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세 차이 많이 나는 이유... 거래없이 호가만 껑충 가격 종잡기 어려운 탓..
경기도 고양시 풍산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45)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 시세를 조회하면서 혼란을 겪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마다 표시한 아파트 값이 들쑥날쑥이어서 어느 곳의 시세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
김씨는 “어느 시세에 장단을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시세를 물어보면 ‘요즘 거래가 안돼 정확한 시세를 알수 없으니 직접 나와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만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같은 단지도 최고 5억원씩 차이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아파트 시세의 편차가 도를 넘고 있다. 같은 단지,같은 평형이라고 아파트 값은 많게는 4~5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이는 최근 몇 달새 아파트 값이 들썩이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거래가 끊기자 업체마다 불확실한 호가 위주의 예측치를 발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시세 편차는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시장 가격 왜곡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요즘처럼 집값 상승기에다 거래도 끊긴 경우 내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주택 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매주 정기적으로 아파트 시세를 제공하는 정보업체 대부분은 해당 업체의 회원으로 등록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호가를 중심으로 시세를 받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마다 같은 아파트라도 가격이 크게 차이 나고,경우에 따라서는 중개업자의 장난(?)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월드메르디앙의 경우를 보면,R업체가 발표한 이 아파트 53평형 시세는 10억~11억5000만원으로,S업체가 내놓은 시세(7억5000만~8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3억원 비싸다. 같은 아파트 67평형의 경우 R사의 시세(12억~15억원)와 S사의 시세(8억5000만~9억5000만원) 차이는 무려 3억5000만~5억5000만원에 달한다.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더샾도 각 정보업체마다 적잖은 차이가 있다. D업체는 이 단지 57평형의 가격을 12억5000만~14억원으로 제시했지만 R사 시세판에는 10억~11억원으로 게재돼 있다. 두 업체간 시세가 최고 3억원 가량 벌어지는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자이 시세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D사는 이 아파트 65평형의 시세를 19억~26억원으로 게재했으나 S사는 16억~20억원으로 발표,많게는 6억원 이상 가격 편차가 발생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두 업체의 중간 수준인 17억1500만~23억9500만원에 시세를 올렸다.
이같은 시세 차이에 대해 각 정보업체들은 각기 다른 조사 시스템과 조사대상 표본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인터넷 시세 맹신말고 여러 중개업소서 확인을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기초 시세를 보내는 중개업소가 다른 데다 조사 표본과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시장에 거래가 없을 경우 호가 위주로 시세가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호가 위주의 장세이고,시세 조사 방식도 업체마다 다르다고 해서 이 정도의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광호 시간과 공간 사장은 “부동산정보업체는 회원들에게 정확한 가격에 올리도록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인 현장조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은 인터넷 시세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곳의 중개업소를 통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