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막내아들이 예비군 훈련받으러 가는 날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훈련을 못 하다가 처음으로 훈련받으러 간다. 군복을 꺼내서 세탁하고 모자랑 전투화를 손질해서 햇볕에 널어서 소독했다. 병장 계급장이 오늘따라 자랑스러워 보였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대한의 남아라는 생각에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군번줄을 어디 잘 보관해두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잘 보관한다고 해놓는 것이 생각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짜잔 하면서 나온다.
밤새 비가 내렸다. ‘비가 온다. 오누나’김소월의 시를 읊조리며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애달픈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 임이 오시나 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밤새 창문가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새벽부터 준비한다고 아들과 엄마가 바쁘다. 아들 둘을 군에 보내면서 만남과 헤어짐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휴가 나올 때는 반가움에 울고 복귀할 때는 서운함에 울었다. 휴가를 마치고 자대로 복귀하는 아침에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들의 얼굴에도 짙은 그늘이 보이고 서로 말을 아끼던 날이 생각난다. 이제는 아들이 군복을 입고 비가 억수로 내리는 아침에 훈련받으러 가는데도 마음이 편하다. 아니 오히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들 얼굴에도 여유가 보이고 그동안 체중이 늘어서 군복이 꼭 끼인 모습이 웃음이 나왔다. 바지는 호크를 채우지 못해서 억지로 수습은 했지만 먼저 예비군 훈련받은 큰아들이 대책을 이야기해주었다. 체중이 늘어서 군복이 들어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따로 군복을 준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혹시나 신경이 쓰이면 그렇게 해준다니 마음 놓고 가라고 형답게 응원해준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에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들어가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오늘은 이른 시간인데도 한 그릇을 다 비운다. 긴 머리에 군복을 입으니 훨씬 멋져 보인다. 예비군 첫 훈련 받으러 가는 날 인증 샷을 했다. 아들이 군 생활을 했던 대구 공군비행장으로 가니 기분이 새롭다고 한다. 오랜만에 근무하던 곳으로 가니 추억 여행이 될 것 같다.
소낙비가 내리는 빗속으로 아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아기 같은 아들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에 갔을 때 차라리 내가 지키러 가는 게 났겠다고 농담하던 일이 생각났다. 예비군 훈련 받는 아들이 둘이나 되는 장한 엄마다. 아들 셋을 군에 보내는 엄마는 상을 받아야 한다고 둘째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울면서 했던 말도 생각나서 피식 웃어 본다. 아들도 엄마도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아파트 경비실을 돌아 아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 2022년 8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