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경매 낙찰가율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다보니 강남권 주택 경매 수요도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하순 이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6.9%로 1개월 전 86.6%보다 0.3% 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 기간(7월24~8월6일) 동안 이 지역 낙찰가율은 79.1%로 한달 전(82.0%)보다 2.9%포인트 빠졌다. 지지옥션 홍종문 매니저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되고 가격 상승 전망도 밝지 않자 경매 수요자들이 강남권 아파트 경매물건에 관심을 덜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고가아파트 경매 물건 늘어
강남권에 몰려 있는 고가아파트도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경매에 나온 수도권의 6억 원 이상(감정가 기준) 아파트는 14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7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올해 1∼7월 전국에서 경매에 나온 부동산 물건이 14만9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4298건)보다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고가 아파트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값 급락에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못 견디고 내놓은 것으로 분석한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과거에는 대출 이자 부담이 있더라도 아파트 가격 상승 부분으로 상쇄했지만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금융 부담을 못 이겨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고가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3회 거듭 유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감정가를 훨씬 밑도는 선에서 낙찰되기도 한다. 6일 경매 진행된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173.1㎡는 최초 감정가(6억8000만원)에서 3번 유찰된 뒤 4명이 응찰해 감정가보다 3억원이나 싼 3억6800만원 (감정가 대비 54%)에 낙찰됐다.
강북권 등에선 저가 소형 주택 중심으로 입질 여전
반면 강동•강북•강서•도심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상승세를 탔다. 강동권(강동•광진•동대문•성동•중랑구)은 낙찰가율이 85.9%로 1개월 전 83.7%보다 2.2%포인트 올랐다. 특히 강북권(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번 조사기간 이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4.3%로 한달 전(86.5%보다 17.8%포인트 뛰었다. 도심권(마포•서대문•용산•종로•중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2.0%로 1개월 전 89.0%보다 3%포인트 올랐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최근 들어 강북지역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경매시장에선 저가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입질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달 5일 경매에 부쳐진 성북구 정릉동 성원아파트(전용면적 59.9㎡)의 경우 49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1억4500만원)보다 훨씬 높은 2억3119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4일 경매된 노원구 상계동 보람1단지(전용면적 79.3㎡)는 감정가 3억3000만원보다 높은 3억9890만원에 낙찰됐다.
수도권 경매시장도 하락 장세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도 안정세다. 경기•인천을 가리지 않고 낙찰가율이 내림세다. 하지만 인천지역의 경우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웃도는 등 경매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동두천시와 안성시 등 일부 지역으로 제외하곤 대부분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낙찰가율이 약세를 나타냈다.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8%로 한달 전(101.3%)보다 0.5% 포인트 내렸다. 평균 응찰자 수도 물건 당 8.3명으로 1개월 전(12.8대 1)보다 물건당 4.5명이 줄었다. 하지만 낙찰가율이 100%가 넘어 고가 낙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개발 및 교통 여건 개선 등 호재를 안고 있으면서 감정가 1억원 안팎의 소액 물건을 잡으려는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달 6일 경매에 부쳐진 부평구 산곡동 동원아파트(5층, 전용면적 49.1㎡)의 경우 23명이 응찰해 감정가(7600만원)을 훨씬 웃도는 1억1276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4일 경매 진행된 서구 가좌동 주공아파트(5층, 전용면적 48.6㎡)는 총 10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1억4000만원)의 133%에 해당하는 1억863만원에 낙찰됐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