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사람을 만나다 ( 2005. 06. 15 ) | |
파트너인 김상수는 한라산 지킴이 신용만의 이름을 꺼냈다. 대개 ‘지킴이’가 붙으면 사명감으로 똘똘 뭉치기 십상이어서 인터뷰가 엄숙하거나 비장하게 흐르기 마련이다. 어쩔까, 망성이는데 쐐기를 박는 말이 날아온다. 한라산 전문 사진작가이기도 하단다. 마침 철쭉이 만개한 터라 그와 함께 한라산 산행에 나서면 되겠구나 싶었다. 이름하여 산행 인터뷰다. 연락해보니 KBS 취재팀과 정상에 갈 일이 있으니 그때 동행하잔다. 서귀포의 날씨는 잔뜩 찌푸렸으나 어리목에 도착하니 하늘이 희끗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신록을 지나 상록으로 향하는 빛깔이 사위 가득하다. 빛깔이 눈에 익자 산이 내뿜는 향기가 뇌를 자극한다. 제주도 공기가 좋다지만 산에 오면 또 다른 것은 매번 겪는 일이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 그는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산에 산 사람들은 이렇다 말인가. KBS 취재팀이 몇 컷 찍고 장비를 챙기는 사이 ‘청년’ 신용만을 앞세우고 우리가 먼저 출발했다.
몸도 마음도 청년같은 사람이다.
그는 이 길을 몇 번이나 걸었을까, 궁금했다. “몇 번? 글쎄요…. 그걸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헤아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요즘은 무릎이 좋지 않아 걷는 것도 수월하지 않지만 젊은 날에는 아주 뛰어다녔다고 한다. 심지어 백록담 정상에서 아래까지 48분에 내려온 기록도 있다고 한다. 설마? 하고 의문을 나타냈더니 그 시절엔 그렇게 시간 단축하는 게 재미이자 보람이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산악반 출신 김상수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거든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달라지더군요. 땀 뻘뻘 흘리는 속도전이 아니라 산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산의 냄새와 색깔, 그속에 깃든 나무와 풀과 벌레들과 교류하며 음미하듯 걷는 느림의 산행이랄까…” - 한라산과 연을 맺은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군대 다녀온 뒤부터이니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 되었군요. 처음엔 멋도 모르고 선배 손에 끌려서 일하게 되었어요. 무릇 첫 직장이 그렇지만 처음 시작한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렇게 한 세월 넘기다보니 예까지 온 겁니다.”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숨소리도 제법 거칠어진다. 몸이 반응한다는 증거다. 더 깊은 산으로 향하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 거다. 산은 점점 가팔라진다. “만세동산까지는 이렇다오. 그 뒤부터는 수월하죠. 높아질수록 인간도 힘들지만, 식물들의 삶도 달라요. 밑에 적합한 식물과 위에 적합한 식물이 달라요. 한라산의 식물종이 다양한 것은 바로 높이 때문이죠. 거기에 해양성 기후까지 가미돼서...”
산에서 인생을 찾은 사람을 따라 나서는 산행은 즐겁다.
그의 생태 강의는 한동안 계속됐다. 참나무에서 시작된 얘기는 조릿대로 갔다가, 다시 야생화가 갔다가, 어찌보면 중구난방같지만 ‘생태’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두루 설명하는 식이었다. 급기야 어느 시기에 어디 가면 무슨 꽃을 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등산로를 잠시 벗어나 희귀한 란(蘭)까지 구경시켜주었다. 한라산 전체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음이다.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몇해전 <제주자생식물도감>이란 책을 냈고, 올해 가을경 다시 새로운 책을 낼 예정이다. 땀에 젖은 채 깎아지른 계단길을 어렵사리 올라서니, 드디어 산철쭉이 봉우리마다, 능선마다 자북하니 앉아 있는 경관이 펼쳐진다. 길도 한결 쉬워지니, 고생 끝에 낙이 온 셈이다. 눈도 즐겁고 발걸음도 가볍다. - 생태쪽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엔 남들처럼 관리, 감독 일만 했었지요. 그런데 반복되는 일상과 진급에 얽매이는 나 자신이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죠. 여기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그게 바로 꽃이었고, 다시 나무로 연결이 되었죠. 그렇게 되니까 카메라는 저절로 따라 가더군요. 사진전에 출품해 상도 제법 받았어요. 사진작가협회에 등록도 되고, 저로서는 과분하죠. 직원들이 농삼아 그러더군요. 출세했다고.” 그의 명함엔 직장은 ‘한라산국립공원 한라산연구소’라고 되어 있고, 직함은 ‘생태 및 동영상 촬영’이다. 산에서 시작해 산에서 길을 찾았다. 오늘도 그 길을 오르고 있다. 취재팀 두 팀을 데리고 말이다.
저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은 다시 1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철쭉꽃의 향연을 실컷 즐기고 배가 고파질 즈음 윗세오름 대피소가 나타났다. 컵라면이 불기를 기다리는 사이 뒤따라오던 KBS 취재팀이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함께 김밥을 곁들여가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컵라면을 먹었다. 면을 모두 먹고 국물을 들이키기 위해 고개를 치켜드니, 백록담과 윗세오름과 진분홍빛 산철쭉이 설핏하니 시야에 젖어든다. 아! 어디에서 이런 라면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와 방송팀은 정상으로 향했고, 우리는 산 아래로 발을 돌렸다.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겠지, 1시간 30분 후면 그들은 정상에, 우리는 어리목에 있겠지. 시작은 같아도 종국엔 이렇게 차이가 나는 법이지, 그래서 어떻게 사느냐가 어렵고 중요하다는 거겠지. 그는 봄산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겨울산에 고맙다고 했다. 봄산이 온갖 꽃들로 치장하고 있다면, 겨울산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골산이다. 봄산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면 겨울산은 눈이 시리게 애절하다. 그러나 겨울산이 있어야 봄산이 있음이니 산은 하나로다. 인간도 산처럼 ‘하나’같은 삶을 꾸리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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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주다음의 제주피플에 인터뷰 기사가 났드랬습니다.
반가운 님의 소식 보이길래 전 오늘 발도장 찍고 왔는데요.
이 기사가 반가운 님들의 눈도장 제주피플에 한줄 어떠실런지요~
오늘도 꽤 덥군요. 그래도 즐거운 주말 되자구요~
첫댓글 ^^* 앗..우리서방님 기사가 여그로 이사 왔구나..ㅋㅋ 잘 생겼져??????????
정말 청년같애~~~ㅋㅋ
공과사를 구분합시다. 누구네 서방님이 아니고 고문님이신걸...고문님 기사가 나셨군요. 경하드립니다. 청년신용만이시라면 저는? 아기야책....하루에 한번 딴지 걸지 않으면 잠 못드는 터라...고문님께서 이해를 해줍서.ㅋㅋ
메시께라! 여기꼬장 소문이 나부쩌~
신용만선생님이 청년, 야책님이 아기.......ㅋㅋㅋ, 그럼 전 엄마 뱃속에서 겨우 1달........ㅎㅎㅎ 고문님의 한라산 지킴이라...... 적극 동의합니다. 팽이님 넘 좋으시겠네요.^^
기난 팽이님이 볼때마다 어려지는게 이유가 이서신게예... 청년하곡 사난.... 진짜 멋있네요.....
청년 신용만~~~ㅋㅋ
청년.....푸 하하하핫.....누군 좋겠다....
용만 선배님!! 반갑습니다. 흙백사진이라 더욱 더 멋지게 보염신게 마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