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종로구 계동
법원
바 이름이 법원이라니. 대체 뭐 하는 곳일까 너무 궁금했던 상호명의 비밀은 주력 메뉴를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버번(Bourbon) 위스키.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인데, 더 재밌는 건 실제로 근처에 헌법재판소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기는 법원 옆에서 (주로) 버번 위스키를 파는 곳이다. 이 재치 넘치는 이름은 예전에 다른 바에서 만난 손님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서비스로 버번 위스키를 내어드리자 이렇게 말했던 거지. “요즘 법원에서는 위스키도 만들어요?” 그 귀여운 질문이 훗날 멋진 바로 탄생하리란 걸 그는 예상이나 했을까?
아메리칸 위스키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될 거다. 스무 개가 넘는 버번 위스키와 라이(Rye) 위스키가 선택을 기다린다. 법원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킹스카운티부터 헤븐스도어, 메이커스 마크, 러셀, 와일드 터키 등 개성 넘치는 버번 & 라이위스키를 샷과 보틀, 하이볼까지 원하는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참고로 버번 위스키와 라이 위스키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최소 51% 이상 들어가는 주재료 곡물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버번은 옥수수, 라이는 호밀이 들어간다.)
개성 넘치는 공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위스키를 파는 클래식한 느낌의 여느 바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2개 층에, 6개의 다다미방 구조에, 심지어 손님과 바텐더가 마주하는 바가 없다. 법원이 오픈하기 전 3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던 한정식집의 공간 뼈대를 대부분 그대로 살린 결과다.
근처 회사원들이 밥 먹을 때만큼은 상급자 눈치 보지 말라고 여러 개의 방을 만들었다는데, 이 구조를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로나 시대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부담 없는 바 공간으로 이어졌다. 기존 바를 다니며 직원들 혹은 다른 손님들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불편을 느꼈던 분들도 카페를 이용하듯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Pick
▻ 딸기 위스키 하이볼, 킹스카운티 스트레이트 하이볼 & 바질페스토 파르페
오직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하이볼 두 가지. 첫 번째는 버번 위스키에 딸기, 흑설탕, 레몬즙을 넣어 직접 인퓨징한 딸기 위스키로 만든 딸기 위스키 하이볼. 달콤한 딸기향이 강한 알콜향을 적절히 가려주면서 산뜻하게 마시기 좋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킹스카운티 스트레이트 하이볼은 브루클린의 양조장 킹스카운티의 대표 버번 위스키를 쓴다. 잡다한 맛 없이 깔끔해서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이미 배부르더라도 바질페스토 파르페는 꼭 드셔보시길.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산벚나무 꿀과 견과류, 바질페스토가 올라간다. 달달한 아이스크림과 향긋하면서도 짭조름한 바질페스토의 조합이 훌륭하다.
법원
[3] 용산구 용산동
신코
앞서 소개한 두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바. 해방촌 언덕길의 심야식당 신코. 괜히 심야식당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이 공간을 만들 때 감명 깊게 본 일본 영화 <심야식당>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하니까. 늦은 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편하게 한잔할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을 지향하는 작은 가게다.
내부 공간도 영화 속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짙은 녹색 벽면과 차분하게 내려앉는 노란 조명, 거기에 개별 테이블 없이 ㄷ자 모양의 나무 닷지 테이블로만 구성된 좌석이 공간을 채운다. 주인장은 가운데 공간을 오가며 술과 음식을 내어주는데, 혼술을 즐기러 오는 손님들 역시 적지 않게 보이고 이따금 처음 보는 손님들끼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도 펼쳐진다고 한다. 혼자 가볼까 생각하는 독자분들, 걱정 말고 가셔도 된다.
시티팝과 재즈를 들으며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 시원한 하이볼과 맥주에, 교자와 야끼소바와 나폴리탄까지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씻어줄 든든하고 맛있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짐빔, 산토리, 제임슨 외에도 화요나 맥켈란, 발베니 등의 술을 하이볼로 즐길 수 있어 여러 잔 다양하게 마셔보기 좋겠다. 그중에서도 유자하이볼과 말차하이볼은 꼭 한 잔씩은 주문하곤 하는 신코의 대표 메뉴다.
Pick
▻ 유자하이볼 & 교자
귀여운 전용 잔에 담겨 나오는 유자하이볼. ‘후쿠이와이 유즈슈’라는 7.5도짜리 일본 사케에 유자 원액과 탄산수를 넣어 만든다. 워낙 상큼하고 달달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좀 더 진하고 달큰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말차하이볼을 주문하자. 6도짜리 ‘아마부키 교토맛차슈’와 탄산수, 장식으로 녹차 캐러멜이 올라간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교자와 야끼소바. 특히 교자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이 눈길을 끈다. 속이 실한 7개의 교자가 풍차 모양을 이루며 30cm 지름의 접시를 가득 채운다.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술안주로 곁들이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