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제일 먼저 고장나는 곳이 치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육십년이 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쉬지않고 중노동을 했으니 그것이라고 성할리가 있겠습니까마는 노년에 들어서까지 건강한 치아를 갖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치아는 타고난 체질에다 부단한 관리를 통해서 고장을 예방할 수는 있겠지만. 쉬지않고 흐르는 세월의 물살 앞에서는 그 어느 것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실한 어금니를 보수하기 위하여 치과에 갔더니 인공치아를 권하더군요. 임플란트 시술을 위하여 4개월 전에 뿌리를 먼저 삽입하고 어제는 볼트를 끼우기 위하여 다시 치과에 갔는데 그것 말고도 다른 치아를 손질하느라 두시간동안 숫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규모가 꽤나 큰 치과였는데 그곳은 공장과 비슷했습니다. 뚫고 갈고 끼우기 위한 기계음이 마치 공장과 같은 소음을 뿜어내고 있었지요. 시술을 담당한 아가씨는 나를 눞혀놓고 마음껏 고문을 가했는데, 기계고문과 물고문으로 숨을 쉴 수가 없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문을 하면서 그 아가씨가 나에게 내린 명령은 대략 다름과 같습니다. 1. 아 ~~ : 입을 벌리라는 명령. 2. 더 크게~~ : 입을 최대한 벌리라는 명령. 3. 앙 ~~ : 이빨을 마주치라는 명령. 4. 땅땅땅 ~~ : 상하 치아를 3회 부딛치라는 명령. 5. 이갈이 ~~ : 이를 박박 갈라는(맷돌) 명령. 처음에는 이 용어가 생소해서 몇번인가 착오를 겪었습니다만, 몇 번 하다가 보니 그만 자동화가 되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할 정도가 되더군요. 의사의 지시가 없으면 해바라기하는 악어처럼 입을 딱 벌리고 있을 때도 있었지요. 그러면 아가씨는 입을 다물어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두시간이 넘도록 치료를 받고 나오니 턱이 얼얼하고 입술도 아프고, 더구나 마취가 풀리지 않은 혀는 내것이 아니었습니다.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사람이야 말로 복을 타고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의 신세대 엄마들은 아이의 치아를 워낙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대부분이 건강한 치아를 갖고 있는 편인데 예전에야 어디 그랬습니까. 먹고살기 바빠서 자녀의 치아 관리는 생각도 못하고 살았었지요. 그래서인지 50대 이전 세대의 경우 본래의 치아를 갖고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골로 갈수록 그 상태는 더욱 심각하여 불편한 치아로 일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은 상징적으로는 그럴듯 해도 실제로는 너무나도 불편한 속담입니다. 맛도 모르면서 다만 목숨을 연장하기 위하여 음식을 삼키는 삶을 어찌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치과 진료는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시술이기에 서민들이 감당 하기엔 부담이 너무 큽니다. 임플란트 한 대에 최소 이백오십만원 정도니 서민들의 입장에선 결코 수월한 액수가 아니지요. 앞으로는 효의 기준이 달라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의 치아상태에 신경을 써주는 자식이 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여봅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피땀흘린 댓가가 무치(無齒)의 말년이라면 너무나 비극적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울러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면 노인의 치과시술에 대한 일정비율의 시술비(임플란트 포함)를 국가가 부담하는 복지정책을 펴야하지 않을까 하는, 아직은 요원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2008. 3. 모락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