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등불님께.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더니, 오랜 만에 별을 보는 맑은 날을 만났습니다. 변화가 심한 여름을 지나는 동안 내내 강건하시고, 안녕하시길 손 모읍니다.
한 주일에 한 차례는 소식을 전하자고 마음먹지만, 돌아보니 벌써 두 주가 흘렀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등불님의 사랑과 관심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주어진 일들을 제대로 감당치 못하는 부족함으로 인한 미안함이 교차하는 마음을 마주합니다. 늘 분주하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지리산을 걷고 있는 100년 순례의 발걸음은 지난 주말에 둘레길 한 바퀴를 돌아 시작지점에서 다시 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7월 14일, 한 달의 시간을 돌아보는 때에 맞춰 이현주 목사님께서 순례의 걸음에 함께 하셔서, 순례를 마치고 남원 아영면 갈계교회에서 여러 등불들이 함께 모여 사랑방 대화모임을 가졌습니다. 마침 도법 스님도 참석하셔서 순례의 걸음을 조율하고, 가늠하는 뜻 깊은 시간을 누렸습니다. 두 바퀴째 둘레길을 걷고 있는 순례단은 지나가는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기를 위해 마음 모아 기도하는 시간을 활동의 중심에 두고 순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등불님들의 후원을 힘입어 6월말에 서울을 출발한 ‘생명평화 바람개비 자전거순례단’도 인천, 경기, 강원, 대전, 충남, 부산, 울산, 경남을 거쳐 지리산에 도착하였습니다. 하루의 휴식을 취한 후 전주, 광주, 목포를 거쳐 27일, 제주 강정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생명평화결사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일은 아니지만, 전국 곳곳의 갈등의 현장을 찾아 연대하며, 생명평화의 기운을 모아가는 자전거순례단을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대신 전합니다.
7월 7일, 울산의 페다고지 교육공동체와 대안문화공간 ‘품’에서 울산지역 등불들이 함께 펼친 현경 교수와의 즉문즉설은 시종일관 참석자 모두가 유쾌하면서도 깊은 마음의 울림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행길 울산에 와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신 현경 교수님과 자리를 펼친 등불님들과 공간을 꾸미고, 공연을 준비한 페다스쿨의 젊은이들, 참석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평생교사 권술용 선생님이 매년 진행하시는 2012 여름 ‘비움의 잔치’ 생명평화 영성 공동단식이 7월 26일부터 31일까지 문경의 샨티학교에서 열립니다. 샨티학교가 새롭게 마련한 공간에서 처음 열리는 여름공동단식의 자리입니다. 지리산 실상사에서도 여러 수행프로그램이 8월까지 이어집니다. 자기 비움과 성찰의 시간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주 강정에서 시작되어 전국을 일주하며 이어진 평화 촛불문화제가 7월 27일 저녁 서울 보신각 앞에서 마무리됩니다. 이어서 7월 29일 전야제 행사를 시작으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제주 강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행사 참가자들이 동진, 서진 두 팀으로 나누어 출발하여, 5일간의 행진 끝에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평화콘서트로 마무리되는 1만인 강정평화대행진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강정마을을 다녀갔던 수많은 전국의 강정앓이들이 함께 마음과 기운을 모아 준비하는 행사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 뜻을 같이하는 등불님들과 평화대행진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길 손 모읍니다.
여름생명평화학교는 8월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남원 운봉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사)밝은마을 지리산 연수원에서 열립니다. 녹녹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생명평화의 등불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며, “내 안의 평화에 이르는 길 수행과 성찰”이라는 주제로 동학의 주문수련 등 다양한 수행법들을 공부하고,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러 형편상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제한해야 할 형편입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영광 생명평화마을의 자연음악회는 올 여름도 8월 25일(토) 영광 태청산 자락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아무 음향 시설 없이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펼치는 자연음악회의 감동은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도 태청산의 편백숲에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장마가 물러갔다는 소식과 함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한 복판을 지나갑니다. 뜨거운 볕에 곡식과 과실은 익어가고, 초목은 부쩍 키가 자라겠지요. 자기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등불님들도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하고, 내면을 살찌우는 시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어지러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스스로 평화로운 존재가 되는데 힘써야만 우리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늘 고맙고, 그립습니다. 등불님의 평화를 손 모으며…….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에서 예똘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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