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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10인이 한국축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KFA 홍석균 |
한국축구를 대표했거나 지금 대표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표할 축구 지도자 10명에게 설문 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은 모두 똑같았고 조사는 지난 7,8월 2개월 동안 이뤄졌다. 10명 중 9명은 대면 인터뷰를 했고 1명만 전화 설문으로 대체했다. 인터뷰 대상 감독은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 및 프로 지도자 경력, 지도자로서 거둔 성적 등을 기준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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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압박 플레이 ⓒ이상헌 |
▲ 집단적인 플레이 + 강한 압박 + 골대를 향한 직접적 접근 + 스피드·정확도 겸비 + 땅볼 플레이 선호하는 팀 플레이 형태를 5가지 항목으로 나눠 물었을 때 감독 10명의 답변을 종합한 결론이다. 김호곤 감독을 제외한 9명은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집단적 플레이를 강조했다. 김호 감독은 “현대축구는 모자이크처럼 짜서 퍼즐처럼 맞춰야 상대를 파괴할 수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고, 최강희 감독은 “조직적인 플레이가 강하면 위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팀 압박 형태에 대해서는 대부분 강한 압박을 선호했다. 조광래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공격수들의 포어 체킹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수비에서도 최고 팀이라고 본다”며 “바르셀로나는 활동량에서도 엄청나다. 강한 압박에서 비롯된 체력 저하는 최고 팀이라면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학범 감독은 강한 압박보다는 약한 압박을 선호했다. 김감독은 “무조건 강한 압박을 90분 내내 할 수는 없다”면서 “포지션을 지키고 볼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체력을 조절하는게 오히려 낫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골대를 향한 접근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직접적 접근을 좋아했다. 직접적 접근이라는 것은 확실한 득점 기회가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볼을 문전으로 자주 보내는, 다소 모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플레이를 의미한다. 이럴 경우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며 역습을 허용할 수 있는 위험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플레이가 활발하고 관전하는 재미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10명 감독 중 유일하게 간접적 접근을 선호한 박경훈 감독은 “부정확한 찬스를 만들려고 모험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나는 확실한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정확도는 축구의 양대 요소다. 둘 다 완벽하게 갖추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황선홍 감독은 “느려도 정확하면 된다”며 정확도에 손을 든 반면 조광래 감독은 “요즘 축구는 수비 조직력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수비 조직이 갖춰지기 전에 빠르게 문전으로 공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스피드를 우선시했다. 땅볼 플레이와 고공 플레이 선호도에서는 10명 감독이 모두 땅볼 플레이에 70% 이상 높은 비중을 뒀다. 고공 플레이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볼을 빼앗길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볼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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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홍석균 |
▲좋은 선수라면 무엇보다 최고 기술을 갖춰야한다 선수가 갖춰야할 조건을 평가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감독이 기술을 제일 먼저 꼽았다. 김학범 감독은 “기술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말했고, 김호곤 감독도 “기술이 없으면 팀 전술을 아무리 잘 준비해도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인간성을 고칠 수 있어도 기술은 못 만든다”고 했고, 조광래 감독도 “선수니까 가장 기본적인 게 기술이다. 기술이 없다면 축구에서는 아무 것도 못 한다”고 했다. 모두 기술적인 발전이 없이는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없음을 인정한 발언들이다. 반면 인성과 승부욕 등 정신적인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도자도 있었다. 김호 감독은 “축구는 아무리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서로 화합하고 융화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면서 최근 코파아메리카에서 팀워크가 깨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예로 들었다. 박경훈 감독도 “축구는 개인 운동이 아니다. 인성이 나쁘면 동료들과 융화할 수도 없고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고 했다.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여러 차례 역임한 박성화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 비해 가장 부족한 부분이 승부욕”이라며 “나는 선수를 뽑을 때 승부욕을 갖고 있는가 여부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차별화된 의견을 내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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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이 응한 대표팀의 조광래 감독 ⓒKFA 홍석균 |
▲감독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할 조건은 전술·전략의 해박함 감독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7개를 제시했고, 중요한 것부터 우선 순위를 매기게 했다. 10명 중 4명이 전술·전략의 해박함을 최고로 꼽았다. 김학범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무척 잘 알고 있다”면서 “선수보다 감독이 모른다면 권위가 서지 않고 제대로 지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도 “감독은 전쟁 일선에서 팀을 이끄는 수장”이라며 “전술, 전략을 모르고는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남은 6명 중 2명은 훈련 등 준비의 치밀함을 첫째로 꼽았다. 조광래 감독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가에 따라 경기 결과가 갈린다”면서 “내가 훈련을 실전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무척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호 감독은 “나는 뽑은 지도자가 아니라 가르치는 지도자”라고 자평하며 역시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2명 감독은 선수단 인화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정무 감독은 “가화만사성이다.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경훈 감독은 10명 중 유일하게 좋은 선수를 뽑는 혜안을 최고 요건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좋아야 감독도 전술, 전략을 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그렇다”는 전제 하에 비전 제시 및 동기부여를 최고 조건으로 꼽았다. 2009년 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 20세 전후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게 드러나는 답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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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김태영 코치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상헌 |
▲모든 걸 최종적으로 결정해야하는 감독, 그래도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는 편 감독간의 개인적인 차이가 많이 드러나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감독들은 코치, 구단 관계자 등 자신 이외에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감독 선두 주자격인 홍명보,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박경훈 감독 등은 주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많이 반영하는 지도자로 조사됐다. 박경훈 감독은 “여럿이 함께 결정하면 그만큼 보는 눈이 다양해 더 좋은 의견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학범·조광래·최강희 등 평소 자신의 주장과 판단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들은 주위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을 더 중요함을 보여줬다. 특히 김학범 감독은 7개 항목에 대한 답변이 모두 20% 이하였다. 자신이 직접 보고 접한 게 주위 어떤 의견보다 앞선다는 의미다. 최강희 감독도 똑같았다. 최 감독은 신입선수(외국인 선수 포함) 선발에 대해서만 주위 의견을 60% 수용한다고 했을 뿐 나머지 6개 항목은 모두 30% 이하였다. 최 감독은 “드래프트 제도 하에서는 프로 감독이 신입 선수를 모두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스카우트 등 전문 인력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나도 만일 자유계약제도가 시행된다면 많은 시간을 신입선수를 살펴보는 데 투자해 내가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한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선전의 비결은 지기 싫어하는 강한 정신력과 지도자에 대한 순종적인 자세 이번 설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질문이다. 한국축구가 승강제도 이뤄지지 않고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을 찾으려는 의도였다. 부정적인 면이 자주 부각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반대심리가 작용했다. 모든 감독들은 기술 등 테크닉 적인 면보다는 정신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유를 찾았다. 예상한 대로였다. 김학범 감독은 “거부감 없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라고 했고, 허정무 감독은 “일단 목표를 세우면 그걸 이루기 위해 끈질기게 싸우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라고 표현했다. 최강희 감독은 “뜨겁고 지기 싫어하는 민족성이 축구에 맞는다”면서 “또 맨땅, 인조잔디에서 공을 차면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타고난 소질도 있다고 봐야한다”도 했다. 조광래 감독도 “(기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때로는 포기하지 않은 근성이 기술을 앞설 때가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조차 생각하지 못한 걸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감독은 “그렇지만 언제까지 근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기술적인 향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황선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장점은 스피드다.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것도 빠른 역습과 공수전환 덕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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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가장 이상적인 축구로 꼽은 스페인 ⓒKFA 홍석균 |
▲한국이 추구해야할 플레이는? 스페인 > 잉글랜드 > 이탈리아 >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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