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 3회에 걸쳐 틈틈이 이어왔던 순차별 코스를 한꺼번에 낙동강 끝까지 해치우기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주말에 비 오지 않는 날을 잡았다. 하지만 비를 피하려다가 동장군을 호되게 만나게 되었다.
16년 만에 돌아왔다는 수능추위가 길을 떠나는 날 닥쳤다. 기온은 영하 3도 이하로 곤두박질 쳤다.
종주코스를 이어서 충주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끌어내어 탄금대에서 홀로 떠나는 대장정은 9시 30분부터 시작된다.
급격히 내려간 기온에 손끝 발끝이 에이고 콧물이 줄줄 흐른다. 맞바람이 강하게 몰아쳐 뚫고나가기가 힘들다. 귓가에 바람소리가 쌩하고 울린다. 최악의 컨디션이다.
수안보까지 지방도를 타고 힘들게 도착한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바람에 낙엽만 구르고 쓸쓸하다.
이화령을 넘기 위한 트레이닝으로 돌고개를 넘어 내려가고 새재의 작은 고개로 이름이 붙여진 소조령을 넘어 이화령 고갯길이 시작되는 괴산 연풍마을에 내려선다.
이화령터널이 뚫리면서 자동차 없는 길이 된 이화령 옛길을 심호흡 한번하고 오르기 시작한다. 도로바닥에 이화령 5.0km 표시가 보인다.
기어도 아껴가면서 고도 548m 이화령을 쉬자않고 올라섰다.
고개마루에 몰아치는 바람이 더욱 세차 한기가 몸속을 파고든다.
이화령산장을 독차지하면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랜다. 잣을 갈아 넣은 떡국이 특이하다. 값은 두 배로 비싸지만 여사장의 상냥한 서비스도 그에 맞게 두 배다.
충청도 이화령에서 경상도 문경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산이 가려 음지가 지고 바람이 세차 오르막길보다도 더 힘들게 내려선다.
문경새재 관문을 열고 경상도 문경 땅에 들어선다.
지금은 폐역사가 되어 레일바이크 레저단지로 변화한 불정역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문경을 거쳐 상주 상풍교를 향한다. 조금 전에 넘어온 이화령과 백두대간으로 연결된 조령산과 주흘산이 점점 뒤로 멀어진다.
낙동강 물줄기를 찾은 지 얼마나 되었나? 오후 5시가 넘어가면서 해도 기울어져가는 가운데 낙동강 물줄기를 찾았다.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 낙동강 칠백리 본류가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표지석이 크게 세워져 있다.
곧이어 언덕을 두 개 업힐하고 상풍교인증센터에 떨어진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갔고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상주자전거민박에 통화를 해 상주보에서 픽업을 부탁한다. 두 젊은 친구들이 구미보까지 갈 수 있을지를 나한테 물으면서 고민을 한다. 내가 봐서는 초짜들이 젊은 혈기로 나온 것 같은데 무리인 것 같다. 내가 묵을 민박집 정보를 알려주고 안장에 올라탄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 상주보로 가는 매협제는 무조건 안장에서 내려 끌바를 해야되는 언덕길이다. 자전거는 타라고 만들어졌지 끌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우회길 경로를 입수한대로 상풍교를 지나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농로길로 접어들어 달린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을 라이트 하나에 의지하고 달리다가 경천교를 만나 다리를 건너고 상주자전거박물관을 거쳐 상주보 다리를 건너 오후 6시 25분에 인증센터에 도착한다. 탄금대에서부터 8시간 동안 발길질을 했다. 긴 여정에 대비해 이것저것 챙겨넣어 빵빵해진 배낭을 내려놓고 어깨를 편다.
첫째 날 구간의 끝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픽업을 부탁한 민박집의 트럭이 오지 않는다. 한기에 몸을 덜덜 떨다가 좁은 인증센터부스에 들어가 찬바람을 피하고 있으니 타이탄트럭 헤드라이트가 비쳐온다.
트럭적재함 자전거거치대에 자전거 두 대가 묶여있다. 상풍교에서 고민하던 젊은이들이 상풍교에서 픽업을 부탁해 자전거를 실었다고 하며 나보고 대단한 어르신이라고 추켜세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나이 60 중반에 1년에 두 번씩이나 자전거국토종주를 한다는 것은 맛이 간 4차원이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이다.
상주보와 낙단보 중간에 있는 상주시 중동면 신암2길의 상주자전거민박집에 밤 7시에 도착한다.
추위를 막으려고 비닐로 휘장을 친 집밖 식탁에 앉아 난로를 앞에 녹고 얼어붙은 몸을 녹인다.
금년 6월 첫 번 째 국토종주 때 신세를 졌던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연륜은 있지만 자전거국토종주 길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박사다. 아들도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를 마쳤음을 숙소 거실에 걸려있는 메달로 확인이 된다.
상풍교에서 만난 두 젊은 친구와 앳돼 보이는 학생과 같이 4명이 식탁을 같이한다.
두 젊은 친구는 직장 동료로 한사람은 일반직원이고 한 사람은 과장으로 며칠간 휴가를 내고 빠져나왔다고 한다. 직장동료들이 죽지만 말고 살아 돌아오라는 응원을 받으며 종주 중이라고 한다. 며칠씩이나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대학교직원이 아닐까?
학생은 스무살배기로 고3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오늘이 수능일인데 땡땡이를 쳤나? 확인을 하니 고등학교 축구선수로 스카웃이 되지 않아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국토종주 중이라고 한다. 실업축구단 선수로 진로를 정할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저녁 식단이 푸짐한게 내 입맛에 딱이다. 제육두루치기에 술이 빠지면 차라리 제육두루치기가 없어야한다. 민박집이라 술을 팔면 걸리기 때문에 없다고 하기에 때를 쓰니까 옆집 아저씨들이 먹던 술이라고 하면서 여기저기 훑어서 세병을 만들어 내놓는다. 술값을 받으면 걸리니까 안 받겠다고 한다.
국토종주 선배로서 일장 강의를 하면서 젊은이들과 술잔을 주고받는다. 학생은 어려워서 술잔대신 물만 들고 직장 젊은이들은 어려워서 내가 건네주는 술만 받아 머리를 돌리고 잔을 기울인다. 워낙 남 술 따라주지 않는 습관이 있어 세병 중 두병은 내가 해치운다. 이정도면 신경안정제는 적당히 복약한 것 같다.
내일 달성보까지의 긴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한다. 내일 현풍에 들어가면 저녁에는 현풍할매곰탕이 기다린다.
『주행리포트』
○ 주행구간 : 충주탄금대-수안보-연풍-이화령-문경불정역-상주상풍교-상주보-
(상주자전거민박집)
○ 주행거리 : 116.76km
○ 주행시간 : 09:25~18:25 총 9시간(휴식시간 포함)
* 휴식시간 제외 6:39‘29“
『종주 풍경』
충주단금대에서 출발 - 부스 앞에 아줌마 라이더들은 충주댐을 가는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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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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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수안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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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개도 넘어가고 - 뒤에 조감사 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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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374m 소조령(작은 새재)도 넘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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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으로 오르는 길목 충북 괴산 연풍면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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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 오르막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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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왔다. - 도로를 독차지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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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548m 이화령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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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는 찬바람이 몰아치고 이화령산장에는 길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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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떡국과 깔끔한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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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에서 문경으로 내려가는 길은 엄청 바람 불고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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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내려왔다. - 문경새재 관문, 영남대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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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 조령산, 주흘산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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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문경 불정역 - 레일바이크 레저단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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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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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감시단의 경비행장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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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줄기를 만났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7DE395469AA28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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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상풍교 - 직장인 두 젊은이가 인증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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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풍교를 건너서 상주보로 가는 길이 날씨는 춥고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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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교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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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자전거박물관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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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에 도착했으나 추운데 떨면서 민박집 픽업차량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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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에 도착했다. - 왼쪽 눈 똥그란 사람은 트럭운전자, 그 옆에 웃는 사람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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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국토종주 길잡이 민박집 여주인은 요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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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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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행기록을 읽기만하는데도 나는힘이드네요.
국토종주2회차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