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을 준비하라(창조절 첫째주일/ 재일동포주일)
열왕기하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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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벽 예배시간에 열왕기하를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열왕기하 4장의 말씀을 읽었는데, 열왕기하 4장에는 엘리야의 뒤를 이은 예언자 엘리사가 행한 기적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중 첫 번째 기적이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읽은 ‘과부의 기름병’에 관한 기사입니다.
창조절을 맞이하면서 ‘비움과 채움’에 관한 묵상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말씀입니다. 아직 초가을이라 가을 분위기는 깊지 않지만, 이내 풍성했던 숲들도 나뭇잎을 놓아버리고 ‘텅 빈 숲’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그렇게 ‘텅 빈 숲’이 되어야만 이른 봄에 또다시 숲의 가장 낮은 곳이 작은 봄꽃과 연록의 새싹으로 가득 차고 숲은 새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 가난한 과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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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아내들 가운데 한 여자가 엘리사를 찾아와 도움을 달라고 하소연합니다. 그 여자의 남편은 예언자 학교의 학생이었는데, 그가 죽자 채권자들이 찾아와 두 아들을 종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빚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와 그 자녀를 희년까지 종으로 삼도록 규정(출 21:7, 레 25:39~41)되었기 때문에 채권자의 행동은 법규에 따른 것입니다.
엘리사는 과부에게 남은 것이 무어냐 묻습니다. 과부는 ‘기름 한 병’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엘리사는 이웃에게로 가서 빈 그릇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빌려 오라고 합니다. 이웃에게 빈 그릇을 빌려 올 수 있는 만큼 빌려 온 후에는, 두 아들과 함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빈 그릇마다 ‘남은 기름 한 병’에 있는 기름을 부어 그릇을 채우라고 합니다. 그대로 했더니 빌려 온 그릇마다 기름이 가득 찹니다. 아들들에게 그릇이 더 없느냐고 하자 더는 채울 그릇이 없다고 합니다. 빈 그릇을 빌려 온 만큼, 빈 그릇의 크기만큼 기름이 생긴 것입니다. 이 일을 엘리사에게 고하니 기름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남은 것은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엘리사가 사르밧 과부에게 행했던 기적(왕상 17:8~24)이나 예수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던 가나 혼인잔치의 이적(요 2장)과 비슷합니다. 어려워서 하소연하는 여인에게 빈 그릇을 많이 빌려 오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명령이었지만, 과부는 토 달지 않고 순종합니다. 준비한 그릇의 크기만큼 기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씀이 주는 교훈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기적은 순종으로부터 시작되고,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준비한 믿음의 분량대로 채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창조절이 시작되는 이 계절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시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깊이 묵상하심으로 믿음의 분량대로 채우심을 받는 삶이 시작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예수님으로 가득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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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남자화장실을 이용하시는 남자분들은 한 번쯤 보셨을 만한 구절입니다. 2003년도에 번역되어 현재는 절판된 책이긴 하지만, 카일 아이들먼이라는 분이 쓴 <거짓 신들의 전쟁>에 나오는 문장이 남자화장실에 붙어있습니다. 그 구절은 이렇습니다.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는 제자로서 자기 안의 거짓 신들을 없애고 싶다면 예수님으로 가득가득 채워라!<거짓 신들의 전쟁 –카일 아이들먼 2003>
마태복음 12장 43~45절에는 표적을 구하는 악한 세대에게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더러운 귀신이 어떤 사람에게서 나갔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면서 자기가 머물 곳을 찾지만 찾질 못합니다. 다시 자기가 머물던 사람에게 돌아와 보니 그 집이 비고 청소되고 수리가 되어있었는데 ‘텅 비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귀신은 얼씨구나 하며 자기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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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실 때, 많은 사람이 ‘세례 요한’의 회개운동 등으로 회개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구원받을 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순히 회개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의 조건이긴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비운 그곳을 예수님을 채워야 온전히 삶이 바뀌는 것입니다. 가나 혼인 잔치 이적에서도 비워진 항아리에 ‘물을 채웠을 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만, 채움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비움과 채움’은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입니다.
여러분, 우리 안에 있는 거짓 신들을 끊임없이 비우십시오. 그리고 예수님으로 가득 채우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제자가 되실 것입니다.
■ 창조 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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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이 시작되었으니,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세계의 신비를 통해서 비움과 채움의 신비를 나누겠습니다. 자연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통로 중 하나입니다. 로마서 1장 20절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올해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나오긴 했는데, 값이 너무 비싸서 저도 한 부 밖에는 받질 못했습니다. 카드 한 장에 2천 원인데, 50장 세트니까 10만 원입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라는 단체가 환경부의 후원을 받아 만든 ‘창조절 풀꽃나무꽃 묵상카드’입니다. 한남교회 교인들 한 부씩 나눠주려고 했더니만, 8백만 원 정도가 필요한지라 제 능력을 벗어납니다. 그래서 그중의 내용 하나만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가늠하겠습니다.
창조절 29일 내용입니다.
동의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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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요한복음 2:7,8).
묵상
동의나물 꽃은 피나물이나 매미꽃을 닮았고, 이파리는 곰취의 이파리를 닮았다.
그러나 이파리가 먹음직스럽다고 나물로 먹으면 안 된다.
‘동의나물’도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다.
돌쩌귀를 소개하면서 ‘미나리아재비과’가 유독식물임을 밝혔다.
동의나물도 유독식물이므로 식용하면 안 된다.
봄에 종종 곰취인 줄 알고 먹었다가 인사사고 뉴스에 등장하는 독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동의나물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무지일 뿐이다.
그를 탓하진 말자.
그리고 유독식물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유용한 약이 된다.
필요없이 존재하는 식물은 하나도 없다.
'산속의 보물 혹은 ’금잔'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의나물의 꽃은
활짝 핀 모습은 '금잔'을 닮았다.
그 금잔에 하늘도 담고,
구름도 담고,
바람도 담는다.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잔을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뭔가 가득 차 있는 잔은 다른 것을 담을 수 없다.
여러분 마음속에는 무엇을 담고 싶은가?
무언가 담길 수 있을 만큼 비어있는가?
기도
주님, 비우지 않고 채우려고만 하는 욕심을 버리게 하옵소서. 아멘.
■ 빈 그릇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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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습니다. 비우지 못하고 채우는 삶에만 연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리스도인은 비우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기억해야 합니다. 비웠으면 빈 그릇에 기름을 붓듯이, 빈 항아리에 물을 붓듯이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비움과 채움’ 여기에서 기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창조절에 ‘비움과 채움의 신비’를 충만하게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나무들이 나뭇잎을 다 놓아버리고, 몸에 있는 물기를 다 비우고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여러분도 그렇게 하시길 바랍니다. ‘비우라’는 말씀이 너무 추상적으로만 들리시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미움을 비워야 비로소 사랑이 채워질 공간이 생깁니다.
다툼을 버려야 비로소 평화가 자리할 공간이 생깁니다.
욕심을 비워야 비로소 나눔이 채워질 공간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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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순종으로부터 시작되고,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준비한 믿음의 분량대로 채움을 받습니다. 창조절이 시작되는 이 계절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시어 우리 안에 있는 온갖 어둠을 비우고, 주님의 빛으로 채우시어 믿음의 분량대로 채우심을 받는 삶이 시작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