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이지영
투석投石 외
며칠을 오도카니 있었는지 모른다
왜 얼음의 두께를 재려 했을까
포물선 하나 그려졌는데
눈을 뜨니 이 자리
홈을 파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바동거렸다
사람들의 차가운 감탄
나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주술
버텨야 할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불시착이 내 자리처럼 굳어져 간다
호수 위의 사람들은 손가락질한다
발목을 붙든 얼음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
얼어붙은 깊이를 재고 또 재어본다
서로 다독이며
오래 굳건해지며
바닥을 기억 못 하게
깊어지고 투명해지는 얼음
가라앉고 싶은 돌은
얼음의 어깨가 야위어지길 기다린다
오도카니 오도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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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의 공간에서
덩
그
라
니
누구도 오지 않아요
달래줄 노래 따위는 부르지 않기로 해요
속임수일 뿐이에요
먹구름이 온몸에 내릴 예정이니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세요
날 선 칼로 사과를 깎아요
상처 없이 매끈하게 태어나고 싶어요
내게도 뭉툭한 마음이 들어오길 바라며
제 숨에 취해 보는 것도 황홀할 거예요
아무도 부르지 않을 거예요
먼저 고개를 내밀면 반칙이에요
기대는 온종일 곁에 누워 있지만
서로 가만히 보기만 했어요
이곳은 나갈 수 없어요
누에고치처럼 견고해져서 들어올 수 없어요
누구라도 그냥 지나 가세요
떠날까 돌아올까 걱정 없는 ㅁ
갇혀서 아프지 않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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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2023년 《시와소금》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