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벌레 먹은 잎이라고 하지 마세요
애벌레를
나비를
키운 잎이에요
벌레 먹인 잎이에요
책은 내 친구
시골집으로 이사 온 다음부터
책과 정말 가까워졌어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채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두꺼울수록 더 좋아
저기, 두 시 방향에
휙!
여기, 왼발 옆에
탁!
벌레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나는 이제
책 없이는 못 살아
뿌리
반짝,
손전등을 켜고 다니냐?
캄캄한 땅속에서
길도 잃지 않고
어디서든 자기 빛깔을
꼭 찾아낸다
[제3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작]
부산에서 바다를 보며 자랐다. 어린 시절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책도 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UCLA에서 영화와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2016년 동시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 제24회 MBC 창작동화대상에 당선되며 동화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단편 동화 〈휘파람 친구〉로 제8회 정채봉 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기도 소재 대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다.
출처: 엄고카 글방 원문보기 글쓴이: 에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