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작품 : 환상의 철부지들 - 판타스틱스 -
관람일시 : 7월 21일 오후7:30
관람장소 : 문화공간 샘
관람방법 : 기타초대
관람아이 연령 : 만 4세, 엄마
관람후기 : 솔직히...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공연입니다. 위치의 애매모호함과
롱타임 공연이라는 정보만 알고 있었기에 뭔가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해밀에서
자세한 정보를 알려 주셔서 잘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출구에서 100m정도 가니 '판타스틱스'포스터가 붙어있는 작은 봉고차가
한대 대기하고 있더라구요. '롤러 코스터'라 불리는 이 셔틀봉고 없이는 정말 가기
힘든 코스입니다.
구불렁 구불렁~ 언덕길을 한 5분쯤 갔을까, 작은 산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교회
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 좀 당황스러웠어요. 주로 공연이라면 대학로든 어디든
공연을 위한 전문적인 공연장에서 봐왔는데 의외의 위치와 의외의 장소...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을 선택할때 후기를 많이 참고 하는 편인데, 판타스틱스에 대한 후기는 사실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지 마음을 비우고 공연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기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회를 공연 장소로 사용한 곳이기 때문에 예배용 의자가 좌석을 대신했는데
2시간 동안 앉아있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맨 앞줄에 앉아서 배우들과 손바닥도
마주치고 발도 구르고...함께 참여할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연 시작전에 배우중 한분이 나와서 극의 특징과 공연장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으면 허술해 보이는 무대세트에 적잖이 실망할 뻔했습니다. 하드지로 만든 가위,
달등이 널부러져 있을 뿐이었으니..
여태까지 보아왔던 공연중 가장 심플한 무대였네요.
[20대 초반의 마트와 10대 후반인 루이자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바탕
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내용입니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
스하게 채워졌던 2시간...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잠시도 눈을 뗄수 없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항상 달빛아래 담장에서 몰래 만나야 했던 마트와 루이자.
달빛의 은은함과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사랑을 키워가던 이들은 어느날 환한 낮에
보고 서로 실망하게 되는데요, 이 장면에서 새삼스레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가슴에 새겨지더라구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분위기나 감정에 따라 상대방이 달라보이는것, 사랑이라고
느꼈던 감정들은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한순간에 냉담해져 버릴수도 있다는것.
진실된 사랑은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든, 로맨틴한 분위기든 아니든 그
사람 자체를 아끼고 이해하는것이 아닐까...
마트에 실망한 루이자는 사기꾼인 엘갈로의 겉모습에 반해 분신과 같은 목걸이를
뺏기고 만다. 마트는 화려한 도시로 떠나 술과 도박, 향락에 빠져 만신창이가
되고, 뼈저린 후회를 하며 고향으로 돌아온다. 사랑하는 루이자와 가족이 있는
곳으로...]
무대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보석상자 같은게 있었는데요, 공연 중간에 갑자기
거기서 할아버지 역할의 배우 두명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도 공연
시작후 30분 넘게 그 속에 쭈그리고 있었던것 같아서 말이죠. 불쌍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헨리와 머티머 할아버지의 감초같은 역할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헨리 할아버지는 멋진 탭댄스를 선보여 주었구요, 머티머 할아버지는 관객들을
열광과 폭소의 도가니에 빠지게 하더군요. 머티머가 무대에 등장하는 동안 배꼽
빠질뻔 했답니다. 나중에는 얼굴만 봐도 웃기더라구요~
판타스틱스의 가장 강한 매력은 '관객과 함께 한다'는 점 같네요. 말로만 함께
하는게 아니라 배우들의 말한마디로 관객을 이동시키고, 좌석에 함께 앉아 강렬한
시선으로 쳐다보고...참, 어떤 착해 보이는 청년한명은 주 타겟이 되어 함께 춤도
춰야 했답니다. ^^ 나중엔 자동으로 앞으로 나가더군요.
공연장 전체가 무대가 되고, 관객들을 공연에 포함 시키는것이 판타스틱스의
강한 매력일듯~
끝난후에도 유쾌함과 따뜻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더라구요.
아이들 보다도 어른들에게도 더욱 좋은 공연 이었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더
보고 싶은 강한 당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괜찮은 공연...
조개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심정이기에 대학로등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바램,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