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제임스 헤리엇 지음
- 출판사
- 웅진닷컴 | 2003-06-05 출간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책소개
- 평생을 영국 요크셔 지방의 순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산 수의사 제...
해나를 키우기로 하고 집에 들여놓은 물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해나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 물건들보다는 책들 덕분이었습니다. 사연이 있죠. 해나 이전에 집에 들였던 불독 정구가 태어난 지 110일만에 홍역으로 죽었거든요. 정구가 죽고 해나가 집에 오기 전까지 30권 가까이 읽은 것 같아요. 어떤 책은 도움이 되고 어떤 책은 위로가 됐습니다. 이 책은 정구가 죽고 허겁지겁 다시 찾아 읽은 책입니다. 개 이야기를 읽고 싶더군요. 펴자마자 아래와 같이 적혀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키운 개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개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한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개를 잃는 슬픔이 찾아온다. 나는 수의사로 일하면서, 그 길지 않은 수명이 질병이나 사고로 더욱 단축되는 비극을 수없이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키운 개들은 모두 열 살이 넘게 살았고, 그래서 마지막 이별이 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토록 오래 개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을 늘 고맙게 생각했다.
중략
.....나는 개를 잃은 사람들에게 되도록 빨리 다른 개를 구하라고 충고하곤 했다.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충고를 실천했다."
제임스 해리엇은 거의 평생 요크셔 지방에서 수의사로 일했습니다. 그의 책에도 나오듯이, 풋내기 수의사로 일하던 시절 아내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해리엇은 평소 자신이 겪은 일을 책으로 쓰면 무척 많이 팔릴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답니다. 이 이야기를 너무 자주해서 가족들이 제발 책을 쓰라고 투덜거릴 지경이었는데, 정말 책으로 내고나서 26개 언어로 번역됐고 수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책은 많이 팔렸지만 변함 없이 수의사로 살았다는군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책 가운데 2% 정도만이 내려야 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거장을 놓치게 만드는데, 제임스 해리엇의 책들이 그렇습니다.
해리엇이 일하던 시절, 무뚝뚝한 농부들은 소를 몰거나 양을 치기 위해 키우는 개를 자기가 얼마나 아끼는지 들키길 싫어합니다. 수의사들은 개보다는 말, 소, 양처럼 큰 가축들을 번식시키고 치료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썼죠. 물론, 이때에도 유난스레 자기 개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의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펌프리 부인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 부인은 개, 트리키가 달라고 보채면 뭐든지, 케익이나 고기, 빵을 듬뿍 주곤 해서 항문샘이 막혀 걷질 못하게 되는 거죠.
" 트리키가 나를 만날 때마다 반가워해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나기만 하면 움켜잡고 엉덩이를 쥐어짜는 인간을 좋아할 수 있는 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관대한 성격을 타고나야 한다.
중략
'또 먹이를 너무 많이 주시는군요. 케이크는 먹이지 말고 단백질을 좀더 먹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알아요.' 펌프리 부인은 구슬픈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트리키는 닭고기에 물려서 입도 안 대는 걸 난들 어쩌겠어요.'...."
펌프리 부인은 또다른 습관이 있었는데, 마치 트리키가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펌프리 부인은 해리엇에게 훈제 청어나 담배를 보내면서 '트리키가 쓴' 카드를 함께 넣었고, 이런 선물에 고맙다고 인사하면 선물을 보낸 건 트리키니까 인사는 트리키가 받아야 한다고 대답하는 식입니다.
"나는 내 조카 트리키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고맙게 받았고, 지금까지 보내준 많은 선물도 잘 받았다. 과식해서 배탈이 나지 않길 바란다. 몸이 불편하면 이 아저씨가 처방해주는 검은 가루약을 먹도록 해라. .... 나는 겉봉에다 '발비 그레인지, 트리키 펌프리 군'이라고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다음에 내가 찾아가자 펌프리 부인은 나를 구석으로 데려가서 속삭이는 소리로 말했다.
'트리키가 선생님 편지를 받고 무척 좋아했어요.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해요. 다만 한 가지는 그 애를 몹시 화나게 했어요. 선생님은 '트리키 군'이라고 쓰셨던데, 트리키는 '씨'라고 불러주기를 바란답니다."
제임스 해리엇의 글은 시트콤과 같습니다. 이 책에는 2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모든 시트콤이 목표로 하는 것처럼, 짧고, 웃기죠. 그리고 아주 따뜻합니다.
"'개와 고양이들, 내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녀석들을 못 보게 될까봐 두려워요. 그게 유일한 걱정거리라오. 저 세상에 가면 부모님과 동생들을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데 왜 동물을 만날 수 없습니까?'
' 바로 그거에요.' 할머니는 베개 위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으로 나는 그녀의 뺨에서 눈물을 보았다. '동물은 영혼이 없대요.'
'누가 그래요?'
'어디선가 읽었어요. 목사님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직도 내 손을 움켜잡고 있는 손을 토닥였다. '영혼을 갖는다는 게 사랑과 헌신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면, 동물이 인간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을 하면 밤에도 잠이 오질 않아요.'
' 제 말이 맞습니다. 우리 수의사들은 동물의 영혼에 대해 배우니까요.'
할머니의 얼굴에서 긴장이 사라졌다."
참 큰 위로가 된 책입니다.
첫댓글 해나 아부지 글은 어딘지 모를 매력이 있습니다.
저도 평생 글을 써온 사람이라 글 잘 쓰는 사람 참 좋아합니다.
주욱 읽어내려가면서 저도 펌프리 부인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티와 고메 그리고 하트는 물론 다른 모든 강아지들을 인격화시키고 그들과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것이 제 버릇이죠.
그래서 늘 스토리도 만들고...
저도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맞춤법에 맞춰 쓰죠.... 제임스 해리엇의 책은 상위 2% 이내 강추입니다. 전체를 발췌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저도 이 책 읽어봤는데 정말 감동이었죠.
다시 책장에서 꺼내서 함 봐야겠어요.
아.. 당장 사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