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배타고…하루면 닿을 길을 장장 5일 동안 | ||||||||||||||||||||||||||||||||||||
[양학용 여행작가의 라오스 여행학교]⑤ 라오스 국경 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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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다. 아내가 심한 감기몸살로 힘겨워했고 나 또한 아침저녁으로 기침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태국에서 라오스로 입국하는 여러 길 중에서 굳이 북부지역에 위치한 훼이싸이의 국경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아이들을 고생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슈욱 이륙했다가 착륙하거나, 방콕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고 단번에 국경을 넘는 것과는 좀 다른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의 욕심은 이틀 혹은 사흘 동안 밤새 기차에 몸을 싣고 온 종일 버스를 타고 달리고서도, 정작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다시 '뚝뚝'이나 오토바이를 타야 하고, 마침내는 강을 건너기 위해 거룻배의 신세까지 져야 넘어설 수 있는 그런 길이라야 했다. 그래야 국경이라곤 TV나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38선 정도가 전부인 아이들에게 국경이 그저 지도 위에 그어진 선 정도가 아니라 그곳 현지인의 삶과 여행자들의 땀 속에서 살아있는 그 무엇이라는 걸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코스였다. 그런데 정작 고생인 것은 아내와 나였다. 아이들은, 물론 집 떠나와 낯선 잠자리에 까칠한 밥에 무거운 배낭에 많이 걸어 아픈 다리에 이래저래 불편했겠지만, 눈빛만큼은 라오스 하늘의 별처럼 말똥말똥한 것이 우리부부의 작전(?)이 먹혀들고 있는지 당시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국경관리사무소에서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강으로 내려섰다. 강 너머에 마을이 또렷이 보였다. 우리가 발 딛게 될 라오스의 첫 마을, 훼이싸이였다. 모터 동력으로 움직이는 작은 거룻배 두 척에 나누어 타고 강을 건넜다. 채 5분이나 걸렸을까. 그렇게 아이들과 우리부부는 라오스 땅에 첫 발을 내려놓았다. 말하자면, 그것으로 '국경넘기'가 끝났다. 방콕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하루면 다다를 수 있는 길을 장장 5일이 걸려 도착한 것이다. 참으로 먼 길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국경을 넘는 일이 너무 간단해서 신기하다는 것이다. 강 건너 이쪽은 태국이고 강 건너 저쪽은 라오스라는 것도 재미있는데, 종이딱지 하나 써서 여권에 도장 받고 배 5분 정도 타니까 다른 나라라는 것이 너무 신난다고 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돈도 바뀌고, 강아지나 사람들도 더 친절한 것 같고, 마을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식사가 끝났다. 환전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오늘 점심은 내가 한꺼번에 낼 거라고 공지했다. 순간 예상치 못한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앗싸!" 환호하는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을 맘껏 시킨 녀석들이고, 탄식하는 아이들은 돈을 아끼느라 요리도 싼 걸로 주문하고 음료수는 아예 시키지도 않은 녀석들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데, 그날 하루 국경을 넘은 것으로 내게는 왠지 절반의 길이나 지나온 느낌이다. 엄마에게 보내는 엽서 엄마, 나 지금 라오스야. 글·사진 양학용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