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계동 2- 5
-왜? 내일 새벽에 출근하려면 조금 자야하는데.
-그럼 애기 좀 데리고 자. 나 언니네 좀 다녀오게.
-언니네! 거긴 왜?
-오늘 새벽에 언니랑 형부가 속초 내려갔잖아! 현준이를 박언니에게 부탁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는지, 지금 명훈이 피시방에 있다 그래서 현준이 데려다가 씻기고 저녁 준비 좀 해 놓고 오려고.
-알아서 해.
-그냥 경희네 식당가서 순댓국이나 한 그릇씩 먹으라 그러고 말까?
-속초 다녀오면 많이 피곤들 할 텐데 어떻게 순댓국을 먹게 하나! 그냥 김치찌개라도 끓여놓으면 되지, 차라리 콩나물국이 낳겠다. 시원하게. 그런데 속초는 왜갔데?
-당신 모르는구나! 거기가 언니랑 형부 부모님 고향이라 그러던데. 그래서 내려갔는데, 뭐랄까? 아! 뿌리 찾기라 하면 되겠네.
-뿌리 찾기?
-그냥 그런 줄 알고, 아기 데리고 자요. 다녀 올 테니.
난희는 기저귀를 갈아준 후 익선의 팔에 안겨주고 젖은 기저귀를 욕실에 던져 넣고는 집을 나선다.
난희의 집에서 명훈이의 피시방을 가려면 경희의 순댓국집을 지나쳐야 한다. 그녀는 경희의 식당이 가까워오자 문득 식당에서 반찬 두어 가지를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희의 식당으로 먼저 들렀다.
저녁나절이지만 아직은 어두워지지 않아서인지 식당 안에는 손님이 두엇 밖에 없다. 경희의 남편인 심명국이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오다 난희를 보곤
-어서 와요.
하면서 쓰레기 봉지를 식당 밖 화장실 입구에 갖다 놓고는 손을 탁탁 털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 것을 보곤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경희도 저녁 장사를 준비하느라 식탁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뭐하냐?
-응! 어서와. 저녁 장사 준비하느라고.
-뭘 그렇게, 준비 할 것이 많니?
난희는 경희가 바쁘면 조금 거들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별로 거들 거는 없어. 그래야 식탁 닦고 냅킨 챙기고 하면 끝나. 근데 웬일이니?
-웬일은, 명훈이한테 가다가 들렀지. 참! 반찬 뭐 있니?
-반찬! 왜? 집에 반찬 없어?
-아니! 오늘 언니랑 형부가 속초 갔잖아? 저녁 늦게 올 것 같아서 저녁 준비나 해 놓으려고, 현준이도 데리고 가야하고.
-현준이가 왜?
수저통을 열고 수저를 챙기던 경희가 손을 멈추고 난희를 돌아본다.
-현준이가 어린이집에서 바로 피시방으로 갔나봐. 거기 있다 그래서.
-그래! 반찬이야, 그렇지 않아도 오늘 겉절이 무쳤는데 조금 가지고 가라. 언니네도 그렇고 너네도 조금 가지고 가고.
-알았어! 현준이 데리고 오면서 들를게.
-아예 현준이는 여기서 저녁먹이지! 그리고 씻겨주고 재우면 되겠네.
-그럴까? 차라리 우리 집에다 데려다 놓을까?
-그게 낳겠다. 괜히 언니네 주방 번잡하게 하지 말고 현준이나 챙겨라. 언니야 늦으면 저녁 먹고 들어 오거나, 아니 내가 이따 전화 넣을게
-그럴래? 그럼 그래라. 현준이는 우리 집에 있다고 그러면 되겠네.
-그럼 얼른 가서 현준이 데리고 와. 밥상 채려 놓을게.
난희가 현준이를 데리러 나가자 경희는 곧 식당 제일 안 주방 쪽에 있는 식탁을 정리하고 찬을 접시에 담기 시작한다.
-여보! 밥 두 그릇만 퍼요. 그리고 현준이 먹게 계란 프라이 하나 만들어주고
경희의 남편 심명국은 쓰레기봉투를 내다 놓고 들어와서 냉장고의 술병들을 정리하고 있다가 경희의 말이 끝나자 곧
-알았어! 프라이 하나면 될까?
하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경희는 고개를 들어 주방으로 들어서려고 센달을 발로 끌어다가 신는 남편인 심명국의 등을 바라본다.
덩치가 커서인지 그는 순한 사람이다. 경희의 말이라면 껌벅하는 편이다. 덩치만큼이나 순발력은 없지만 무던한 성격에다가 엔간해서는 화도 내지 않는 사람이다.
담배를 좋아해서 그렇지 술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가 박양 남편과 진우 남편이 찾아오면 인사치례 정도로 술을 마실 뿐인 사람이다. 경희가 보건데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사는 사람인지 모를 때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친구가 많은 사람도 아니다. 한 가지 경희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있다면 툭 하면 병원을 드나드는 시어머니 한 분 뿐이다. 시아버지는 경희가 명국을 만나기 오래전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여동생 둘이 있지만 먼 지방에 있어서인지 일 년에 두어 번 명절에나 오는 시누이들이었고 가끔 안부 전화 정도를 하는 편이었기에 경희에게 시집살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하지는 않는다.
심명국, 이 사내는 경희의 포장마차에 순대를 배달하던 사내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다녀가면서도 늘 말 없이 물건을 건네주고 돈을 받아가는 사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도 경희의 포장마차에 순대가 떨어져 급하게 전화를 하면 아무리 늦은 시간에라도 순대를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보면 순대를 배달해주기 위해서 어디 외출도 하지 않는 사람같이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사내가 경희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을 때 경희는 촌스럽고 무식하고 게을러터진 것처럼 보이는 사내를 무시했었고, 눈길을 주던 명국이 경희의 대하는 양을 보다가 나름 머리를 쓴 것이 진우를 통한 교제 신청이었던 것이다.
‘싫어! 언니는 내가 그런 남자와 결혼 하는 게 좋아?
진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전에 경희는 진우의 입을 막아버렸다. 갑작스레 목소리가 커진 경희의 얼굴을 한 참이나 뚫어지게 보던 진우는
‘잘 생각해 봐라. 중요한 것은 네 기준이 아니고 너의 입장이 어떤가를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이니까.’
더 이상 이 문제로 그녀를 귀찮게 할 뜻이 없다는 것처럼 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도 반 이상이나 남아있던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돌아가 버린 것이다. 진우가 돌아간 후에 경희는 진우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본다. 하기는 진우의 말도 틀린 것이 없었다.
‘너 잘 생각해라. 네 미모야 그만하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지만 네 지나온 생활을 생각하면 네가 바라는 그런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것이 결코 옳지 않을 것이다. 또, 네가 잘 알다시피 네 성격을 그만큼 맞추며 살 남자도 흔치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너는 남자를 쥐고 살아야할 성격인데 그 남자만큼 네게 쥐켜 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경희는 진우의 말을 결국은 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들이 포장마차를 치우게 된 것도 경희의 결혼이 성사되면서였다. 이미 난희가 정익선과 결혼을 해서 포장마차를 그만 둔 후였고, 경희의 결혼이 결정되면서 혜자와 명자 두 사람은 포장마차에 대하여 심드렁해지고 만 것이다. 난희가 결혼 하면서 포장마차에 대한 어떤 권리도 가지고 가지 않았던 것처럼 경희 역시 그렇게 했고, 혜자와 명자는 포장 마차를 처분해서 작은 호프집을 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주방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기름 끓는 소리가 났고 뒤이어 계란 프라이 냄새가 경희의 코를 자극한다.
-여보! 너무 익히지는 마요. 당신은 익힌다고 하면 겉을 다 태우더라.
-알았어!
경희는 반찬을 챙기기 시작한다. 멸치 볶음 호박 전 김치 깍두기 그리고 어묵을 꺼내서 주방으로 밀어 넣었다. 멸치 볶음과 어묵 볶음을 현준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잘 읽고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정현오라버니 여유롭게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다녀가여 고맙습니다.
내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님들이 계셔서 기쁘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