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봄, 여성의 얼굴은 핑크의 요염함에 정복당할 전망이다. 다수의 주요 화장품 브랜드와 뷰티 업계 종사자들이 올봄 가장 주목할 색상으로 핑크를 꼽고 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한두 가지의 핑크보다 색상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이를 이용한 이미지 연출법도 다양해진 것이 특징이다.
# 핑크, 다양한 이름으로 진화하다
여러 파스텔 색상과 함께 봄마다 꾸준히 사랑받아 온 핑크가 올해는 독보적인 선두로 등장했다. 랑콤·디올·맥·부르주아·비디비치 by 이경민·클라란스 등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이 올 봄 메이크업 화보의 주요 색상으로 핑크를 선택한 것이 그 이유다.
기존에는 연한 핑크와 진한 핑크 두 가지로 단순하게 나뉘던 색상 종류도 훨씬 많아졌다. 핑크 블러쉬·핑크 플로리쉬·새틴 핑크·프레시 핑크·핑크 슈가·스위트 베이키드 핑크 등 브랜드마다 다양한 이름의 핑크 제품을 출시한 것. 활용 방법에 따라 분위기도 다채로워졌다. 예전에는 '핑크=어려보이는 이미지'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올해는 핑크 하나만 가지고도 순수한 느낌부터 섹시한 이미지까지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퍼플 아이섀도에 핑크 립스틱을 바르면 발랄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번진 듯 자연스러운 스모키 눈 화장에 핑크 립스틱을 바르면 모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랑콤에서는 블랙 위주의 스모키 눈 화장과는 달리, 이색적으로 핑크를 기본으로 하는 '핑크 스모키 아이'를 제안했다.
#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느낌의 핑크가 선두
다양한 종류의 핑크 중 올봄 특히 유행할 색상은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달콤해 보이는 핑크다. 딸기우유를 마신 후의 입술 색과 같아 보인다고 해서 '딸기우유 핑크'로 불리는 이 색상은 지난해 이효리·서인영 등이 바르고 나오면서 처음 주목받았다.
이들은 눈에는 짙은 블랙으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입술에는 '딸기우유 핑크' 립스틱을 발라 눈과 입술의 대조적인 느낌을 이용해 섹시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화장법은 블랙과 핑크의 균형이 조금만 깨져도 토인종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쉽게 따라하기는 어려웠다.
2009년 다시 돌아온 '딸기우유 핑크'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옅고 부드러워졌으며 발색도 다양해졌다. 클라란스의 '08 핑크슈가'는 아이들의 뺨처럼 투명한 베이비핑크에 가깝고, 슈에무라 'PK 325N'는 살짝 보랏빛이 감도는 핑크가 특징이다.
특이한 점은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예년과는 다르게 립글로스보다 립스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색상 표현이 확실한 립스틱의 장점과 촉촉한 느낌을 살리는 립글로스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제품들이 대거 선보인 것이 그 예다.
몇몇 제품은 반짝이는 펄 소재까지 더해 립스틱 하나만 발랐을 뿐인데 여러 가지 제품을 겹쳐 바른 듯한 느낌이 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품을 '글로스틱(립글로스+립스틱)'이라 부르기도 한다.
# 사람따라 어울리는 색 따로 있어
“머리카락과 눈동자색이 검고 피부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약간 푸른 기를 띠는 차가운 핑크색이,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갈색이고 피부가 노란 편인 사람에게는 따뜻한 핑크색이 잘 어울립니다.”
한국색채연구소의 정현주 색채디자인팀장은 핑크색의 범주가 넓어진 만큼 사람에 따라 잘 어울리는 핑크색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올봄 핑크 화장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짙은 핑크보다는 펄이 약간 가미된 옅은 핑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흔 살 이상의 중년 여성이라면 색상을 고를 때 더 신경써야 한다. 입술에 혈색이 적기 때문에 딸기우유 핑크처럼 연한 것보다 붉은 기가 많이 도는 핑크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색상이 다양해진 만큼 매장에 가서 직접 발라보고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올봄 화장법의 또 다른 특징은 눈과 입술 중 어느 한 곳만 선택해서 핑크를 바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눈·뺨·입술 전체에 고르게 달콤한 핑크 무드를 살리는 것이 대세. 특별히 포인트를 주고 싶은 한 부분에 선명한 핑크를 바르고, 나머지 부분은 은은한 핑크로 마무리하는 '포인트 화장'을 이용하면 더욱 세련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핑크 입술과 어울리는 아이섀도는 …
#핑크 입술+핑크
눈과 입술 모두에 핑크를 바르면 소녀처럼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 화장의 효과적인 방법은 강약 조절이다. 눈에 진한 핑크를 발랐다면 입술 색상은 옅은 것을 골라 강조할 부분을 분명히 한다. 생기 넘치는 얼굴을 원한다면 뺨에 짙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눈과 입술에는 옅은 핑크를 바른다. 단, 너무 진한 꽃분홍색을 사용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꽃분홍 아이섀도를 활용하고 싶다면 위에 실버·베이지·화이트 등을 한 번 덧발라 준다.
#핑크 입술+퍼플
눈에는 퍼플, 입술에는 핑크를 바르면 발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낼 수 있다. 산호빛 핑크 또는 베이지 핑크 립스틱을 사용해 눈 화장보다 입술 색을 약하게 표현하면 연출 효과는 더욱 커진다. 눈이 잘 붓는 사람은 아이섀도를 삼가는 것이 좋은데, 이런 경우에도 눈두덩 전체에 퍼플 섀도를 펴 바르고 쌍꺼풀 위에 베이지 색상을 덧칠해주면 부은 눈을 효과적으로 감출 수 있다. 퍼플은 강한 색상이므로 경계선 표시가 드러나지 않도록 잘 문질러주어야 한다.
#핑크 입술+그레이 스모키
블랙보다 옅은 그레이를 이용해 스모키 눈 화장을 하고 핑크 립스틱을 바르면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멋을 표현할 수 있다. 아이라인을 그린 후 눈두덩에 립글로스를 살짝 발라주면 색 번짐도 자연스럽고 촉촉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스모키 화장은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화장법이므로 옷과 머리 스타일도 유행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