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2003년 3월. 명소민이 라쿤시에 도착한지 22일 정도이 시간이 흘렀다. 명소민은 넓은 정원과 수영장,단독 차고가 딸려 있는 값비싼 3층 주택에서 쾌적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이 심란하였다. 거실에서 TV를 감상하면서 자신을 감시하는 사촌자매 명이담의 부하 직원들의 시선을 느꼈다. 정원에 다섯명. 실내에 세명이 배치되었다. 가정일을 해주는 우크라이나인 가정부가 네명 있지만 그녀들은 명소민에게 형식적으로만 친절히 대할 뿐이다. 아메리카 현지이니까 당연하게도 명소민은 다른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였다. 명소민 말고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고 투덜거리면서 혼잣말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메리카였다.
"씨발.........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이담이년. 사촌 언니라는 나를 이렇게 대해. 전화도 쓸수 없고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한국어)
"밍 여사님."
'한국어로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아 놀래라....... 아아아 우크라이나인 집사님."
"호호호호. 라쿤 시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밍 여사님이 거주하고 있는 엔데버 지구의 경찰서로 오라는 레온 S 케네디,강력범죄과 부서장님의 호출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오라고 하십니다."
"뭐............. 내가 지역경찰 사관하고 무슨 용건이 있다고?"
"밍 여사님의 아메리카 체류에 관련된 법적인 사항은 라쿤 시경에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라쿤 시경 산하의 엔데버 지구의 연방 행정회관는 밍 여사님의 관련 서류를 라쿤 시경에 이관했습니다."
"아메리카의 주마다 법이 다른가..........???? 알았어요. 즉시 이동하지요."
"어여. 가시죠. 밍 여사님."
"아아아아아. 당신은 프랑스계 아메리카인."
"외출용 옷을 입고 어여 정원으로 나오세요. 케네디 부서장님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한국에서처럼 무슨 검찰 소환조사라도 받는가..........."(한국어)
"어서 움직이세요. 한국어로 뭐라고 말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지금 간다고. 준비하고 나올께."
명소민은 화려하고 값비싼 외출용 정장을 갖춰입고 정원에 대기하고 있는 롤스로이스 세단을 타고 라쿤 시경의 엔데버 경찰서로 이동했다. 라쿤 시경이 아직 대규모로 확장되기 이전에,인구 300만명 이하의 라쿤 시에는 지구대 기능을 하는 건물까지 합쳐서 24곳의 경찰서만 있었는데 그중에서 현재의 엔데버 지구 경찰서가 지금의 라쿤 지방경찰청의 역할을 맡았다. 구 미술관을 재개장해서 지은 경찰서라고 하는데 지역 경찰서 치고는 상당한 규모였다. 라쿤시가 인구 4백만을 넘어간 이후에 라쿤 지방경찰청이 수립되었고 라쿤 경찰의 본부 역할을 하였던 엔데버 경찰서는 경찰 분청으로 등급이 내려갔다. 이런 면적의 경찰서가 라쿤에만 해도 17곳이나 있었다.
명소민이 심심하던차에 라쿤시의 안내 책자를 읽어 봤는데 엔데버 지역경찰서는 2007년에 새로 경찰서 건물을 확장하고 구 경찰서는 라쿤시경 분실로 사용한다고 한다. 범죄자들을 수감하는 유치장이라는 의미다. 한국의 여건과 다르게 라쿤과 같은 넓은 도시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는 범법자들이 워낙에 많아서 경찰서 내부의 유치장에 수감하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라쿤 시경 분실이 지역경찰서마다 건설되어 있다고 한다. 명소민은 구 미술관으로 보이는 라쿤 시경 분실과 그 옆에 있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이고 큰 면적의 경찰서를 보았다. 누가 보면 한성지방 경찰청과 비슷한 규모라고 할 것이다. 경찰서 주차장의 지정된 장소에 차가 멈췄다. 라쿤 시경의 경찰들이 미리 나와 있었다.
"밍 여사님. 따라오시죠. 강력범죄과의 부서장님이 기다리십니다."
"네..........."
'라쿤 시경의 사관이 무슨 용건으로 나를 보려는 것일까?'
안내하는 여경의 뒤를 따라서 라쿤 시경,엔데버 경찰서의 5층에 위치한 서쪽 사무실로 왔다. 6층에는 경찰 서장님과 기타 회의실과 교통통제실,7층부터는 헬기 착륙장과 창정비 시설,경찰 숙직실이 있다고 한다. 명소민이 서쪽 사무실 앞의 대기실에서 기다리자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경이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밍 여사님."
"네..............."
'저 사람이 엔데버 지역경찰서의 사관이구나.'
서쪽 사무실에 앉아 있는 금발머리의 경찰 부서장은 서류를 읽고 있다가 명소민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아메리칸 방식으로 일어나서 악수를 청하지 않고 손짓을 하며(무례하지 않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굳이 부서장이 의자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할 이유가 없는 하찮은 용건의 당사자인 것 같아서 명소민은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명소민과 동년배 세대로 보이는 레온 S 케네디,경찰 부서장은 명소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시했다. 레온과 라쿤 시경들의 냉정한 대우는 서촉 명씨의 친정공주로서 남들이 떠받들어 주고 숭배하는 인생만을 살아온 명소민에게는 신선하고 지랄같은 경험이었다. 1998년에 신입 경찰이 된 이후로 10년도 되지 않아서 라쿤 경찰의 부서장 중 한명으로 으로 취임한 레온은 해당 지역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강력범죄과의 부서장임에도 신참 시절처럼 자주 현장에 들러서 경찰들을 지휘한다고 들었다. 라쿤 광역시가 확장하는 시기에 맞춰서 새로 경찰 부서장에 취임했다. 엔데버 경찰서는 레온을 포함하여 열명의 부서장이 있다.
"안녕하십니까. 엔데버 경찰서,강력범죄과의 부서장 레온 S 케네디 경감이라고 합니다."
"네..... 소민 밍이라고 합니다."
'나보다 더 젊어 보이네.'
"아메라카에 오신지 한달도 되지 않으셨군요. 소민 밍 여사님의 연방 합중국내의 체류와회사 근무에 대한 모든 사항은 라쿤 시경에서 담당합니다. 우선 체류 허가는 났습니다. 우리 서장님이 승인하였으니 4년 제한으로 사업비자가 승인되었습니다."
"네.........??? 나의 개인적인 아메리카 체류가 어째서 시청이나 지역행정회관이 아니라 라쿤 시경에서 처리하나요??"
"밍 여사님에 관련된 서류를 검토한 라쿤 시청에서 우리 시경으로 업무를 이관했습니다. 밍 여사님은 라쿤 시경의 감독하에 있으니 라쿤 시경의 지시에 순종하시기를 바랍니다."
"...................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내가 무슨 이유로 라쿤 시경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까?"
"한국에서 이것저것 문제를 많이 일으켰더군요. 아버지 친구분의 장례식에서 문화의 차이라고도 보기 힘든 언어폭력을 나불거리셨지요."
"...................................................(--;)"
"상당히 정신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 같아서.... 거기에다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불법 앱을 구매하셨지요!(+_+)"
"아........ 그건 말이지요."
"유감스럽게도 우리 아메리카의 회사이기는 한데 그 회사에서 파는 앱 자체는 판매 허가가 날리가 없습니다. 해당 회사는 3년전에 업무 정지를 당했고 회사 관계자들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타인의 휴대전화 도청과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을 설치하는게 제정신으로 할짓은 아니지요. 설계한 사람이나 판매한 사람이나 구매한 사람이나!! 아메리카 국내외를 떠나서 세계 각국의 사법기관은 불법 도청앱을 구매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앱을 구매한 사람들이 이미 검찰에 구속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밍 여사님은 모르셨겠지요."
".................(--;)"
"불법 앱을 구매해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것은 법률 위반입니다. 연방 합중국의 법률로 최소 징역 7년형은 나옵니다."
"아아아아아. 그건 남편하고 애들이 걱정이 되어서........"
"밍 여사님은 아메리카의 시민권자도 아니고 세습 영주권자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법을 어기셨으니 곧바로 FBI에 인계하여 구속수사를 하는 것이 맞는데 대한민국 시민이시고 단순 체류자에 불과하니 한국 총영사관에 문의해봤습니다. 밍 여사님은 불법 앱을 다 삭제하셨으니 이번 경우는 그냥 넘어겠습니다.밍 여사님의 부친이 투자이민을 신청하셨다고 하는데 그건 밍 사장에 관련된 일이고 밍 서촉 가문은 당신을 투자 이민자의 구성원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아아아 이미 스스로 자립해야 하실 분이지요."
"잠시만요오오오오. 아버지가 나를 제외하고 투자이민을 신청했다고요. 난 아버지의 딸이고 밍 서촉의 가족입니다."
"그렇다면 아메리카 법률이 적용되어서 지금 당장 수갑을 채우고 유치장으로 안내할 것이고 오늘 안으로 FBI의 수사를 받으실 겁니다. 투자이민 가정에 포함시켜 드릴까요?"
"아니요오오오오. 절대로 아닙니다. 전 그저 사업비자로 입국한 체류자일뿐입니다. 아버지에게 기댈 수 없지요."
"교활하시지만 현명하시기도 합니다. 체류기한이 보장하는 한 사업비자로 입국하신 분으로서 예우해드릴 것입니다."
"호호호호호호.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경찰놈이 안 그래도 나한테 존나게 까칠하네.'
"소민 밍 여사님께서는 라쿤 시에 체류하는 것을 정식으로 허가합니다. 관련 서류를 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라쿤 시에 거주하시면서 사업에 필요한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라쿤시는 광활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필요한 모든 상품을 어느 쇼핑몰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고 문화생활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심심하지 않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라쿤시의 행정구역에 포함된 야외지역도 넓으니 SUV를 타고 야생을 질주하면서 기분전환도 하실 수 있지요. 단! 절대로 라쿤시의 행정구역을 벗어나서셔는 안됩니다. 오늘부터 라쿤시의 행정구역을 허가없이 벗어나면 경고없이 곧바로 구속되실 것이며 행동의 자유를 박탈당할 것입니다."
"!!!!!!!!!!!!!!!!!! 아니.... 사업차 체류한 사람에게 라쿤 시경이 무슨 권리로........."
"번거롭게 묻지 마시고 관련 서류에 다 적혀 있으니 귀가하셔서 찬찬히 읽어 보십시오. 나는 밍 여사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서류를 읽어 보고 차후에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언제라도 라쿤시경 상담과에 전화하시면 친절하게 답해드릴 것입니다."
=> 답은 정해져 있고 당신은 대답만 하라는 압력이다.
"............................................................"
'아놔. 이런 @같은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이야. 이담이는 이런 말 안 했어!'
"밍 여사님. 알아 들으셨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한가지만 더 묻고 싶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이런 조치에 대해서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입니까?"
"작게는 현장 담당자인 이 사람부터 시작해서 위로는 엔데버 경찰서장님. 더 위로는 라쿤 지방경찰청장님,그리고 연방 주정부 사법부 판사님,최종적으로 법무무 장관님과 내무부 장관님의 승인이 내려셨습니다. 밍 여사님의 체류 조건에 대해서 항의하고 싶으시면 우선적으로 나를 통해서 항의 문서를 보내셔서 연방 주정부와법원,내무부와법무부의 심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이 체류조건을 변경하거나 해제하고 싶으면 법무부 장관님과 내무부 장관님이 동시에 승인하셔야 당신에게 족쇄가 채어진 행동의 제약이 풀릴 것입니다. 심의를 받고 싶어도 1년 이상은 조용히 계셔야지 항의문서를 접수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그러니 이제 귀가하세요."
"............ 밍 서촉 가문이나 제 사촌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리담 밍 사장에게는 일주일 전에 다 설명을 하였고 라쿤 지방경찰청,연방 주정부와밍 서촉 가문과는 합의는 이미 끝났습니다. 밍 여사님은 다 큰 어른입니다. 스스로에게 책임지실 수 있지요. 리담 밍 사장은 연방 주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르겠다고 서류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밍 여사님이 귀가하시면 명 여사님의 사촌이 배치하였던 사설 경호관들은 철수할 것이고 이제 밍 여사님은 라쿤시에서는 자유로운 몸이 됩니다."
"......................................................."
'나 아무래도 서촉 명씨 문중에서 영구제명당한건가......... money만 보내주고 아메리카의 중심부에서 유배당한건가! 씨발.............. 이담이나 자영이 언니가 나를 왜 이렇게 취급하는거야.(T_T) 여권을 라쿤 시경이 가지고 있으니 마음대로 한국으로 갈수도 없잖아."
"..............................................."
=> 말없이 명소민을 주시하는 레온 부서장.
"모든 일을 이해했습니다. 이제 귀가하겠습니다."
"설명 들으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뵙지 않았으면 합니다."
"네. 케네디 부서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소민 밍 여사님. 몇달뒤에는 두 따님도 오시는데 세모녀가 행복하게 라쿤에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호호호호호. 별 말씀을........"
'어느 아메리카인 남자들처럼 이제 친근하게 레온,이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네. 어지간히 나를 @같이 여기는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