 민박의 임성식씨는 물때 놓치면 안되니 숨도 못쉬게 빨리 출항을 재촉한다..
(가거도 갯바위 낚시는 도선 따로,현지선 따로 운영한다)
그나마 다행인게 며칠 주의보로 현지 장박중인 꾼들이 없어 포인트가 텅 비어 있단다..
바람을 등지는 동쪽 앞면으로 배를 몰아 도하작전 훈련하듯 갯바위에 짐풀듯 사람을 풀어 놓는다.
팔은 끝까지 안으로 굽는다..
나의 일행들을 그래도 괜찮다는 유명 포인트에 하선 시키며 포인트 설명도 상세히 해주는데
낚고 못 낚고는 이제부터 지들 팔자이니 알아서 할 일이다.
방송팀은 물등개라는 소위 손님 접대자리라는 곳에 풀어 놓는다.
정말 자고 싶은데...
여기까지 와서 잠 잔다는게 사치이며 낭비이니 20여명 풀고는 마지막에 나도 포인트에 내렸다..
바람은 멈추면 바람이 아니다 2.
아직은 끝 썰물이니 남쪽으로 흐르는 조류를 살핀 뒤 발 아래에 30주걱 정도 밑밥을 기본으로 뿌려준다..
낚아야 된다.
죽어도 낚아야 된다.
왜 쓸데없이 유명인사가 되어 갯바위 낚시를 와도 지들 꽝치면 괜찮고 내가 꽝치면 이상한 눈길로 보는가 말이다.
이젠 생활낚시꾼으로 더 알려져 버려 갯바위는 좀 너그럽게 봐줘도 될텐데...
모 조구업체에서 제공한 1호 낚시대에 2호찌로 셑팅한 뒤 낚시를 시작하는데
옆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에 손가락끝이 시리다 못해 아파오며 마비 현상이 온다.
힘들게 받은 입질.
파이팅 도중에 원줄이 터져 버린다..
3호 원줄인데 왜 터졌지?.. 하며 줄을 살피니 어딘가에 쓸렸는지 기스가 나 있다.
갯바위 낚시에서 가장 재수없는 상황이 원줄 터지는거고 그 데미지는 오래가게 되어 있는데...
철수 직전 겨우 40센티급 한마리 걸고는 면피는 했다며 자위하며 배에 오르니
여기도 꽝! 저기도 꽝!
그나마 방송 촬영팀에서 김성일군이 총 7마리 올렸는데 씨알도 괜찮다.
역시 "성일이다"
국내 토너먼트 넉다운제 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한 경력이 절로 된 것이 아닌것이다..
완전 파김치 패잔명 몰골로 민박집들어와 분위기 보니 모두 표정이나 꼴이 말이 아니지만
늘 갯바위 낚시란 그런거니까...
참 이럴때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다..
여러 지역에서 삼삼오오 온 사람들이니 어색한 기운도 있지만 이 먼곳까지 왔는데
어느 식탁은 회썰어 분위기 살리고 못 낚은 조는 썰렁하기 때문이다.
빠른 판단이 든다.
옛날 기운내어 7마리 낚은 조에게 약간은 강압조로 치사하게 굴지말고 전부 회 썰어
풀어라고 명령조 지시를 내리니 웃으며 받아 들인다..
이런 맛이 있어야지...
내 고기까지 8마리를 썰어 식탁에 올리니 갑자기 분위기도 살고 횟감이 너무 넉넉해 진다..
막내 피디시켜 눈탱이 맞는 가게가서 이슬이 공급을 주문하니 사 오면서 혀를 내 두른다.
허기사 이 마을 가게 할배는 지 기분따라 물건값이 틀려 지니까...
피곤에 찌들은 몸에 알콜 기운이 도니 너도 나도 내일을 기약하며
빠른 취침 모드로 접어든다..
내일은 대물 하겠지...(꿈에서도 대물과 다들 씨름 하겠지?.. 하하하!)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5BC4B4F2FAFFD1B)
첫날 앞면쪽 계단 바위에서 낚시를 한 뒤 철수배 기다리며 내 고생 보따리를 한 컷 촬칵!
어느 갯바위는 이렇게 마치 다듬어 놓은듯한 편한 자리도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C1D4B4F2FB0022F)
1구쪽 배 지나가는 자리에서 늘 우리를 지켜보는 희귀한 모양의 돌출 바위.
![](https://t1.daumcdn.net/cfile/cafe/1229A94B4F2FB0052C)
철수시에 배 대기전 서 있는 폼을 보면 낚았나 못 낚았나 알수 있는데 바로 이런 슬픈 폼은
과연 어땠을까요?.. 하하하!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61B4B4F2FB00939)
몆년전 태풍에 무너져 버린 가거도항 방파제. 국내에선 최고로 잘 지었다는 구조물도 강한 태풍에
저렇게 변하고 말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84C4B4F2FB00E19)
가거도 1구 전경. 저 마을에 그래도 있을건 다 있다. 비록 가거 민주 공화국이지만...
![](https://t1.daumcdn.net/cfile/cafe/113C044B4F2FB01212)
외부 객이 첫번째 대할수 있는 장군 바위이다. 실물 보면 한마디로 쥑이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42D54B4F2FB01609)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방송 촬영팀들. 왼쪽부터 (끝없는 도전,의 성욱군,두번째가 진정한 명인 김성일군
세번째가 프로포즈의 진행자 배창열군,그리고 세명은 촤영 피디인데 맨 오른쪽은 여성 피디인데
현장 경험차 왔다가 눈물 팅팅 흘리고 말았다.(고생깨나 했을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70E94A4F2FB01A40)
요놈들 때문에 참 많은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D3F4E4F2FB0B312)
준수한 씨알의 감생이를 들고 개선장군 같은 자세를 보이는 울산의 아우님.
![](https://t1.daumcdn.net/cfile/cafe/1544224E4F2FB0B607)
이 정도면 이순간에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기분일 것이다.
부산의 아는 후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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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짜 감생이를 들고 가거도 처음와서 손맛 봤다며 입이 찟어지는 울산 꾼.
![](https://t1.daumcdn.net/cfile/cafe/18240C4E4F2FB0BF38)
첫날 낚은 감생이 조과이다. 꾼들의 애를 태우는 정말 얄밉기도 하지만
영원히 미워할 수 조차 없는 놈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8E44E4F2FB0C301)
한보 민박의 임성식 선장.회 뜨는 솜씨 하나는 천하 일품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AE04E4F2FB0C72E)
회뜨고 남은 것은 맑은 지리탕으로 나오는데 산삼 보약보다 더 나은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7F54E4F2FB0CC02)
먼 발치에서 찍은 촬영팀 현장. 현재 촬영중인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2B78504F2FB0D123)
역시 먼발치에서 찍은 원주에서 오신 부부팀으로 오랜 세월 갯바위를 함께 한다고 했다.
첫댓글 머찌인 조행 하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