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보면 생기는 부동산不動産이라는 이름의 물집,

[신정일]

걷다가 보면 생기는 부동산不動産이라는 이름의 물집,

코로나 19로 인해 2년 간에 걸친 공백 끝에 정기답사로 영산강을 이틀 걷다가 보니 상이용사가 속출했다. 이팔청춘님, 바겐세일 님, 슽칼렛, 따농, 많은 사람들이 발이 아프다고 난리가 아니다.

더구나 이팔청춘님은 발바닥에 물집이 두 개나 생겼다고 숫제 상이군인이 되었다. 그래도 가마골 용소애서 감양을 지나 광주시 용진동까지 도착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음 달, 그 다음달에는 나아질 테지, 하면서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감개무량하다. 2001년 한강 천 삼 백리를 열엿새 동안 걸으면서 일어났던 일이다.

“오래 걷다가 보면 피로가 누적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아직도 일어날 줄을 모른다. 한강을 걸을 때 발바닥을 살펴보니 내 발바닥에도 물집이 잡혔다. 진재언씨는 이번 답사로 새끼발가락이 통통하게 살이 쪄 있다. 1차, 2차, 3차, 4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물집이 계속 적으로 열일곱 개나 생겨 별명조차 ’물집‘으로 통하는 진재언씨는 일어나자마자 물집부터 짜고 있다. 왜 오래 걸으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는가?

"발꿈치를 사뿐사뿐 걸어야 하는데 발을 디딜 때마다 밀리니까 그 밀린 부분에 물집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김형곤 씨의 말이다.

"걷을 때 힘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 힘을 주는 부분에 마찰이 생기다 보니 물집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재언이 몸무게가 문제인 것 같아요. 몸무게가 비대하니까 그걸 못 이기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는 거죠" 손동명 씨의 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현준 기자의 의견은 다르다.

"신발 안에 발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서 공간이 생겼거나 힘이 완전히 분산되지 않아서 한쪽으로 몰렸을 때가 문제지요. 신발과 발의 형태가 딱 떨어지게 맞으면 물집이 안 생겨요. 한 군데만 물집이 자꾸 생기는 것은 걸음걸이가 문젠데 물집이 안 생기려면 걸음걸이를 달리 해야지요. 마라톤 선수들에게 물집이 안 생기는 이유는 뒤꿈치를 먼저 딛고 앞부분을 다음에 딛기 때문인데, 단거리 선수는 그와 달리 앞부분을 먼저 딛는다잖아요."

『지그재그 여행』이라는 책을 지은 퇴퍼는 그 물집을 제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도보 여행자에게는 신발이 전부다. 모자니 셔츠니 명예니 덕목이니 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물집이 생기는 가장 첫 번째 원인은 새 신을 신거나 신발이 불편할 때에 비롯된다. 19세기 무렵 캄차카 반도까지 도보로 여행했던 '카크란'이라는 사람은 여행을 같이했던 길동무에게서 물집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음처럼 기록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잠자리에 들 때 촛불의 그을음을 알코올에 타서 그걸로 발을 문지르면 된다. 그러면 다음날 물집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차츰차츰 구두가 발에 익숙해지거나 발이 구두에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많이 쩔뚝거렸지만 굳은살이 단단해져서 이제는 오랫동안 걸어도 아프지 않다."

아침부터 물집타령을 해서 그런지 밥맛이 너무 좋다. 그래 밥은 밥이다. 물집이 무서워서 밥을 못 먹을 것이 아니라 물집이 생기는 공간을 밥으로 채우면 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도 <막간>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물집을 예찬했지 않은가?

“나는 대지에서 생겨난 온갖 기억들과 소유물에 사로잡혀서 얼마나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가. 이것은 과거가 나에게 지워준 짐이다. 사막을 건너는 긴 대상隊商의 제일 마지막에 끼여 있는 작은 당나귀인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 과거는 말한다. ‘그대의 광주리에 이 열매를 가득 채워라.’ 일어서라. 당나귀여, 그리고 그대의 길을 가라. 그대의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기고, 그대의 발굽이 갈라질 때까지.(...)

그것은 짐이었어(...) 요람에서 나에게 지워진 짐이었어. 요람 속에 있을 때, 파도가 속삭이고, 느릅나무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노래하는 여자들의 낮은 노래 소리를 들었을 때에 지게 된 나의 무거운 짐이었어. 우리는 이 짐을 기억해야만 하며, 어느 날엔가는 잊혀지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정일’이라는 사람의 발은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쇠로 만든 다리같아서 아프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다리도 쇠로 만든 다리는 아니다.”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정말로 아프냐.’고 그때마다 대답한다.‘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고 말하는데, 먼 길을 걷는 것은 숙련되지 않는 기술, 또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걷는 기술이란 상징적으로 성스러운 땅에 도달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길의 자력에 발을 맡기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강물이 구불구불 흘러 가긴하지만 그렇게 흐르는 동안 줄곧 고집스럽게 바다로 가는 가장 짧은 지름길을 찾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서 말하고 있는데, 먼 거리를 오랜 시간 걷다 보면 가장 무리가 가는 부위가 발바닥이다. 그래서 쉴 때마다 길에 퍼버리고 앉아 발을 주물러주거나 물집을 치료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길을 걷다가 생긴 상처는 길을 걸으면서 치유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길을 나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발이 아프다는 것, 그 역시 나그네의 운명 같은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걷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스스로가 터득한 기술이 있을 뿐이다. 걸어가는 것도 쉬는 것처럼, 쉬는 것도 걷는 것처럼 해야 한다. 알고 보면 노는 것이 일하는 것이고 일하는 것이 쉬는 것이 아니던가?

쉬엄쉬엄 가다가 보면 마치 황진이가 노래한 것과 같이 “쉬어 간들 어떠리” 하는 마음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도 안 걷고서 상이군인인 된 사람들처럼 절뚝거리며 걸었던 도반들, 발바닥에 서너 개씩 생긴 물집들이 하나하나 덧쌓이면서 세월은 흘러 갈 것이다.

2007년 가을 관동대로를 걸어갈 때의 일이다. 택시를 타고 문막 Ic 부근에 숙소를 잡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민경권씨는 숫제 상이군인이나 다름없었다. 이수아씨는 발바닥에 불이 난 것 같다고 하며, 이기춘씨는 발이 아무런 감각이 없다고 한다. 사흘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걷게 했더니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방을 잡고서 민경권씨가 사뭇 비장한 어조로 내게 말한다.

“내일은 GS편의점에서 이 배낭부터 택배로 보내야겠어요. 그리고 여자들 생리대 있잖아요? 그걸 신발에 대면 발바닥에 물집도 안 생기고 안 아프대요, 그걸 대야겠어요, 선생님도 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제가 사서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그저 견디는 편이니까 한번 끝까지 견디어 보겠습니다.“

내가 민경권씨에게 말했다.

”야, 축하합니다. 물집은 부동산이잖아요. 언제든 팔 수 있는, 그러니까 물집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재산이 늘어나니 부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 부동산 안 팔리면 내가 팔아줄께요“

그래, 물집도 집은 집이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 국토를 한 발 한 발 걷다가 보면 집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지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 몸도 마음도 큰 부자가 되어 강남 한 복판에 큰 건물을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

2022년 4월 25일 월요일

[이팔청춘]

우리땅 출석 7년여만에~
오늘 한나절 버스 신세를 졎는데~이해를 할수 없는게~
1년여 신고있는 신발이고~최근 2~4월에 서울 둘레길 156,5km다 걸었는데~
우째 영산강 걷기 첫날에 부동산이 생겨서~그것도 조그만게 아니라 왼발 앞쪽 전체가~~~
내발 이지만 이해가 안됨니다.아마도 영산강과 궁합이 안맞는건지~~~
담달 영산강 2차때도 그런다면? 아마도 요상한 일이겠지요?
같이 동행하신 도반님들~
반가웠습니다
담달 영산강 2차에서 반갑게 해후 합시다~^^~

[교보샘]

길을 걸으면 집이생기니 앞으로 부동산 관심있는분들과 동행자가 늘어나겠어요

[신정일]

그래요.
다 부자가 되니
사실 나도
한 채 생겼어요.

[조프로]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joupou]

함께 걸어주셔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도 부동산 기대 해 보겠습니다~~ 김옥례

[네푸른]

이팔청춘 선배님께 대단 죄송한 말씀이지만..ㅎ
매사 변변찮은 제 몸에 괜찮은 게 딱 세 가지가 있는데요,
엄청 걸어도 발바닥 물집이 안 생긴다는 것..
엄청 강한 풍랑에도 멀미하지 않는다는 것..
엄청 피곤해도 아직까지는 한번도 코골이 하지 않았다는 것..

어이쿠!!
이러다 한 방에 골로 가는 날 있으리~~

[이팔청춘]

그랴?
좋겠구먼~
헌디~
아직 젊어서 그랑께 쬐금더 살아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