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창선 두 섬으로 이루어진 경남 남해군은 북으로는 하동군과 사천시 동쪽엔 바다백리길의 통영시 서로는 전남 광양 여수와 이웃한 섬으로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금산(681m)을 비롯해 망운산(786m) 호구산(627m) 설흘산(482m) 등의 명산과 조도 호도 노도 등 유 무인도 80여개 또 보리암 상주 해수욕장(은모래비치) 원예예술촌 가천다랭이마을 독일마을 원시어업 죽방렴 등을 거느린 진정한 보물섬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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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1(남해 바래길 제1구간이 지나는 선구리 일대. 응봉산~설흘산 산행의 초입이 되는 마을이기도 하다. 붉은 흙이 깔린 밭에는 시금치와 고구마 등을 심는다.)
남해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남해 바래길은 2014년 12월 현재 제1코스 다랭이지겟길(13.7km), 제2코스 앵강다숲길(14.6km) 제3코스 구운몽길(15.6km) 제4코스 섬노래길(12.4km) 제5코스 화전별곡길(14.7km) 제6코스 말발굽길(14.6km) 제7코스 고사리밭길(14.3km) 제8코스 동대만진지리길(10km) 제13코스 이순신호국길(7.2km), 제14코스 망운산노을길(10.4km) 등 총 14구간 중 10개만 완공된 상태다
바래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동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던 남해 여인들의 고단한 삶을 이르는 말이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마치 품안의 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처럼 남해의 어머니들은 파도가 철썩대는 해안과 산비탈 논 밭 그러니까 바래길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남해바래길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길이다 완공된 거리만도 대략 130여km 걷는 데에만 약 45시간이 걸린다 2010년엔 문화체육 관광부에서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가 되기도 했다
남해 가는 길
하동(남해대교)과 사천(창선․삼천포대교) 각각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된 남해는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면서도 차량 통행이 가능해 가끔 섬이라는 걸 잊게 만드는 곳이다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하동IC로 진입해 핏빛의 남해대교를 건넌다 이곳은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목숨을 잃은 7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노량해전의 바다다 4월이면 하동의 쌍계사에서부터 이어진 벚꽃길이 바다를 건너 이곳 남해까지 연분홍 꽃잎을 흔드는 곳 하여 남해대교를 건너는 길은 숙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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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2(남해 바래길은 바다와 숲과 마을과 사람이 공존하는 길이다.)
남해 바래길 제1코스 초입인 평산항(평산마을)으로 가려면 차를 더 남쪽으로 달려야 한다 남해 그중에서도 남면 하필이면 꽃도 단풍도 없는 이 계절에 만난 게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길 앞으로 약 1년 남해의 바래길은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 꽃들이 흐드러진 봄과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을 만날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발 앞에 펼쳐질 이 섬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여 남해의 겨울이 황량 일색만은 아니다 마늘과 시금치와 고구마 또 제주를 떠올릴 만큼 옥색으로 물이 든 바다 추운 날씨에 유독 붉고 싱싱한 흙들 뿌리를 더 깊고 넓게 내린 생명력들이 겨울의 남해에서 짙은 초록으로 물이 들고 있었다
평산항~유구마을~사촌해수욕장(사촌마을)~선구마을(몽돌해변)~향촌마을~빛담촌(펜션단지)~가천다랭이마을로 이어진 다랭이 지겟길은 남해의 수려한 풍광 감상과 더불어 비탈을 깎아 만든 농로를 지나 바다로 다녔던 선조들의 모진 삶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이제 그 낯선 길 위에 첫발을 내디딜 차례다
싱싱한 남해 노지 시금치
민박과 횟집이 밀집된 평산항에 주차를 한다 바다를 향해 선 차의 뒤꽁무니에서 배낭을 꺼내 길을 나선다 남해의 바람이 유독 차가운 날이었다 잠시 멈칫거리면 몸이 휘청거릴 만큼 강한 바람이다 마을 담벼락에 남해 바래길에 어서 오시다라고 적힌 환영 문구가 보인다 이 담을 돌아 나서면 본격적인 1코스가 시작된다 이정표대로라면 13.7km에 약 4시간 하지만 넉넉히 5시간 남짓 잡는것이 좋다
마늘밭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선다 만조주의라고 적힌 안내판이 심상치 않더니 바람에 밀려온 파도가 길 위로 쏟아진다 으악 방심하는 사이 겨울을 잔뜩 묻힌 바닷물이 배낭 위로 철썩 와 닿는다 마치 비가 온 것처럼 길 중간 중간 물 웅덩이가 생겼다 가능한 바다와 멀리 떨어져 걷다가 다시 슬금슬금 바다 곁으로 붙는다 여름은 아니지만 이렇게 파도와 걷는 길이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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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3(남해 특산물 중의 하나인 시금치.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일손을 돕는다.)
1시간쯤 걸었을까 가야 할 길은 직진인데 세 개로 나뉜 이정표 중 하나가 왼쪽 언덕 위 전망 좋은곳을 가리킨다 오전 한때 빗방울을 뿌렸던 하늘은 완전히 개어 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전망데크나 팔각정 대신 시금치 밭이 놓였다 유구마을에 사신다는 노부부가 시금치 수확에 한창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할머니의 파란색 판초우의와 초록의 시금치 잎이 파르르 떨렸다 낫을 쥔 손가락이며 손톱은 깨지고 으깨진지 오래다
추운 날씨에 힘들지 않으세요?
그래도 마늘보단 나아요 추울수록 더 맛있고요
콩을 심었던 밭은 겨우내 시금치 밭으로 변신한다 비닐을 씌운 여느 밭과는 다르다 남해의 밭들은 전망이 좋은 곳에 있다 마치 펜션과 경쟁이라도 하듯 사방 트인 곳마다 시금치와 마늘과 고구마가 자란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은 더 초록답고 붉은 흙은 더 붉다 해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남해의 특산품들은 그래서 더 달고 맛나다 왔던 길을 돌아보면 바다다 비치 색 바다엔 점점이 찍힌 어선이 보인다 저 배들은 또 무엇을 끌어 올리고 있을까 어쩌면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멸치떼 일지도 모르겠다 남해의 초겨울은 끊임없이 바쁘다 배낭을 열어 간식으로 챙겨온 빵을 내어드린다
시금치라도 드려야 할낀데
밭에서 금방 캔 시금치를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을 푼 뜨거운 물에 데치고 친정 엄마가 만든 된장에 조물조물 묻혔을 때의 맛을 상상한다. 마트에 가지런히 포장돼 진열된 시금치와는 그 격이 다를 터 갈 길이 멀지 않다면 한 자루쯤 사고 싶을 만큼 웅크리고 앉아 또는 허리를 굽혀 수확한 시금치는 10kg 한 자루에 겨우 1만원 남짓이다 미처 수확을 하지 못해 웃자란 녀석들은 상품성 저하로 폐기되거나 밭에 방치되기도 한다 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이정표를 봤던 삼거리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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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5(사촌마을(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쉼터.)
아 뜨거운 커피가 그립다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해양경찰 간판이 붙은 건물로 들어선다 바람을 막은 유리창 너머로 남해의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저 죄송하지만 커피좀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여기 앉으세요 선구마을 몽돌해변에 부딪힌 바닷물이 차르르 차르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배낭을 구석에 세워두고 빵과 과일을 꺼낸다 제복을 입은 분들께 건네지만 손사래를 친다 우리끼리 먹고 마시기가 죄송하다 앳된 얼굴의 제복이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믹스커피를 건넨다 핸드드립이나 아메리카노만 마시느라 1회용 커피를 끊은 지 꽤 되었는데 이제는 마시고 싶지도 않았는데 와 언제부터 믹스커피가 이렇게 맛있었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다 마지막 한 방울 온기까지 목구멍으로 넘긴다
중간 중간 횟집이 보이긴 하지만 소규모 여행자들이 선뜻 들어서긴 망설여지는 곳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과 간식은 필수다 당분과 수분을 골고루 채우고 나니 까무룩 잠이 오려 한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얼른 자리를 턴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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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7(남해 빛담촌의 펜션 앞에서.)
길은 이국적 포스를 내뿜는 펜션촌 사이로 이어진다 이름하여 빛담촌. 지리산 둘레길로 치면 제15구간(가탄~송정) 피아골 은어마을 같은 곳이다 13월의 오후 메르블루 달빛2그램 등의 상호들이 지나는 이를 불러 세운다 이름처럼 예쁜 건물들은 겨울 비수기 때문인지 대부분 문이 잠겼다
길 위를 걷는 도보 여행객들의 발자국 소리만 바람 소리를 따라 텅 빈 거리에 흩날린다
바다와 마을 일색이던 길은 종종 숲으로 이어진다 바래길 사무국의 산은 아니고 언덕 두어 개쯤이란 정보는 순전히 위장용이다 아니 사실은 떨어진 체력을 거짓 정보 탓으로 돌리려는 궁색한 변명이겠지만 말이다 2014년도 이제 끝 나이에 숫자 하나가 붙을 때마다 체력은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가을이 숲 안쪽에 가득하다 오르막이 헉헉 제법 힘들다 결단코 만만히 볼 코스가 아니다
오후 4시를 막 넘긴 시각 구간 종점인 가천다랭이 마을의 절반은 이미 어둑한 산 그림자에 잠겼다 마을 위쪽 카페에 들러 미처 채우지 못한 커피 갈증을 풀어 놓는다 남해를 찾은 여행객들의 찻잔에 추억 하나씩이 담겼다 손끝에 와 닿는 따뜻한 온기가 식을 때쯤 마을은 완전히 설흘산 그림자 속에 묻혔다 겨울이 마냥 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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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6(제1구간 '다랭이 지겟길'의 종점이자 2구간 출발점인 가천다랭이마을. 먹고 마시고 묵어갈 집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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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8(선구 몽돌해변을 지나 닿는 향촌마을 앞 바다.)
INFORMATION |남해 바래길_ 제1구간 다랭이 지겟길 구간 정보
제1구간(다랭이 지겟길) 구간별 거리
평산항-유구마을(3.5km)-사촌해수욕장(3.3km)-선구마을(1.5km)-향촌마을(1.0km)-가천다랭이마을(4.4km)
거리: 약 13.7km
시간: 휴식 포함 약 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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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9(남해 바래길 1구간. 자료출처=남해바래길)
홈페이지와 공식 리플릿에는 16km라고 나오지만 구간 초입인 평산항 이정표에는 13.7km로 표기돼 있다 소요시간의 경우 리플릿과 홈페이지는 5시간 평산항 이정표에는 4시간이라고 되어 있는데 점심식사를 할 경우엔 넉넉히 5시간 30분쯤 잡아야 한다 구간 시작점인 평산항에서부터 바다를 우측에 두고 걷는 길로 마늘 시금치 고구마 밭 등을 지난다 평산 캠핑장 앞길에는 만조주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바람이 거센 날엔 길 위로 파도가 쏟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평산항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 유구마을 사촌마을 전망 좋은 곳 이렇게 이정표가 갈린다 전망대의 경우 특별한 구조물이 설치된 게 아닌데다 언덕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이정표를 본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후 작은 자갈해변을 지나 삼여도까지 산을 오르내린다 포장도로와 숲을 지나 사촌해수욕장이 있는 사촌마을을 지나면 다시 숲이 나오고 이후 선구마을과 몽돌해변을 지나 향촌마을에 각각 닿는다 향촌마을 전망대에선 솔숲과 공동묘지를 지나고 이후 펜션촌인 빛담촌을 지난다 가천다랭이 마을에 닿긴 전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야 한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경사가 있는 편이다 길 위에는 초록색과 노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데 1구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경우엔 노란색을 따른다
오가는 길 (지역번호 055)
대중교통 |서울 서초동남부터미널에 남해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아침 7시 첫차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하루 11회 운행하며 요금은 23,700원 4시간 30분쯤 걸린다 진주(5,700원) 부산(11,900원) 대전(15,600원) 동서울(26,000원) 순천(6,200원) 등에도 남해를 오가는 버스가 있다 남해 버스터미널에는 구간 시작점인 평산마을(당항, 남면 방향)과 가천마을을 오가는 버스가 있다 1시간에 1대꼴이며 가천마을이 종점이다
터미널 연락처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02-521-8550, 남해시외버스터미널 863-5056, 남흥여객 863-3507, 남면 개인택시 862-8853
자가용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대전J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부산과 광주에서는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출발지에 따라 하동IC 사천IC 진교IC로 진입한다 구간 초입인 평산항은 남해군 남면에 위치했다 네비게이션에 평산항을 입력하면 편하다 평산항과 구간 종점인 가천에는 모두 무료 주차가 가능하며 두 지점을 오가는 군내버스도 탈 수 있다
기타 정보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정자가 있다
평산항 향촌마을 가천다랭이마을 등에 식당이 있지만 걷기여행 중엔 식수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마실 물과 간식은 미리 배낭 안에 챙긴다 얇은 장갑과 따뜻한 겉옷과 모자, 또 보온병도 필수
화장실은 평산 캠핑장 삼여도해수욕장 사촌해수욕장 등에 있으며 급할 경우 마을 식당가를 이용한다
남해 바래길 리플릿은 남해군(www.namhae.go.kr)이나 바래길 사무국에 신청하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남해 바래길(www.baraeroad.or.kr) 055-863-8778
숙식정보
구간 전체적으로 민박(펜션)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식당의 경우는 주로 횟집인데다 비수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평산항(마을) 일대 평산 캠핑장(016-820-2112) 사촌마을(해수욕장) 선구마을 향촌마을 빛담촌(펜션단지) 가천 다랭이 마을에 묵어갈 곳이 많다 선구마을엔 달품게스트하우스(070-7716-6443)와 히말라야게스트하우스(010-8830-8485)가 있다 가천다랭이마을 숙박 정보는 마을 홈페이지(darangyi.go2vil.org)를 참고한다
첫댓글 키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남해를
내년엔 꼭 가보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