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예찬
요즘들어 나는 유투브만 열면 캠핑 동영상에 몰두한다.
캠핑은 캠핑장에서 즐기는 오토 캠핑과 산이나 바닷가에서 일박하는 트레킹 백팩킹이 있다. 둘 다 텐트와 취사용 도구와 침낭이 필수다.
유투브에 나오는 캠핑은 솔로 캠핑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촬영 도구를 가지고 등산로와 주변 풍경을 보여 주는데 그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백팩킹은 15킬로가 넘는 등짐을 지고 길게는 20킬로를 걸어서 가는데 산 정상에 있는 바위나 동굴 바닷가 등에서 혼자 취식하고 잠을 잔다.
여자 혼자서 백팩킹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가 들 때도 많다. 어떤 여자 캠퍼는 산중 깊은 곳에 침낭만 놓고 잠을 자기도 하고 산 정상에 있는 테크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기도 한다. 어떤 남자 캠퍼는 산속에서 간단한 비닐 천막을 치고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가져와 불을 피워 취식을 하고 잠을 잔다.
캠핑의 진수는 단연코 우중(雨中) 캠핑과 설중(雪中) 캠핑이다. 빙박 캠핑도 있다. 얼음 위에 텐트를 치고 안에다 야외용 침대와 침낭을 놓고 잠을 자는데 전혀 춥지가 않다고 한다. 침낭 안에 핫팩을 넣고 우모복을 입으면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토 캠핑보다는 백팩킹이 더 흥미진진하다.
험한 산길을 오르며 너무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면서 그 이상 행복하다고 말한다. 상반된 단어 앞에 잠시 아연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에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화면을 끝까지 시청한다. 설중 캠핑은 낭만 그 자체로 신비롭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험한 눈길을 오르다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눈삽으로 눈을 치운 뒤 텐트를 치고 바로쿡 비화식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한다.
그때마다 한결같이 하는 말이 맛있다. 정말 너무 맛있다이다.
설국을 촬영하며 등반하는 백팩커들은 너무 행복하다며 시청자들에게도 행복감을 공유하라며 열심히 멘트를 날린다. 평지도 힘든 20리에 달하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험로다. 아슬아슬한 바위로 올라가다 발을 헛디디면 그야말로 황천길로 직행한다. 심한 경사로를 오를 때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힘들다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경사진 계단을 오르는가 하면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바위에 걸린 밧줄에 몸을 의탁해 올라가는 험로도 있다. 그 옆에는 천길 낭떠러지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닿으면 산 이름과 함께 해발 높이가 써진 바위 표지판이 보인다. 그때 쾌감과 행복의 탄성이 울려퍼진다,
산 정상에 이르면 산 아래 풍경이 평면으로 보이면서 자연에 압도당한다. 기쁨과 행복이 고조되는 순간이다. 일몰 과정과 일출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일몰 광경은 영화의 한 장면 같고 일출 광경은 환호성이 터지면서 그야말로 대장관을 연출한다.
또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쏱아지는 듯한 광경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계곡물을 건너고 산행하다 보면 가끔 고라니나 노루도 보이고 멧돼지도 나타나 주의가 요망되기도 한다. 또 캠핑장에는 산 고양이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어먹고는 유유 사라지기도 한다.
황제 캠핑도 있다. 주로 캠핑장에서 고가의 장비를 두고 요리와 취침을 하는데 느낌은 썩 좋지가 않다. 어떤 캠퍼는 전기 밧데리를 가져와 전기밥솥에다 밥을 하고 전기장판에 난로까지 피운다. 불멍이라고 장작불을 피우며 고기를 구워 먹고 불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볼 때마다 산불이 나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노지 캠핑도 있다. 정식으로 허가 난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곳이다. 야영이나 캠핑이 법적으로 금지된 곳도 많다. 산도 백팩킹이 허가된 곳보다 금지된 곳이 더 많고 산에서는 비화식으로만 취식이 가능하다.
여름이면 모기장과 모기향이 필수이고 선풍기도 필요하다. 우중 캠핑은 빗소리를 들으며 풍경을 즐기는데 이 또한 낭만 백퍼센트이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우비를 뒤집어쓴 채 텐트를 설치하고 음악을 듣고 빅데이터로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때로 연인을 동반하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캠핑이라는 게 텐트를 설치하고 나면 취사하고 주변 풍경 구경하고 새소리와 함께 잠드는 게 전부다. 아침에 일어나 일출 구경하고 서둘러 텐트 정리하고 떠나면 추억만 남는다. 그럼에도 일단 캠핑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장비를 사고 자동차를 운전해 낯선 곳에 장비를 풀고 자연을 즐긴다.
힐링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특히 솔로 캠퍼들은 혼자 자연을 즐기며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데 재충전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 누구의 시선도 느끼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행복감에 취한다고 한다. 나는 캠핑이나 백팩킹을 떠난 적은 없지만 충분히 공감한다.
캠핑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부터 꿈꾸고 바랐던 것이 캠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혼자 날 알아 볼 이가 없는 곳에서 잠시 머물다 오는 것. 그것이 캠핑이란 걸 시청하면서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캠핑라는 사람들이나 등산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로 내려 올 걸 뭐하러 힘들게 산을 오를까. 등산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캠핑족들에게는 돈이 많으니까 돈 자랑하는 걸로 오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시청하다 보니 나도 한번쯤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설레이기까지 한다. 작년부터 가까운 산을 몇 번 다녀왔다.
서울에 있는 인왕산 일자산 북한산 정도다. 정상이 아닌 산 중턱도 못 올라갔지만 산 아래 풍경을 보는데 그야말로 감개무량했다. 자연의 향취에 취해 조물주에 찬양이 절로 나왔다.
자연은 힐링이다.
자연만큼 마음을 순화시켜 주는 기능(?)은 없다.
사람은 때때로 철저하게 혼자일 때가 많다. 일인 가구 솔로가 대세를 이루는 듯한 세상이다. 이기심으로만 똘똘 뭉쳐 책임지기 싫어하고 화합하기 보다 혼자이기를 원하고 갈등이나 희생을 거부하고 편안함을 선택한다. 갈등이나 피해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하다 보니 취미생활에 몰입한다.
그래서 생겨난 게 레저 활동과 여행 산업의 번창이다. 연휴 때면 국제공항이 여행객들로 미어터지고 휴가철이면 유명산들은 캠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계곡마다 넘쳐나는 쓰레기와 고기 굽는 냄새로 진동을 하고 바가지 상흔들로 상처입는 경우마저 생겨난다. 바다는 오염되어 쓰레기 천지로 인류를 절망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연을 친구삼고 싶어하고 힐링의 파트너로 여긴다. 그러나 캠핑도 백팩킹도 건강이 필수적으로 따라주어야 하고 장비 포함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선뜻 나설 수도 없다. 그래서 나처럼 유투브 동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구독자도 많은 것일 게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도 넘는 구독자가 캠핑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니까. 직접 떠나지는 못해도 언젠가는 하면서 대리만족 하며 떠날 시기를 조정하는 중이다. 세상에 자연만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 자연만큼 마음을 힐링해 주는 존재도(?) 없다. 지친 심신을 순화시켜 주고 가장 순수한 기쁨을 선사해 준다.
사람이 줄 수 없는 힐링과 활력을 자연을 값없이 공급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산행을 하고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조물주를 찬양하는 것이다. 대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조물주를 찬양하지 않는 인생을 없을 것이다. 자연은 조물주가 인생에게 허락해 주신 최대의 선물이자 힐링의 대명사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