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오늘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서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508명이 숨지고, 936명이 다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재난관리기본법'이 제정됐고, 중앙119구조대(현재의 구조본부)가 창설됐다. 당시 2주간 소방차 바닥 밑에 얇은 담요 한 장을 깔고 새우잠 자며 수색·구조에 투입됐던 소방대원 중 상당수는 이제 간부들로 성장했다.
본지가 삼풍 사고 20주년을 맞아 만난 이른바 '소방 삼풍 세대(世代)'들은 "구조·구난 작업 때 현장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처한다는 원칙이 그때부터 강조됐지만,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20년 전인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 A동이 무너져 508명이 숨지고 936명이 다쳤다. 구조 당국이 사고 뒤 크레인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춘천소방서 소속으로 삼풍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남궁규 소방관은 지금 강원 고성소방서 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남궁 서장은 "삼풍 사고는 소방의 성공과 실패가 혼재된 현장이었다"며 "사고 초기 현장 지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등 처음엔 실패한 모습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가 잡혔다"고 했다.
당시 도봉소방서 소방계장으로 3주간 현장 통제 임무를 맡았던 박청웅 전남소방본부장은 "사고 후 어느 시점부터 전문가들이 현장 지휘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면서 가닥이 잡혔다"고 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를 찾아서 힘을 실어주고, 나머지는 그를 돕는 역할 배분이 이뤄지면서 사고 수습의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다.
인천소방서에 근무하다 사고 이튿날부터 삼풍 사고 현장에 투입된 김일수 경기 북부 재난안전본부장은 "미국의 국가적 재난이었던 9·11 테러 당시 뉴욕시 소방 책임자가 전체 사고 수습 책임자가 됐던 사례처럼 20년 전 삼풍에서 얻은 교훈은 재난 관리는 현장에서 지휘해야 하고, 중앙 부처는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끔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삼풍 사고 때 구조 대원으로 활동한 백근흠 서울 양천소방서 서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감염 사태에선 질병 관리 전문가들에게 확실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소방·구조 전문가들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현장을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감당이 안 되는 일까지 '다 떠맡겠다'고 말하는 건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1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 작전 때 백악관 상황실 상석을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마셜 준장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그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장면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당국의 이상적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삼풍 소방' 세대들은 "공군 준장에게 자리를 내준 대통령의 모습에서 현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은 현장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첫댓글 "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를 찾아서 힘을 실어주고, 나머지는 그를 돕는 역할 배분이 이뤄지면서 사고 수습의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다.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안전은 현장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20년 전 삼풍에서 얻은 교훈은 재난 관리는 현장에서 지휘해야 하고, 중앙 부처는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끔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한 민국은 직급이 높으면 다른것도 잘 해요 참 잘하요 항상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