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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양' 의 짬뽕(위)과 '길명반점' 의 탕수육. |
자장면·짬뽕·탕수육을 빼놓고 서민적이고 친근한 중화요리를 논할 수는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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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특색도 뚜렷하다. 자장면은 전주, 탕수육은 익산, 짬뽕은 군산이 다른 곳보다 맛과 비주얼(visual·외양)이 뛰어나다. 주민들도 대개 그 지역의 장기 요리를 선호한다. 짬뽕과 탕수육의 경우에도 화교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다르다. 유명한 짬뽕 전문점은 십중팔구 한국인이 운영하며, 케첩 범벅인 한국형(?) 탕수육은 화교의 탕수육 솜씨를 따라잡지 못한다.
우리나라엔 현재 약 2만 명의 화교들이 산다. 대부분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이며, 국적은 우리가 흔히 대만(臺灣)이나 타이완(Taiwan)이라 부르는 '중화민국'이다.
한때 우리나라엔 8만 명이 넘는 화교들이 살았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우리 정부의 각종 배타적 규제 조치로 상당수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화교들이 사회 상층부에 진입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화교들은 여전히 요식업 종사자들이 다수다.
전북은 예전엔 전주와 군산에 화교들이 가장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익산에 제일 많다. 과거 전주와 군산에서 중화요릿집을 운영한 화교들이 돈을 제법 모아 미국 등 삶의 조건이 더 나은 나라로 속속 떠났지만, 상대적으로 벌이가 신통치 않았던 익산의 화교들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눌러 앉은 것이다.
며칠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화교 유피영 씨(62)를 만났다. 그는 이른바 '꽌시'(관계)와 의리를 중시하는 산둥성 출신답게 호쾌한 성격으로 전형적인 이민 2세다. 나이 탓인지 요즘은 화구(火口·불을 내뿜는 아가리)에서 웍(wok·우묵하게 큰 냄비)을 돌리는 게 부쩍 힘들다는 그는 점심에만 조카(누나 딸)가 운영하는 요릿집에서 일한다.
유 씨는 '왜 한국 사람들이 만드는 짬뽕이 중국식 짬뽕보다 맛있냐'는 내 짓궂은 물음에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으면 정오에서 오후 2시까지는 식당에 오지 말라"며 짐짓 딴청이다. 그는 "이제는 대부분 화교 3세들이 식당을 운영한다"며 "우리(화교)는 자식들이 고생스럽고 대접도 못 받는 (중화)요릿집을 하려고 하면 말린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유명한 짬뽕집 대부분이 짬뽕 하나만 취급하거나 기껏 자장면을 추가하는 정도라면, 화교들은 여러 요리를 한꺼번에 조리하는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애초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 3세들이 아버지와 할어버지 세대가 본토에서 이어 오던 손맛을 그대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유 씨의 능숙한 중화요리 솜씨를 맛보려면 익산 '신동양'에 가면 된다. '명품' 탕수육과 잡채밥으로 유명한 '길명반점'과 중국식 된장 자장면을 특화한 '국빈반점'은 유 씨가 거쳤던 곳이자 그의 형제와 친척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가격 대비 음식의 질을 따지는 게 한심해 보인다면 특급호텔에 딸린 식당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웹상에 떠도는 '신동양' 짬뽕 사진 대부분은 가격대가 다른 삼선짬뽕이다.
▲ 메뉴: 삼선짬뽕 8000원, 짬뽕 5000원, 쟁반자장면 1만1000원(2인분), 탕수육 1만6000원~2만7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 익산시 갈산동 129-2(중앙초등학교 정문 건너편)
▲ 전화: 063-85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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