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나, 내일은 너” (129)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유럽의 어느 추모공원에 써 있는 비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부모님이 세상풍파로부터 막아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죽음도, 죽음의 무서움도 막아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우리는 죽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나이로 보나, 육신적으로 보나, 세상 관계로 보나 아직은 희망적이어서
죽음과는 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직 부모가 계시니까 나는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전하는 암묵적인 말은 다음은 네 차례라는 것이다.
2004년 그 해에 내가 50도 되기 전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50일 차이로 돌아가셨다.
연세가 아버지 83세 그리고 어머니 75세 셨다.
그리고 2013년에 장모님이 93세에 소천하셨다.
그 이후로 아내와 나는 죽음과 맞설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사이에 아들이 결혼을 해서 손주도 태어났다.
벌써 10살이 되고 8살이 되었다.
이제 태어날 아기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아프레셀라’ : 불어로 ‘그 다음에는~’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을 마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물음이다.
인간은 늘 죽음을 의식하면서 다음을 꾀한다.
결론은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된다.
그것이 쓸모가 있는지, 아니면 쓸모가 없는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살 때가 너무 많다.
목적이 없다고 해야 하나?
** 단련의 시간이었다. 담금질의 시간.
권사님이 돌아가신 절차를 보고
예배를 인도하시는 현장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현장 상황에 맞춰 장례문화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고 실제 행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늘 새벽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비까지 왔다.
해가 뜨기 전 여명에 5시30분부터 운전해서 광주에서 순천 장례식장까지
80km를 운전했다. 비까지 오니 칠흑같이 어둠이 있어서 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등은 드문드문 있었고, 도로 라인도 희미하게 보여서 운전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비를 뚫고 가서
권사님 유족들과 함께 발인예배를 드리고(순천동부교회 목사님 예배 인도)
춘천시 추모공원에 가서 1시간 30분에 걸쳐 화장을 하고
추모공원에 유골함을 두는 모습을 지켜봤다.
30년이 지나가기 전에 아마도 나도 저런 모습으로 이 대한민국을 떠날 것이다.
아니 지구를 떠나 하늘나라로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믿음으로 알고 살아가야겠다고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