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노령산맥 아닌가요?"
KTX로 장성역에 도착하고, 이어서 6시 40분 생촌행 시내버스를 올라탔지만 종점이라고 부려준 곳이 암치에서 8.5km나 떨어져 있었다.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려고 몇번 시도했지만 잘 되질 않는다. 마침 지나가는 SUV가 보이길래 손을 들었더니 선뜻 삼거리까지 태워주겠단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양봉하시는 여자분인데 몇년전 고향에 정착하셨단다. 그러면서 산맥투어 중이냐고 물었다. 산맥투어라? 낯선 용어지만 틀리진 않았기에 그렇다고 했다.
"노령산맥 투어중이시군요?"
"노령산맥은 일제가 만든 잘못 된 용어이고,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아닌데요. 아직 제 모교 교가에 노령산맥의 정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부르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누가 그러거든 영산기맥이라 하십시요."
"아, 이름이 바뀌었군요."
"원래 이름을 되찾은 겁니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암치-구황산-장군봉-소두랑봉-두루봉-축령산-문수산-양살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20.2km, 실제거리 23km, 하산거리 7km
- 산행일시 : 2024년 5월 25일(일) 07:50~16:50(9시간)
★ 기록들
7시 30분 시내버스 기사가 장성군 절암마을 입구가 종점이라며 하차하라고 한다. 8.5km 떨어진 들머리까지 걸어갈 생각은 없었고 택시를 타든 히치하이크를 해야했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지방도에서 고향땅에서 양봉업을 하시는 여자분의 배려로 부러 암치까지 태워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답례를 하려고 하니깐 괜찮다며 손사례 친다.
그 분 덕분에 계획보다 일찍 산행을 할 수 있었다. 7시 50분, 스틱을 펴고 들머리를 찾아 올라갔다. 처음 만난 봉우리가 범덩굴봉이었지만 생각없이 지나쳤다. 8시 43분 경수지맥 갈림길에서 잠깐 휴식을 하며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은지 확인해봤다. 고창군 성송면에서 접근하는게 좋기는 한데 대중교통 연결편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을 선택해야해서 경수지맥 시작할 때 고민해봐야겠다.
450봉에서 길이 좋은 직진방향의 길을 진행하다 산길샘의 방향을 보고 되돌아나와 구황산으로 향했다. 구황산 중턱에 잘 관리되지 않는 진주강씨 종친의 묘가 위치해 있었다. 가파른 산중턱까지 관을 운구하면서 무척 고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손들이 묘를 제대로 관리하던지, 아니면 숱은 산꾼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두기 거슬리면 이장을 하는게 맞는데 왜 그렇게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경수지맥 분기점>
<450봉>
<구황산 중턱의 진주강씨 종친의 묘비>
암봉인 구황산(500m)에는 9시 8분에 도착했다. 반대방향에서 노부부가 끙끙대며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 인사를 했다. 영산기맥 종주 중이지만 아주 조금씩 이동하는 것이라 마무리는 아직 예정에 없다고 했다. 처음으로 기맥하시는 분들을 만나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고 헤어졌다. 내려서는 길은 암릉구간이라 지체가 많이 되었다. 한달음에 내려설 수 있는 내리막 구간이 아니었다. 10시 2분 장군봉을 넘어서 30분을 내려서자 마치 책을 쌓아둔 것 같은 바위지대를 보게 되었다. 이어서 소두랑봉(469.7m)을 넘어서 살우치에 내려서게 되었다. 소와 관계되는 지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소두랑은 방언이겠고 살우치는 소를 죽이던 고개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사리재라는 표지판을 붙여 놓긴 했지만 발음이 변했을 뿐 살우치가 원래의 명칭일 것이다.
두루봉에서도 잠깐 방향을 못 잡고 진진 방향으로 진행하다 되돌아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551봉에 도착하자마자 베낭을 부리고 자리를 폈다. 10여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날이 점점 더워졌지만 그늘에서는 버틸만했다. 가민시계를 잠시 정지해둔 것을 깜빡하고 진행하다가 1km쯤 진행한 후에야 인지하고 재시작 버튼을 눌렀다. 실제 거리는 몇번 발품 판 것을 감안하면 이제야 맞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야할 마루금 - 장군봉, 소두랑봉, 두루봉-축령산>
<책을 쌓아둔 것 같은 특이한 암반구조>
<사리재 또는 살우치>
고창터널 위를 지나 축령산(문수산)에 도착했다. 실제 지명은 인근에 문수사도 있고 해서 문수산이 맞다. 축령산이라는 정상석을 세운 것은 편백나무 숲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가는 길이 무척 편해졌다. 장성숲체원 길이라 해서 마루금이 치유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무래봉(565m)을 지나 375.6봉을 넘어서자 창문이 없는 이상한 형태의 산림치유 시설물이 눈에 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집 옆에 설치된 수도를 틀자 시원한 물이 나왔다. 혹시 물이 모자랄 수 있어 빈 물병 두개에 채웠다.
<축령산 - 지도에는 문수산으로 명시되어 있다>
<산림치유 시설>
14시 5분 검곡치에 도착햇다. 이정표는 문수산 휴림이라 되어 있고 시멘트 포장길 밑에 기와집 몇채가 보이고 마루금은 문수산 편백숲길로 올라가야 했다. 문수산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봐서 축령산을 문수산과 혼용해서 쓰고 있었다. 포장도로는 너무 뜨거워, 무덤가가 있는 실제 마루금을 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다시 한번 가시덤불과의 전쟁은 불가피했지만 뜨거운 햇볕은 받으며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두개의 봉우리를 넘어서자 드디어 No. 24로 표기된 곳에서 아주 편한 치유의 길을 만나며 길은 편해졌다. 373봉을 넘어서자 송전탑이 설치된 지역을 칡넝쿨을 헤치며 가야했고, 399.8봉에 이어 윙윙 소리를 내는 통신탑을 지나자 15시 50분 솔재에 이르렀다. 솔재는 최근 고창군에서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하였고, 동물이동통로 가운데로 지나가야 마루금을 밟을 수 있지 보행로로 진행했다간 한참을 우회해야 했다.
간혹 칡넝쿨과 가시덤불이 방해하고 간벌한 나무가지가 마루금에 바닥에 방치되어 있어 진행하기 어려운 구간도 있었다. 그런데 송전탑이 마루금에 설치되어 있어 길을 넓혀놨고, 이 길을 따라가자 마루금과 계속하여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도를 보며 정확하게 마루금을 밟으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랬다간 가시덤불에 갇히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양고살재에 다 와가는지 마루금이 더 넓어지더니 자동차도 올라와 있었다. 어르신 세분이 런닝차림으로 평상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나를 보자 어디서 왔냐고 한다. 몇마디 인사를 나누고 고창터미널 교통편을 묻자 지나가는 차 잡아서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줄거라고 한다.
<검곡치>
<가시덤불속 숲길로 진행하다가 치유길로 복귀>
<솔재 - 생태이동통로>
<동물이동통로를 지나가야 함>
<그늘이 없는 곳은 이렇게 우거졌다>
<양고살재 가는 길 - 차도 다니고 있다>
16시 47분 양고살재에 도착한 후 고창문화터미널까지 거리를 측정해보니 7km 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가도 차 시간시간 대는 데는 문제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들었다. 차가 멈췄지만 뒷좌석에 어르신 두분이 타고 있어 그냥 보내야 했다. 그동안 여러번 경험했지만 첫번째 성공하지 못하면 그날 히치하이크를 성공한 적이 없었다. 몇번 시도했지만 안 되자 결국 걸어가기로 했다. 1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터미널에서 대강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 입었다. 싸구려 등산화라 달궈진 아스팔트를 내려오면서 왼쪽 발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19시 목포행 고속버스에 오르자 20시 정각 목포터미널에 도착했다. 대학동기 박춘식과 약속한 20시에 만날 수 있었고, 춘식이가 대접하는 돼지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한병 마신 후 춘식이 차편으로 로 편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양고살재>
<고창문화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