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그저 주어지는 이득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내가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것, 그것만이 오롯이 내 것이다. 나는 일찌감치 그것을 깨달은 행운아다. 자그마치 여덟 살 때부터였으니 삶의 지표가 적어도 한 가지는 DNA에 새겨진 그때의 사건이었다.
19세에 직장에서 처절하게 징벌(나 스스로) 받은 사건으로 인해 대가 없는 이득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거의 각인 수준으로 실수가 나를 후려쳤기 때문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로 한번 더 몸에 배였다. 그 후로는 사고가 단단해졌다. 내 것 아닌 것에 대한 확실한 구분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세상을 상대하니 거의 대부분이 호의적이었다.
세상은 고단했지만 대체적으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영 안 될 것 같으면 잠시 미뤄뒀다가 때가 되면 다시 한번 시도한다. 점점 자신이 있어진다. 세상은 내 마음 바로 하기에 달렸으니까. 힘들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루 25시간이 모자라게 뛰어다니면 형편도 좋아지기 시작한다. 새로 한 살을 먹으면서 잠시 또 해이해졌다. 방심했다고 할까. 뺑소니(?). 뺑소니는 뺑소니지 뭐라고 변명할 건가.
세 번의 사건은 내게 금과옥조 같은 반면교사다. 잠시 내 손에 들어왔던 한 번은 동전 돌려주고 꿀밤을 맞았고, 두 번째도 돌려주고 자부심에 심각한 스크레치를 입었고, 세 번째는 고스란히 물어주고 십이만 원 범칙금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득 제로인 세 번 다 삶에는 큰 나침반이 되어줬다. 그리고 얻은 것도 눈부시게 많다. 인생은 낮과 밤처럼 명과 암이 있겠지만 난 어둠에서 깨달음을 얻어 밝음을 선택했다.
길 가다가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 호주머니에서 떨어진 돈을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준 여고 1년생의 미담이 뉴스에 나온다. 선한 행동으로 세상에서 이득이 아주 많게 된 여고생이다. 선택이 달랐던 두 유형이었지만 어떻게 자신을 만드느냐에 인생은 달려있다.
무연은 기죽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