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이제 구호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턱 밑에 와 있는 느낌이다.
얼마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도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강화방안’이었다.
정부의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이러한 대책을 마련한 것은 국민들이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지만 노후준비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못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요즘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 복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경제활동을 하는 20~64세 인구의 15.3%에 불과했으나 2050년에는 91.4%로 치솟는다. 2050년이 되면 경제활동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인가구의 빈곤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중 중위소득의 50%미만에 속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45.1%로 OECD국가중 가장 높다. OECD국가 평균은 13%이며 호주는 27%, 미국은 24%, 일본은 22%, 영국은 10% 수준이다.
100세시대를 맞아 정부가 ‘100세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사진은 은행 PB센터에서 상담하는 모습
이 때문에 이미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도 100세 시대를 겨냥한 상품들을 내놓고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기값, 수도값도 걱정하는 노인인구의 상당수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이다.
농협은행이 선보인 ‘내 생애 아름다운 정기 예적금’은 지난 9월 출시 이후 한달만에 가입액 1조원을 달성했고 한달 보름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현재 판매 실적은 15만좌를 넘어섰고 가입액도 2조를 돌파했다.
이 상품은 만 45세 이상 가입자에게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조부모와 손자가 함께 가입하면 0.2%포인트,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고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저축 금리가 하도 낮다보니 쥐꼬리만한 우대금리에 돈이 수조씩 몰릴 정도다.
이밖에도 상속 세무 재테크 등 재무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품가입중 재해로 가입고객이 사망시 최고 600만원을 장례준비금으로 유족에게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NH연금수급자 우대 정기예금’. ‘행복건강 체크카드’등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은퇴설계브랜드 ‘하나행복디자인’을 선보인데 이어 KB국민은행은 ‘KB골드라이프 서비스’를 론칭했다.
우리은행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노후설계에 필요한 금융포트폴리오인 ‘청춘 100세 금융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의 노후설계가 은퇴전 30~40대 고객을 대상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재무설계에 초첨을 맞췄던 것과는 달리 은퇴연령을 기준으로 은퇴준비자와 은퇴자로 구분해 맞춤형 노후설계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사도 저금리 기조하의 복잡해진 투자환경에 맞춰 은퇴 고객들의 중장기 자산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부유층 고객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패밀리오피스센터’를 만들고 수익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물론 가문 철학을 반영한 재산상속에서 기부까지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생명은 ‘평생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 ‘노블리에센터’를 운영해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고객들의 성향과 자산수준에 맟춘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보장을 유도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혹 설익은 정책은 없는지, 시장과 맞지 않은 정책은 없는지 충분히 점검해 착실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강화방안’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소개한다.
첫째, 덴마크나 스웨덴처럼 노후 소득 준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연금포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에서 노후설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공적, 사적 연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제공 기능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개인의 동의를 전제로 공, 사연금 전체 적립현황 등에 대한 정보 집중 및 실시간 일괄 조회시스팀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연금가입 현황 과 예상연금액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연금 준비수준 또는 비교그룹간 비교를 통해 부족액을 파악하고 개인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남용을 막을지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들의 노후대비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미래설계센터 설치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에 약 150~200개를 설치하는데 가칭 ‘노후설계상담사’를 배치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PB센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 1대 1 매칭 상담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셋째, 개인연금이나 주택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노후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것이다.
연금저축수수료 인하를 위해 온라인생보사 설립을 추가 허용하고 판매채널을 다양화해 연금저축 수수료를 인하한다.
주택연금도 초기보증료(주택가격의 2%)를 인하하고 복합용도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도 가입대상으로 확대한다.
넷째, 장기세제혜택펀드를 도입해 연봉 5천만원 이하층에게 고수익 추구형 저축제도를 제공한다. 주식형펀드에 5년 이상 가입할 경우(납입한도는 연 600만원) 최대 연 240만원의 소득공제혜택을 부여하는 상품이다.
다섯째, 국민노후 건강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노후실손보험 상품 개발이다.
현행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령층까지 가입이 가능한 보험상품을 개발한다. 높은 보험료 인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액의료비 보장 중심으로 자기부담금을 상향조정하고 급여와 비급여 보장금액을 차등화해 보험료를 적정화할 계획이다.
또 간병 치매 호스피스 등 종합 노후 건강관리 ‘현물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보험도 개발을 유도한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간병 치매 호스피스 일상생활 지원(식사 세면 도움, 외출동행, 청소 세탁등)을 보장하는 종신건강종합보험을 개발토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후 소득을 보장할만한 경제적 준비가 미흡하고,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할만한 민영의료보장 수준도 높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 예상적자규모가 2015년 5조8천억원에서 2030년에는 49조6천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개인, 가정이 고령화리스크게 노출되고 국가 성장잠재력도 저하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인가구의 높은 빈곤율은 벌써부터 국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 관련 정부지출은 2012년 GDP의 5.9%인 77조원 규모이나 2020년에는 140조원으로 2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국민들의 노후보장 미흡에 따른 사회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 소득 및 건강보장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도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분야의 첫걸음인만큼 보다 효율적인 대책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국민들의 노후불안을 해소시키는데 일조를 했으면 좋겠다.
[매경닷컴 윤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