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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1군 첫 시즌이었던 올해 팀을 리그 7위로 이끈 NC 김경문 감독은“내년에는 창원 홈팬들이 더 즐거워할 수 있는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팀 훈련을 지휘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 /NC 다이노스 제공
"솔직히 말하면 감독 입장에선 그렇게 달갑지 않아요. 정규 시즌 끝나니까 내가 감독으로 잘못했던 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죠. 신생팀이라도 프로팀인데 7등 했다면 부끄러운 일이죠. 후하게 쳐서 올 시즌 우리 팀은 60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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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야구' 시즌 2올 시즌 개막 전 NC는 '꼴찌'를 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주장 이호준을 제외한 선수 대부분이 1군 경험이 없었다. 4월 2일 롯데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진 뒤 내리 7연패. 선수들은 경험 부족으로 실수를 연발했다. 김 감독은 "밖에 나가기가 부끄러워서 매일 경기 끝나면 방에 일찍 들어왔다"며 "방에선 경기 영상을 돌려보면서 돌파구를 찾는 데 골몰했다"고 말했다.
두산 시절부터 유명했던 김경문 감독의 '화수분 야구'는 서서히 빛을 발했다. 화수분 야구는 김 감독이 젊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두산 신고 선수로 입단해 리그 최고 타자로 발돋움한 김현수처럼 올 시즌엔 이재학(23)과 김종호(29)라는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중고 신인'인 이재학과 2군을 전전하던 김종호는 올해 각각 신인왕(10승5패, 평균 자책점 2.88)과 도루왕(50개)에 올랐다.
투타에서 제 몫을 해주는 선수가 등장하니 팀 성적은 자연스레 올랐다. NC는 7~8월 21승19패1무(승률 0.525)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아니라 잘해준 선수와 그들을 헌신적으로 가르친 코치들이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며 "나는 '잘해보겠다'는 절실한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를 찾고,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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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닌 야구로 보여주겠다"김경문 감독은 지난 2011년 취임하면서 "3년 안에 4강 가겠다"고 선언했다. 내년이 3년째 해다. 그는 '공약'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나 둘 해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 NC는 한 달 반 동안 10번의 연습 경기를 치렀다. 다른 구단의 2배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포스트시즌 경기까지 분석하면서 챙겨봤다고 한다. 그는 "우리보다 잘하는 팀 경기를 보면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꼼꼼히 정리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든든한 우군 2명이 함께한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이종욱(33)과 손시헌(33)이다. 둘은 두산에서 김경문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을 꽃피운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둘이 평균 연령 22.3세의 팀에 노련미를 더해주길 기대한다. 그는 "이종욱과 손시헌은 주장 이호준이 하던 역할을 함께할 것"이라며 "부단한 노력을 통해 FA로 성공한 둘은 젊은 선수들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제였던 불펜도 좌완 투수 이혜천 등을 데려오면서 착실하게 보강 중이다. NC는 올 시즌 9개 구단 가운데 7회까지 앞서다가 패한 경기(9번)가 가장 많았다. 김 감독은 "이제 선수단에 힘이 붙었고, 전력 보강도 착실하게 이뤄져 자신 있다"며 "내년 시즌에는 말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야구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