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와 함께 팝스를 뒤흔든 앨범이 하나 있었죠. "이게 대체 무엇이냐", "인류가 받아들이기 이른 앨범" 등등의 평가를 받은 이 앨범은 결국 "팝스크리틱"이라는 새로운 게시판을 만드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다들 아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4집, "Sweetener"입니다. 팝스월드 반응과 다르게, 아리아나 그란데의 Sweetener는 빌보드 200에서 1위로 데뷔했음은 물론, 다양한 평단에서 2018 최고의 앨범들 중 하나로 선정되기에 이르는데요. 지금까지의 앨범 중 가장 '스스로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Sweetener의 전체적인 테마와 곡 가사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는데요. 스위트너의 길로 팝스분들을 인도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명반" 스위트너의 세계로.
3집 "Dangerous Woman" 이후 활발한 투어를 진행 중이던 아리아나 그란데. 투어는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흥행을 모두 잡은 채로 순항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5월 22일, 그녀는 유럽 레그 일정이던 맨체스터 공연 이후 모두가 아는 크나큰 시련을 겪게 되는데요. 바로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 사건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직후 공연장 매표소에서 발생한 테러는 아리아나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broken.
— Ariana Grande (@ArianaGrande) May 23, 2017
from the bottom of my heart, i am so so sorry. i don't have words.
이후 아리아나는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무려 23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을 입은 해당 사건은 아리아나를 따라 다니는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리아나는 기쁠 때는 기쁘니 기분 좋게 일에 임하고 슬플 때는 일하면서 슬픔을 이겨 내는 타입. 해당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자신의 상태는 어떠한지 아리아나는 자전적으로 꼼꼼히 기록해 내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앨범이 바로 "Sweetener"가 되겠습니다.
(Sweetener 전에는) 이렇게 깊게 몰두한 적이 없었어요. 제 감정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제 자신의 감정들과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죠.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게 되었고요. 더 많은 치료가 가능했어요.
- TIME 과의 인터뷰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실제로, Sweetener가 아리아나가 PTSD를 겪으며 만든 앨범이라는 증거는 Sweetener 곳곳에 드러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아트워크나, 제목을 쓰는 방식에도 해당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God is a woman"을 제외하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Sweetener era에 발매한 모든 앨범 및 싱글 커버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뒤집힌 사진을 사용하거나 글자를 거꾸로 뒤집은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맨체스터 테러 이후 PTSD 증상을 호소하며 "종종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데에서 나온 모티프입니다.
(모든 싱글 커버 및 앨범 커버의 모습. 텍스트 혹은 사진이 거꾸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자전적인 앨범에서 아리아나가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리아나는 앨범을 통해 크게 세 가지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요, 하나하나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앨범에서 가장 꾸준하고 두드러지는 목소리는, PTSD로부터의 극복을 포함한 북돋움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era의 시작을 알렸던 싱글은 "no tears left to cry"였는데요, 음악으로서 아리아나가 맨체스터 테러 이후 낸 첫 목소리였죠. 그래서 그런지 no tears left to cry에는 테러 이후 상처 받았던 아리아나 그란데의 마음과, 그 마음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먼저 싱글 커버부터 보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거꾸로 뒤집혀 있는 텍스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아리아나의 눈가를 비추고 있는 무지개입니다. 비가 내린 후 뜨는 무지개를 아리아나 눈가에 비춘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 맨체스터 테러 사건 이후 흘렸던 모든 눈물 이후, 이제는 희망이 그녀 안에 자리잡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3집을 기점으로 작사, 작곡 및 프로덕션에 많이 참여하는 편입니다. 이번 Sweetener 역시 굉장히 자전적인 앨범인 만큼 곳곳의 가사에서 그녀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아리아나 그란데는 no tears left to cry에서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를, 바닥까지 쳐 내려 간 절박한 상황이 아닌 더 이상 울 일 없는 긍정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아리아나의 앨범은 굉장히 정치적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 이후 테러 단체 ISIL은 본인들이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이슬람 근본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ISIL은 성소수자에게 가하는 자비 없는 탄압으로도 악명 높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그녀의 눈가에 이제는 무지개를 띄우는 방식으로 테러에 응답합니다.
비슷한 가사를 다시 한 번 더 no tears left to cry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아마 해당 곡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이데올로기가 드러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린 이 모든 혐오에 가담하기엔 너무 잘나서 그냥 밖에 나와 즐길 뿐이지."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가 일어난 후 보란듯이 One Love Menchester 자선 콘서트를 맨체스터에서 열고 수익을 기부했던 그녀의 태도와 일치하는 가사입니다. 소수자의 색깔은 언제나 지적당하고 지워집니다. 아리아나는 무려 해당 앨범의 리드 싱글에서 "난 그 색이 좋다"고 공언합니다.
또 하나, 갈색으로 표시된 가사 역시 주목할 만 합니다. "비"가 온 뒤 뜨는 무지개. "비"가 내릴 때도 그냥 나와서 즐기자는 가사. 아리아나는 앨범 전체를 관뚫는 모티프 중 하나로 "비"를 사용하는데, 이는 시련, 고난, 혐오 등 이겨내기 힘든 어둠의 세력들을 상징합니다.
no tears left to cry에서 벗어나, 앨범을 처음부터 찬찬히 훑어 보겠습니다.
"raindrops (an angel cried)"
첫 번째 트랙인 "raindrops (an angel cried)"에서 no tears left to cry의 비 모티프가 앨범의 시작부터 바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가 오던 날 네가 나를 떠났다는 가사는 맨체스터 경기장 희생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아리아네이터들 사이의 정설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오던 날, 그녀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 그녀는 그 이후 그녀에게 닥친 시련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breathin"
PTSD로부터 극복하는 과정이 가장 오롯이 담겨 있는 트랙 중 하나인 "breathin"입니다. 실제로 아리아나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불안했을 때 해당 곡을 썼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죠. 스스로도 이 모든 것이 만들어진 상상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불안해 질 때. 실제로 breathin의 브릿지 부분인 "음마음마 예" 하는 부분은 숨 쉬는 과정과 유사한 소리로 녹음했다는 팬들의 추측이 있습니다.
'breathin'은 숨 쉬는 과정에 대한 곡이에요. 불안할 때 말이에요. 불안하고, 음, 숨을 온전히 쉴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감정이에요. 그 감정에 대한 곡이에요. 이 곡을 녹음할 때 불안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스튜디오에서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자주 그랬죠. 그 안에서 나와서 바람을 쫌 쐬어야 했어요. 제가 이런 얘길 하니까 숨을 못 쉬는 거에 대해서 곡을 써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써 봤어요.
-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의 인터뷰
"the light is coming (feat. Nicki Minaj)"
아리아나에게서 "빛"을 가져간 그들에게 아리아나 그란데가 선사하는 노래는 바로 "the light is coming"입니다. 사실 많이 실험적인 트랙이라 팝스에서도 반응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는데요. 아니... 사실 정말로 좋지 않았는데요. 특히 샘플링되어 뒤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아저씨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죠. 그런데 해당 샘플링이 곡의 정치적 메시지를 배가시키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 and, instead, you wouldn't let anybody speak..."
(웹에서는 코드가 먹히는데 모바일에선 안 되네요. 40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해당 구절은 미국에서 2009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민주당의 건강 보험 프로그램 (=오바마케어) 에 관해 논쟁이 일어나던 도중 한 남자의 발언을 샘플링한 것입니다. 남자는 당시 상원의원이던 Arlen Specter에게 항의하며 "당신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직책에 있지 않느냐? 나는 나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발언할 준비를 해 왔으나, 대신 당신들은 그 누구도 발언하게끔 해 주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이다죠. 어둠을 이기는 빛입니다.
샘플링 이외에, 가사는 노골적으로 "본인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실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 사건 이후 수많은 루머에 휩쓸렸던 그녀. 그리고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획대되어 큰 갈등을 빚었던 테러 사건. 그 사이에서 그녀는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비꼬며, 그들을 바로잡기 위해 빛이 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의 가사는 진실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모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에게 건네는 아리아나의 비꼼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듯 싶습니다.
"get well soon"
어느덧 마지막 트랙, "get well soon"입니다. "breathin"과 더불어 가장 맨체스터 테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트랙이지요. 왜냐구요? get well soon의 마지막에 아무 소리 없이 비워져 있는 40초간의 공백은 테러로 희생당한 모든 사람들을 기리기 위함입니다. 또한, 해당 트랙은 5분 22초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는 2017년 5월 22일에 일어났습니다.
아리아나는 굉장히 많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불안 증세가 해당 사건 이후 심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그녀의 기록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렇고요. 근데 이전까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이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투어 이후 집에 오니 그 어느 때보다 증세가 심각해 졌더라고요.
- Vogue와의 인터뷰에서
굳이 지금까지 꺼내 놓고 이야기를 안 했던 이유는, 삶이 그냥 그런 건 줄 알았거든요. 한 3달 동안은 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 기분 나쁜 방식으로요.
- TIME 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은 내 불안 증세에 대한 거야. 3달 정도 동안 기분 나쁘게 몸이 계속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더라고. 내가 내 밖에 나와 있는 느낌? 진짜 무서웠어. 숨도 잘 안 쉬어지고. 그거에 관한 거야.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노래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대한 거야. 이걸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가 위로가 되길 바라.
- get well soon에 대해, 트위터에서
실제로 아리아나가 "둥둥 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증상은 PTSD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이인증 장애(depersonalization)의 증상입니다. 그녀 속에서 울리는 수많은 그녀의 목소리. 만일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극한의 상황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그녀 안의 불안들. 그래서 날아가 버리기 전에 스스로를 진흙 속에 꽂아야겠다고도 이야기하지요.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연꽃에 본인과 맨체스터 사건을 빗대었다는 팬의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아나는 그 고통 속에 숨으려 하지 않습니다. 외려 본인과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지요.
이렇게요. 정말 스윗한 사람입니다. ㅠㅠ
한편, 아리아나가 이 힘든 과정을 겪는 동안 아리아나를 지켰던 것은 맥 밀러였습니다. 맥 밀러에게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모습이 지금도 보이죠. ("thank u, next"에서 그는 천사였다는 가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weetener에 맥 밀러에 대한 많은 노래가 수록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아리아나는 안타깝게도 5월경 맥 밀러의 관계를 마무리 지었고, 이후 아리아나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납니다.
바로 SNL 크루인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이죠. SNL에 나와 "아리아나와 관계를 가질 때 피임약을 사탕으로 바꿔치기했다"는 망언을 하는가 하면 아리아나에게 큰 트라우마였던 맨체스터 사건을 희화화하는 개그를 SNL에서 시도하기도 하여 큰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weetener에는 피트 데이비슨을 향한 달콤한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리아나가 처음으로 약혼했던 관계인 만큼 아리아나는 피트를 정말로 사랑했던 것 같아요.
맥 밀러에게서 피트 데이비슨으로 선회하는 과정은 Sweetener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better off"
해당 곡은 맥 밀러에 대한 곡입니다. 맥 밀러는 상습적인 마약 복용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리아나 또한 그의 중독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나, 결국은 이 문제가 그들을 갈라놓은 것 같습니다. 아리아나는 더 이상 맥 밀러와의 관계에서 안정을 얻지 못합니다. 그의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 더 편하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여담으로, 맥 밀러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는 앨범 "The Divine Feminine"을 발매한 바 있는데요. 이후 트위터에서 "마음을 바쳐 10곡짜리 앨범을 만들어 줄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을 재활원에 버려두고 아리아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그와 헤어지다니 할리우드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라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에게 아리아나가 "사실 그 앨범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다 (Cinderella 트랙만 나에 대한 얘기다). 독이 되는 관계 ("toxic relationship") 에 있기를 강요하며 여성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최소화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에 미쳐있다는 숙어 "head over heels"를 남자인 맥 밀러에 맞추어 "head over shoes"로 바꾼 것이 재치 있는 가사 표현입니다.
"R.E.M"
이후 아리아나는 피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누가 봐도 피트 데이비슨이라 웃음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이후 아리아나는 피트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의 관계가 마치 꿈만 같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까요. 실제로 곡에는 "범범범범범범" 하는 코러스가 삽입되는데, 이는 The Chordettes의 1954년 노래 "Mr. Sandman"에 대한 오마쥬로, 똑같은 "범범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이 곡은 꿈에 나타나 줄 샌드맨 (사람들을 재우고 좋은 꿈을 꾸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음) 을 찾는 내용입니다.
"goodnight n go"
딱히 비하인드랄까... 설명할 게 없는 트랙이네요. 달달하죠? ㅎㅎ 이 곡은 이모젠 힙의 곡을 커버한 건데요, 아리아나는 원래 이모젠 힙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다른 이모젠 힙의 노래를 커버한 적도 있어요. 이모젠 힙도 해당 커버에 대해 영광이라는 뜻을 밝혔고요.
"pete davidson"
아리아나는 끝끝내 "pete davidson"이라는, 약혼자의 이름을 딴 노래까지 트랙으로 수록해 버립니다. 모두가 후회할 거라고 했지만 결국에는 이런 일을 저질렀던 그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 채... 가사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더 슬퍼요... 흡
그 와중에, 종교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God is a woman"을 수록한 앨범인만큼 Sweetener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아리아나는 그 전부터 March for Our Lives 행사 (총기 규제 찬성 행진) 에 참여하거나,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거리낌 없는 아티스트로 유명했는데요.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목소리가 두드러집니다.
"successful"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렇게 재미를 보고 성공적일 수 있다니 기분 째진다"고 노래하는 "successful"에는 이러한 가사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God is a woman을 빼고는 가장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적 가치가 드러난 가사일 것 같습니다. 이 가사는 주로 남성이 하는 대사를 아리아나가 함으로써 남녀 역할을 역전시킨 것으로, 남성이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근하여 집에 있는 아내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대사이기 때문입니다.
노래 후렴에서, "and girl, you too, you are so young and beautiful and so successful"이라고 자신만을 과시하기보다는 같은 여성을 칭찬하며 피메일 임파워먼트에 동참하는 가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리아나는 남자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어 못 참겠다는 가사를 내내 노래합니다. 기존에 "남성"에게 기대되던 역할을요.
"borderline"
"borderline" (직역하자면 경계선) 은 아리아나 마음 속에 있는 경계선으로, 친구 관계와 연인 관계 사이 그어져 있는 선을 의미합니다. 보통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은 여성 아티스트 노래의 가사들이 수줍은 여성의 마음,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다가와 달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다르게, 아리아나는 "내 아이스크림을 한 번 맛보면 절대 못 떠날 것"이라며, 그러니 남성에게 더 들어오지 말고 경계선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God is a woman"
마지막으로 giaw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킨 트랙입니다. "Is God a woman?"도 아니고 "God is a woman"이라니... 특히, 약자인 "R.E.M"을 빼고 모든 노래 제목이 소문자화되어 있는 이번 앨범에서 "God is a woman"의 God은 대문자화되어 있어서, 해당 하느님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유일신으로서의 하느님이 맞다고 확정하면서 종교계에서 큰 논란이 되었는데요. 결국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하여 곡은 빌보드 핫100 탑10에 진입한 Sweetener era 두 번째 싱글이 되었죠.
실제로 God is a woman 뮤직비디오에서 역시 피메일 임파워먼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요.
여성의 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 안에서 헤엄치는 아리아나
남성들의 "걸레" "가짜" 등의 언어폭력에도 굳건한 아리아나
(뮤직 비디오에서 해당 언어들을 던지는 것은 남성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노골적이게도... "유리 천장을 깨 부수는" 아리아나
또한, 마지막 장면은 무려 마돈나의 나레이션이 배경에 삽입되는데요, 해당 구절은 구약성서의 하나인 에스겔서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내가 그들을 호되게 벌하고 크게 보복하여 내 분풀이를 하면, 그제서야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 것이다.
에스겔 25:17
정말로 "신은 여자"라고 우리를 설득하려는 듯 뮤직 비디오가 굉장히 섬세하고 계획적인데요. 곡과 뮤직 비디오의 여파에 대해 질문한 팬에게 아리아나는 "예상하고 있었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모두에게 이해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는 내가 내 자신이 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 나는 안전하게 놀기보단, 그렇게 스스로를 발견하겠다" 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리아나의 앨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리아나의 앨범은 결국 "혐오의 극복"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ISIL의 무차별 혐오 속에서 PTSD로 고통 받던 스스로를 극복해 낸 기록. 혐오의 시대, 여성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기록. 스스로의 삶 속에서 그 모두가 녹아났다는 점에서 Sweetener는 지금까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반 중 가장 자전적인 레코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평단은 음반을 평가할 때 생각보다 프로덕션만큼이나 "가사"와 "진실성"에 많은 포커스를 두곤 합니다. 팝스월드에서 Sweetener가 달갑잖은 반응을 얻었던 것과 달리, 메타크리틱에서 앨범이 81점을 받고, 빌보드 선정 <2018 올해의 앨범 50>에서 1위에 오르고, 스테레오검 선정 <올해의 앨범 50>에 3위, 컴플렉스 선정 <2018 올해의 앨범> 4위, 뉴욕 타임즈 선정 <올해의 앨범 28> 7위에 랭크된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Sweetener, 이제는 좀 달리 보이시나요? Sweetener를 내고, 맥 밀러를 잃고, 피트 데이비슨과 파혼한 후,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 대해 노래한 "thank u, next"로 첫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오른 그녀. 현재 그녀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포티파이 먼슬리 리스너 보유자이기도 한데요. 빌보드 "Woman of the Year" 상을 수상하면서, 아리아나는 "올해는 커리어로서 최고의 해였지만, 개인적으로 최악의 해였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녀의 삶의 굴곡과 그 안에서 스며 나온 진실된 레코드. 무차별적인 혐오의 시대 속에서 길을 제시해 주는 레코드. 이 레코드를 받아 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아마도 앨범을 곱씹으며 즐기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어둠이 훔쳐 간 모든 것을 돌려 주러 빛이 오고 있으니까요.
첫댓글 리뷰 사랑합니다ㅠ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개드세요 스위트너 이제 명반입니다
이 앨범 가사는 잘 몰랐는데 가사가 엄청 멋있는 곡이 많네요. No Tears Left To Cry랑 God Is A Woman 진짜 멋있고 맨체스터 테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곡들도 저렇게 수록된 줄 몰랐어요.. 암튼 알찬 리뷰글 감사드립니다.
그쵸? 저도 원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던 앨범인데, 하루 날 잡고 가사를 찾아 보다가 엄청 생생하게 테러로부터 극복한 흔적이 기록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조금이나마 스위트너가 좋아지셨길.. ㅠㅠ!!
정독했어요. 모두 다 좋아하는 트랙이었는데(tlic빼고..), 비하인드 스토리 들으니 그 트랙들이 더 좋아질것같아요ㅋㅋㄱ항상 보던 커버 무지개도 그런 뜻이 있었다니 ..ㅠㅠㅜ대박이네요. 영리한 것 같아요.. !!
그쵸!! 저는 사실 tlic도... 좋아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미친듯... 사실 엄청 영리한 가수 같아요 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ㅎㅎㅎ
본격 앨범보다 리뷰가 더 좋은....
앨범은 아직도 너무 구리네용 ㅜㅠ
ㅠㅠ 그래두 조금씩 들어 보세요 점점 좋아지실 수도... 뜻을 알고 듣는 건 또 다르잖아요?!
왜 이제 올리셨어요ㅠㅠ 강력한 올해의 게시글 후보였을텐데
왜냐하면.... 시험기간.............
확실히 평단으로부터 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지 제대로 알 거 같네요. 아리아나가 현재 본인의 위치까지 올라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나 봅니다. 음악에 제대로 재능이 있는 친구네요. 머리도 좋고...다시 보이네요. 하지만 음악이 정말 너무나도 실험적이라서,,, 이지 리스닝한 저의 귀에는 아무리 앨범을 돌려 들어도 들어 오지가 않네요ㅜㅜ 훌륭한 음반인 건 인정하지만, 그렇게 대중적인지는 또 잘 모르겠네요. 고퀄 리뷰, 땡큐 베리 망치~
ㅎㅎ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죠 기존 상업적인 곡들의 구조를 파괴한 곡들도 많이 보이고요. 저는 그 안에서 본인이 메시지를 남기려 했다는 점이 너무 좋더라구요!
글 넘 잘쓰셨다...ㅠ
진짜 젛은 리뷰네요
글 너무 좋네요 마치 좋은 책의 일부를 읽은 느낌? 아리도 멋지고 이런 고퀄 리뷰 올려주신 쏘프레시님도 멋져여...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와... 선댓글 후감상이요 정성 ㅠㅠㅠ
훠 고퀄리티...
헐.........
아리 앨범 좋은 건 알았는데 이런 의미가 있었네요 ㅠㅠㅠㅠㅠ 의미중요벌레인 저는 아리앨범 들으러 감니다... ★
진짜 정말 멋있고 강한 사람이 긍정적 에너지를 쏟아부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대박스...!
체고의 리뷰....
또 보러 왔슴미다..
ㅋㅋㅋㅋㅋㅋ 저두 오랜만에 알림 떠서 지금 봤네요 어떠셨어요!
아리...❤️ 앨범 리뷰 보니 더 좋아졋네요 흑흑 눈물훔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