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초
[정의]무덤의 잡풀을 베어서 깨끗이 하는 일.
[개설]
벌초는 묘소를 정리하는 과정의 하나로, 조상의 묘를 가능한 한 단정하고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후손들의 정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봄, 가을에 하는데, 봄에는 한식을 전후해서 벌초를 하고 가을에는 추석 성묘를 전후해서 실시한다.
전통적으로 묘소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하여 벌초에 많은 신경들을 써왔다.
하지만 장기간 자손들이 돌보지 않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무덤이 있는데 이를 골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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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에 고향으로 벌초를 다녀 왔습니다.
그 지난 주에는 아들내미를 강릉 기숙사에 데려 준다고 영동고속도로를 타봤는데
벌초를 위해 고향을 찾는 효도객?들 때문에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 듯 했습니다.
다음 주가 추석이라 차가 막힌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상을 엎고 외곽순환도로-동서울-호법-여주-원주-제천으로 이어지는 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가 평균 시속 80~100km를 유지할 정도로 한산해서 도리어 이상했습니다.
아마, 다들 이번 주가 막힌다고 생각하고 지난 주에 벌초를 다녀왔나 봅니다.
이렇게 사람이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행운도 만날때가 있어 세상은 살만한가 봅니다.
실제로 부모님이 계신 천주교공원묘지에 가보니 대부분 벌초를 모두 끝냈습니다.
산뜻한 무덤群 위쪽에 우리 부모님 무덤만 잡풀과 잔듸가 제멋대로 자라있습니다. 죄송!^^
날짜를 맞춘 형님과 조카들...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후 처음으로 벌초행사에 참석한
딸내미와 함께 봉분과 주변의 풀을 깍아 내렸습니다.
올해도 제가 예초기를 담당했습니다.
십여년간 벌초를 하다보니 제법 자세가 잡혔습니다.
내가 예초기를 메고 풀을 깍으면 뒤에서 오늘의 시다바리 역할을 맡은 조카들이
갈구리로 풀을 모아서 묘역밖으로 갖다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거의 일년만에 벌초흘 하다보니 모터의 진동때문에 벌초를 마치면 오른팔이 진동으로 떱니다.
커피를 마시려고 잔을 들면 커피잔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는 느낌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낫과 톱으로 무덤 주변의 무성한 잡풀과 잡목을 정리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골총같던 심난한 부모님 무덤이 군대입대한 신병의 까까머리처럼 산뜻하게 변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벌초전과 벌초뒤의 기분이 다른데...무덤 주인들은 엄청 시원할 것 같습니다...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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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벌초전 심난한 풍경... 아래: 벌초뒤의 깨끗한 풍경...시원하고 산뜻하고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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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를 사용할때에는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합니다. 잡풀이 잘리면서 튀어다니는 작은 파편에 눈을 맞으면
큰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날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튀는 작은 돌도 조심해야 합니다.
작년 추석 벌초때 제가 그 잡초 파편에 왼쪽 눈을 순식간에 맞았는데... 몇달간 그 자리가 따끔거리더군요.
윗옷은 소매까지 오는 긴 옷을 바지속으로 넣지 말고 밖으로 빼어 입어야 풀조각과 파편들이 흘러
내립니다. 물론 바지도 운동화 밖으로 내어야 신발속으로 풀티가 들어가는 걸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예초기 전용 안면헬멧이 없어서 낚시할때 사용하는 편광썬글라스를 착용했는데 가끔씩 안경을 때리는
작고 날까로운 풀 파편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또한 강력한 날벌레용 에어스프레이도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큰형님 무덤가에 심어좋은 향나무에 벌이 집을 지어 놓아서 조카가 망사를 쓰고
준비한 스프레이를 뿌린후 벌집을 제거해서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몇년전에 집사람과 딸내미, 형수님이 잘못 건드린 벌집에 몇 방씩 쏘여서 고생한 적이 있은뒤부터
우리 식구들은 벌초를 갈때 꼭 바퀴벌레용 에어졸을 챙겨서 갑니다.
요즘도 신문을 보다보면...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건도 가끔씩 발생하기도 합니다.
<논둑길옆에 피어있던 들풀...들풀 한송이이지만 가만히 쳐다보면 어떤 부자의 화려한 옷보다도
더 화려합니다. 아름다움은 제각각의 가치기준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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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휴게소 건물 오른편에 작은 넝쿨화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수세미, 조롱박, 호박 등을 심어 옛향수를 느끼게 해 줍니다.
제가 어릴적에도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대문옆에 얼기설기 골조를 세워두고 수세미를 심어둔
텃밭을 일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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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께서 마당에서 가을을 말리고 있습니다. 도토리묵을 만들려고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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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8.blog.daum.net%2Fimage%2F10%2Fblog%2F2008%2F09%2F07%2F12%2F33%2F48c34ba3b9a6f)
첫댓글 애초기에 다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요,벌초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산뜻하니 보기 좋군요. 여문 곡실들까지 보여주시니 추석기분이 납니다. 행복하세요
부모님께서 좋아들 하시겠습니다. 도토리 콩을 보니 가을이 완연합니다. 튀걱이던 먹구름들도 가고 파아란 하늘이 성큼 닥아 왔습니다 .꽃삽 어딨지?
오곡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계절을 느끼게 됩니다 들꽃 향이 여기 까지옵니다
아직 이른 가을이라서 그런지 과일값이 많이 비싸더군요. 내일이면 추석인데 살림살이는 어렵고, 하는 일은 마음대로 안되더라도 보름달보며 새로운 힘을 내서 일터로 돌아오는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꽃삽님, 이번 추석에 감회가 남다르시겠지만..희망을 키우는 명절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