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간: 삼송역~숫돌고개~서삼릉~견달산~고봉산~금정굴~운정신도시~장명산
2.거리: 약 29km
3.일시 및 소요시간: 2016. 11. 20 / 00:30~12:00 (11시간 30분)
4.동행자: 해피맨님, 관악돌이님, 고고님, 한결님, 마하님, 가시찔레님, 미주님, 일행일각 (8명)
5.날씨 : 눈 오고 난 후 쌀쌀함.
한북정맥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였던 조선 8도의 산줄기 체계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이루어졌다.
1대간은 진부령(정확히는 군부대 통제하에 있는 향로봉이 남한에서의 출발점)에서부터
지리산의 천왕봉까지가 된다.
1정간은 북한땅에 있으니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며,
13정맥중 4개는 북한땅에 있고 9개는 남한땅에 있는데,
그 중 한강 이북에 있다고 하여 이름을
붙였으니 바로 한북정맥이다.
한북정맥의 출발은 이북땅 추가령에서 출발하니
정작 우리가 실제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은 대성산부터이다.
그러나 대성산 정상도 군부대 통제하에 있어 1년에 1번 개방을 하고 있으니
보통은 수피령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후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 운악산, 죽엽산, 도봉산, 노고산, 견달산을 거쳐
장명산에서 마치게 되니 도상거리 220.2km 실제거리
294km라고 한다.
대간이 있는 1,3주를 피해 매월 4주차에 한북정맥을 대간 산우님들과 함께 걸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하였고
10월에는 대성산을 다녀 왔으니
모두 10회차로 종주를 마치게 되는 셈이다.
대간 선두조인 한결님이 정맥의 대장을 맡으시고 관악돌이님이 총무를 맡으셨다.
두 분은 달리지 않으면 몸살이 나는 줄 알았는데,
대장과 총무를 맡아 헌신하고 정맥 종주 내내 달리지 않으셨다.ㅎ
두 분에게 특히 감사 드린다.
시작하며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지난 구간 마쳤던 삼송역 부근 숫돌고개부터 장명산까지 남은 구간이 30km가까이나 되어
무박으로 하기로 하였다.
23시에 연신내역에서 모여 늦은 저녁을 든든히 먹고
도시락 없이 행동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관악돌이님, 한결님은 막걸리를 마시고,
해피맨님, 고고님은 소주를 마신다.
나는 모든 주종을 사랑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소주에 대한 애정이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소주파 3인과 막걸리파 2인으로 정맥 내내 주종이 갈렸다.
식사때마다 도망가는 미주님이 이 집은 김치찌게가 맛있다며 공기밥을 주문한다.
정맥을 시작하고 나서 미주님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고
언젠가 이야기를 하니 강토대장님이 깜짝 놀라셨다.
"몇 년을 같이 지내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그 귀한 시츄에이션"을 보고 만 것이니
30명 안팎인 대간팀과 10명 안팎인 정맥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마하님이 마지막을 빛내기 위해서 함께 하니 총 8명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삼송역~숫돌고개(0시 30~1시 30)
연신내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온 사람들 때문인지 야심한 시각에도 버스가 미어 터진다.
오후에 눈이 펑펑 내린 뒤라 아이젠, 스패츠, 우의, 장갑등을
넣었더니 배낭 무게가 제법이다.
버스에서 내려 지난 구간 날머리인 숫돌고개를 찾아 한참을 헤메다가...
길이 끊어지고 가파른 길을 오르고...
알바인가 아닌가 갸웃갸웃하다...
도로를 따라 1시간만에 제자리를 찾으니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불과 3분 떨어진 곳이라고 고고님이 이야기한다.
무언가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감기,
몸살임에도 함께 하는 마하님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관악돌이님, 한결님은 버스에서 내려 바로 진행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무려 150m'를 빼먹고 지나게 되니
반드시 지난 구간 마친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누군가' 주장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공자님 말씀에
三人行에 必有我師焉이니
擇其善者而從之오 其不善者而改之니라...해석한 즉슨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들의 좋은 점은 따르면 되고
그들의 나쁜 점은 나로 하여금 스스로 고치게 되는 반성의 기회가 되니
좋던 나쁘던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굳이 공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3분 거리를 1시간만에 걸어 오게 되니
참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30km쯤 걸을 때는 150m쯤은 빼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오늘 최고 연장자인 그 분의 명예를 위해 누구인지는 차마 밝히진 않겠지만
스승이 되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숫돌고개~서삼릉~견달산(1시 30~5시)
눈이 오고 난 뒤라 길 위의 낙엽들이 미끄럽다.
한북정맥을 걸어 보면 유독 군부대가 많았고,
자연스레
철책으로 둘러 쌓인 정맥 길을 우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방이란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의 수고로움이야
언제나 감사의 대상이고 치하할 일이지만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이제 국민들에게 개방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 역시
정맥길을 걷게 되면서 많이 일어나게 되었다.
현대전은 미사일의 전쟁이다.
싸드를 배치하겠다고 미국이 기를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북한의 미사일 10기 정도만 남한에 뿌려지게 된다면
아마 우리 모두는 죽게 되거나 이 나라를 떠나야 될 것이다.
우리 땅에 널려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북한이 노린다면
무슨 수로 방어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원자력 발전소 한 곳이 파괴된다면 원자탄 수십 개에 해당되는 방사능을 방출한다고 하니
그 피해는 온 나라를 수 백년 간 오염시키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전쟁이란 (군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누가 이기고 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그냥 같이 죽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따르면 몇몇의 전략요충적인 부대는 어쩔 수 없더라도
그렇지 않은 정맥길의 군부대는 산꾼들에게 개방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 소박한 바램이다. 안 되면 말고~~
이 구간은 길이 뚜렷하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산이 야트막하고,
마을과 밭을 지나가는 통에 길이 없어지기도 하고,
마을을 지나니 개도 많이 짖는다.
어떻게 가다 보니 길이 갈래길이다.
소주파와 막걸리파가 나뉜다. "어차피 가다 합쳐져~"이러면서...
소주파에 마하님이 붙고,
막걸리파에 가시찔레님, 미주님이 합류하니 각각 4명씩 길을 간다.
소주파의 리딩을 최고연장자님이 하신다.
좀처럼 누구 앞에 나서지 않는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중책을 맡으신다.
산행보다는 머물러 있는 걸 좋아하는 소주파의 특성상
고고님과 일각이 리딩할리 만무한 것이다.
요즘 릿지로 단련된 고고님, 암장과 마라톤으로 단련된 마하님이라
비록 소주파이지만 엄청난 주력으로 정맥길을 다져 나가고 있다.
아마 시속 4.0km에 근접 했으리라...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해서 옷을 벗었으니 말이다.
아찔한 속도감을 즐기고 있는데,
최고 연장자님의 핸드폰에서 야릇한 음악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네비로 깔아 놓은 '트랭글'에서 구간을 이탈한 경우에 나는 음향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몹시 실망했지만
막걸리파와 벌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묵묵히 왔던 길로 다시 달려 갔다.
가다 보니 다시 음악 소리가 났다.
뭔가가 또 잘못 되었다는 소리인가?
분명히 다른 길은 없었는데...우리는 우왕좌왕하며 밤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삼송역에서 숫돌고개까지 3분거리를 1시간에 걸쳐 걸었던 우리는
숫돌고개에서 직선거리 3km 떨어진 곳에서 1시간 반이나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나?
가는 길 옆으로 '서삼릉'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돌아와 찾아 보니 인종의 묘인 '효릉'과
중종의 계비 인성왕후의 묘인 '희릉' 그리고
철종의 묘인 '예릉'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풍수의 대가들이 왕과 왕비의 음택으로 잡은 곳이니
얼마나 그 기운이 센 곳이겠는가?
우리가 지금 삼송역을 출발하여 3km를 3시간만에 걷게 한 것이 귀신들 때문인가?
불현듯 뒷목이 뻐근해지니 누군가 뒤에서 나를 땡기는 것 같은데
뒤에 가던 마하님이 내 앞으로 불쑥 나서서 길을 간다.
같은 기분을 느낀 것인가?
하지만 남자 체면에 "마하님, 원래 자기 자리로 가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라 빨리 이 음침한 곳을 지나가고만 싶었다.
그래서 죽으라고 달리는데...
조금만 가면 음악소리가 나고,
이쪽으로 가도 음악소리가 나고,
저쪽으로 가도 음악소리가 나니...
마치 미로에 빠진 것처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참을 가니 멀리서 개들이 한꺼번에 짖는다.
"야~이제 만나는구만~막걸리파가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너무 반가워 내가 말을 하니
"저 개들 우리땜에 짖는겨~"
최고 연장자님이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맨날 틀린 말만 하는 사람이
'굳이 안 맞아도 되는데'...라고 바랄 때
하필 꼭 그럴 때에
맞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이 날 이 때가 그런 경우였다.
가도 가도 막걸리파는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만 점점 더 커져 갔다.
결국 우리는 다시금 길을 돌렸고
한결님과 통화한 뒤에야 귀신들의 장난을 물리치고
서삼릉을 빠져 나오게 되었다.
막걸리파는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8명이 되어 큰 도로도 넘고, 철길도 넘고 견달산을 향해 가는데
막다른 길 끝에 위병소가 있다.
해피맨님, 관악돌이님의 트랭글은 길 왼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한결님의 트랭글은 길 끝으로 향하고 있다.
고고님이 "군 부대 안으로 들어가?"
다들 미심쩍어 하며 쳐다보는데
한결님은 단호하다. "군 부대 아니야~"
이상하다...부대 맞는데?
최고 연장자님 트랭글에 속은 데미지가 있어
한결님의 트랭글 믿기를 주저했지만...
워낙 확신에 찬 표정이시라 따라 갔다.
부대는 철책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철책 안에서 후레쉬가 나오더니
"등산하는 사람들은 철책따라 가시던데요~"라고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갑자기 의기양양해지는 한결님~
어깨가 어린애마냥 올라가는 것이
깜깜한 밤중에도 느껴진다.
'이 많은 사람들이 (누구와는 다르게) 알바를 피하게 해 주셨으니
한결님은 의기양양하셔도 됩니다~~'
정맥을 하는 내내 길 찾고, 교통편 알아 보고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철책을 따라 걷다 보니 군인들이 야간에 보초를 서고 있다.
곧 군대를 가야 할 아들이 있으니 허투루 보이지가 않는다.
날씨도 춥고, 잠도 올 텐데 고생이 많다.
어느 부모님의 소중한 아들들일텐데...
'건강하게 잘 지내소서'
나는 지나가며 기도를 올린다.
나무토막이나 돌맹이한테도 기도를 올리는 내가
자식 같은 젊은이들을 위해서
안녕을 기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철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간식타임을 가진다.
대간이나 정맥이나 아니 먹지는 못하리라~
막걸리파로 대별한 선두조는 산행중에 먹는 것을 그리 반기지는 않는다.
그것은 일단 짐이 무거워지니 걷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까이꺼 후딱 해치우고 내려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 되는데,
바리바리 짊어지고 산에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분들의 철학이다.
반면에 소주파는 주력이 좋으면 중간조, 주력이 나쁘면 후미조가 된다.
즉, 스펙트럼이 훨씬 다양하다^^
하지만 경치 좋은 곳에서 함께 어울려 먹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한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어차피 빨리 갈 수가 없으니
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게 되고,
따라서 배가 고픈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식량을 많이 들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 분들은 절대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다.
다만 산을 사랑하기에 오래 머물러 있을
뿐이라고 한다...
대간길에서는 인원이 제법 되니 자기 개성대로 해도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맥길은 소수의 인원이니 하고 싶은 바를 서로 참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선두, 후미 없이 함께 걸었으니 불편함이 더했지만
군기대장을 미주님이 맡아 잔소리대마왕이 되었다.
"한여름에 소주는 안 되요~"
"맥주는 1인당 1병만 되요~"
"조아이홍걸님, 대성님~ 옆에서 담배 좀 피지 마세요~"
소주파들은 고등학생마냥 물병에 소주를 넣어서 마셨고,
끽연파들은 비싼 담배를 연신 장초인체로 후다닥 버렸다...
여럿이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은 항상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
사람은 다 다르다.
몇 십 년을 함께 산 부부도 다르고 피를 나눈 부모 자식도 다르다.
'나와 다른 것'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며 교만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나와 다름'을 사랑하던가,
울퉁불퉁 다투면서 사는게 함께 사는 것이다.
다투기 싫으면 혼자 살아야 한다...
모두를 대신해 잔소리 해준 미주님도 고마웠어요~
먹느라 한참을 앉아 있으니 춥다.
서둘러 정리하고 산에 오르니 견달산이다.
현달산이라고도 불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見이 견으로도 읽히고 현으로도 읽히니
거기에서 오는 혼란인가 본데...아닌가?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산 같은 산인데 높이가 '무려' 132m이다.
견달산~고봉산~금정굴(5시~7시 40)
밤을 새워 산행을 하니 눈꺼풀이 무겁다.
길이 편안하니 더욱더 눈이 따끔거린다.
한결님은 잠이 온다고 아예 길옆에 드러눕는다.
무박산행을 해도 버스에서나마 눈을 잠시 붙였으니 완전한 무박은 아닌데
오늘은 진짜로 무박을 경험한다.
이렇게 같이 하는 분들이 없다면 언감생심이건만
함께라면 어디든지 뚜벅뚜벅 씩씩하고 거침없이 길을 가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견달산을 지나 고봉산으로 가는 길에 다시 팀이 갈린다.
아까 그 팀끼리...
고봉산 정상인 듯한 곳에 오르니 정상석은 없고
절의 간판들만 나오고
다시 군부대가 있다.
다시 우왕좌왕이다.
다시 '트랭글' 음악소리가 난다.
아~~이 소리 정말 미쳐 버리겠다~~
할 수 없이 막걸리파가 오기를 넷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연장자'님과 마하님이 뺏지 이야기를 한다.
"우이쉬~고봉산 정상에 왔는데 도대체 왜 뺏지를 안 주는겨~"
트랭글에서 산 정상 부근에 오르면 인증으로 무슨 뺏지 같은걸 주는 모양인데
5살도 아니고 50살도 넘었는데도
뺏지 욕심이 한이 없다.
분노에 치를 떨던 2사람의 어른 꼬마들은 기어코 잃어버린 뺏지를 찾아
산 위로 올라가 여기 저기를 어슬렁 거리더만 사라져버렸다.
아~물건에
마음이 뺏기면 옆에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
고봉산을 내려오니 날이 밝아진다.
콘크리트 정자를 지나고 나니 금정굴이라고 하는 곳이 나타난다.
대충 읽어 보니 6.25전쟁중 일어났던 양민학살의 참극 중에 한 곳이었다.
적군인 북한 놈들이 아닌
우리 반공단체와 우리 경찰에 의해 200여명이 학살되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히고 어이가 없어진다.
실제 좌익활동자는 월북을 해버렸다고 하니 그 억울함이 더욱 더 하였으며,
거기에 더해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누명마저 쓰고
떳떳하게 차례조차 지낼 수 없었다고 하니
지난 세월에 입은 고초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1995년 유골을 찾아내고
2007년 나라에서 억울한 죽음을 인정 받고,
2012년 나라에서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하니
저승에서나마 조금이라도 한을 푸셨으면
한다.
금정굴~운정신도시~장명산(7시 40~12시)
금정굴을 지나 낙엽길을 한참 걸으니 운정신도시가 나온다.
시간은 8시가 되니 배가 고프다.
겨우 편의점을 발견하여 컵라면을 사려고 하는데
미주님이 "옆에 해장국집 있는데~" 이러는거다.
우리 모두는 환호성을 올리고 식당으로 들어 가는데
정작 미주님은 편의점으로 간다...
고고님은 그 동안 잔소리 당한 것을 도로 갚는다는 듯
"단체 생활에 적응해야지...아유 까다로워~"라며 퉁퉁거리는데
"아유~적당히 좀 하세요~다시 안 볼 사람처럼~"이러며 옆에서 말리니
"오늘이 마지막인데 뭐~"이러신다.
'흐~오늘이 끝인 줄 알지만 사람 인연은
알 수가 없다우~'
막상 주문을 하니 또 파가 갈린다.
뼈다귀 해장국과 순대국으로~
막걸리파중에서 한결님은 뼈파로,
관악돌이님은 순파로
소주파중에서 해피맨님, 일각은 순파로
고고님은 뼈파로 갈리어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각자의 입맛을 살리는 건 좋은데
식당 주인은 괴롭다...ㅋ
기나긴 아파트의 숲을 지나니 성재암이라고 나오는데,
이제 다 되었거니 좀 더 걸어 가니
파평윤씨 정정공파의 집안 묘역이 나온다.
연산군의 폭정을 반정으로 뒤집은 중종대에 외척이 되어 세도가가 된 이 집안은
인종의 외척인 윤 임(대윤)과
그 뒤를 이은 명종의 외척인 윤 원형(소윤)과의 정쟁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소윤, 대윤 모두 정정공파 한 집안이다.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는 문정 왕후의 권력욕에다
관비의 딸로 태어나 윤 원형의 첩이 되고
결국 정경부인까지 신분 상승한 조선의 신데렐라
정 난정의 이야기까지 얽혀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는 집안이다.
하지만 이들 위정자들이 권력다툼과 가렴주구를 일삼는 사이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말게 되니
조선의 3대 도적인 임꺽정이 활약하던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양주 백정 임꺽정은 실존 인물이고
(탐관오리에게) 훔친 물건을 백성에게 나누어줘 의적이라고 불리었다.
파주 감악산과 양주 불곡산에 임꺽정봉이 있는데
한북정맥길에는 불곡산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불곡산 임꺽정봉을 지나 왔다.
임꺽정이 도적인가?
윤원형이 도적인가?
누가 누구를 체포하는가?
임꺽정이 체포되어 죽고 30년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온 국토가 초토화가 되었다.
큰 도적이 나왔다는 것은
많은 백성들로부터 도적이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잘못된 수취체제를 제때에 바로 잡지 않고
위정자가 계속 사리사욕을 채우니
결국은 나라가 기울어 백성들이 험한 꼴을 당한 것이 아닌가?
세도가의 묘역답게
풍수의 명당자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옛 정취가 예사롭지 않지만 슬슬 다리가 아파온다.
한참을 더 가서
다시 도로를 넘으니 이제 장명산이다.
그런데...아뿔싸 정상석이 없다.
한참을 트랭글과 씨름해보고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있어야 할 곳에는 쓰레기더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아 포크레인을 지나니 정상석이 보인다.
분명히 그 원래 목적은 아니었음직한 종치는 기구(?)와 함께.
산을 깎아 바위를 분쇄한 것과
폐기물 분리 처리한 것을 섞어
건축물 자재의 원료로 쓰는지
레미콘 회사도 옆에 보인다.
이미 장명산은 산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허가를 내어 주는 것인가?
자기 뱃속에서 자기 장기를 꺼내어
비싼 값에 팔아
부자가 되었다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인가?
한북정맥을 완주한 기쁨은
파헤쳐진 장명산의 오장육부에
아픔과 슬픔으로 변한다.
오호통재~
완주의 종을 울리고
다같이 엎드려 절을 올리니
9정맥중 하나를 끝낸 감회가 올라온다.
첫째 날 상해봉 올라갈 때 배탈이 나서 혼났다가 소주 한잔 먹고 설사가 멎던 신기한 기억과,
언제나 강철 같던 관악돌이님이 코피 흘리고 결국 중간탈출 하던 낯선 기억과,
더운 여름 꿀맛 같던 콩국수와,
대성님과 둘이서 기나긴 알바도 해보고,
포천 이동 갈비를 두 번이나 먹었고,
대성산에 올라 맞은편 북한의 오성산을 바라보던 안타까움과,
비탐구간인 상장능선을 리딩하던 고고님의 새로운 면모에 놀라던
기억, 기억들...
이홍걸님 이하 모두가 마음을 모아 즐겼던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돌아 보면 아쉽고, 서운한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10점 만점에 9.9점~
아닌가요?
시즌2를 기대합니다~
마치며
장명산을 내려와 홍대로 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기절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쫑파티를 한다.
여기서도 삼겹살파와 돼지갈비파가 나뉜다. ㅎ
7가지 색깔이 어울려 무지개가 되듯이
우리 산우회도
다양한 개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멋진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며
기나긴 후기를 마칩니다...
참석자: 대장한결님, 총무관악돌이님, 조아이홍걸님, 해피맨님, 고고님, 대성님, 미쓰리님,
가시찔레님, 미주님, 행복나라님, 마하님, ks현정님, 일행일각
카메오: 강토대장님, 청송님, 칸나님
첫댓글 "산행후기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시는 군요~
후기글을 읽으면서 맞아 그때는 그랬어...코피를 흘리며 중탈을 했던 기억ㅎㅎ...
슬며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에 직원들이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알아요" 하네요~
9개월간 한북정맥길 함께한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으며 그추억을 잘 갈무리해주신 일행일각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추억을 함께 했기에
후기가 관악돌이님의 몸에 촤악~ 와 닿겠지요...ㅎ
같이 하지 못한 분들은 너무 길어 사진 보기도 힘드실거에요 ㅎ
9개월간 애 많이 쓰셨습니다. 관악돌이님...감사드려요~
그리고
시즌 2도 좋은 기획으로 준비해 주세요^^
역쉬 5기때의 후기를 다시읽는듯 하네여 시간이 넘 빠르네여 금방시작한거 같은데 벌써 끝이라니 좀 서운하기도하네여 다음정맥 어디를 할까여? 기다려지내여~~^^
함께한시간 즐겁고 행복했읍니다~~
상장 능선 땜방부터~~
@일행일각 언제든지여~~
재밌는 산행 후기 잘 읽었습니다.
추억을 함께 하는 건 참 소중하죠.
추억을 함께 하는 우정이 느껴지네요.
무사히 행복하게 마무리한 한북정맥팀 축하드립니다!
매월 3번씩 산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진심~~
@일행일각 요즘은 말로만 하나봅니다. 남들은 명품빽 선물한다던디
@happy man 명품빽 안 좋아해요~~
와우~~~한북정맥 첫구간부터 마지막 구간 까지 함께 걸은 기분 이네요
세세한 기역력으로 쓰신 후기와 정성들인 사진선정 중간 중간 양념 섞은 예화 좀 길지만 재미나게 읽었음돠 점수 A+++담 정맥 기회되면 또 참석할게요^^*
마하님이 큰소리로 웃어서
서삼릉에서 견딜만 했어요..
바위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지요?
한북정맥 생생한 후기 잘읽었습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형님.
근데
청풍명월의 청풍이
고향이세요?
@일행일각 청풍명월 제천 입니다ㅎ
@청풍 ㅋㅋ 수몰된 곳중에
청풍면이 있다고 들었거던요?
고생들많았습니다~^~
후기 잼나게 앍었습니다 한북정맥 대장정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역쒸~~~~~~~~~
함께 했으면
더 재밌었겠죠? ㅎ
백두대간도 힘든데 짬짬이 한북정맥도 완주하시고, 다들 존경스럽습니다.
이홍걸님이 같이 가자고 몇번 권했는데 시간없단 핑계로 10개월동안 한번도
참가하지 못한게 죄송스럽네요. 완주 축하드려요~~
사실 정맥 하는중에는 힘들고 피곤하고
가기 싫고 그랬어요 ㅎㅎ
내 시간이 하나도 없으니 ㅎㅎ
그런데 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업혀 따라 가는거죠~
지나고 나니 좋네요...흐뭇하고~
시간이란게 항상 그렇더라구요~~
만들려고 하면 없어 ㅋ
한북정맥 해피맨님,?관악돌이님,?고고님,?한결님,?마하님,?가시찔레님,?미주님,?일행일각님8분의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한번도 함께 하지못해 아쉽읍니다 ~~ ㅎ
기회가 앞으로도 있겠지요~
언제나 부지런하시니 비어 있는 스케줄이 잘 없으시죠?
시간 한번 내보세요~~
너무길어서 대충 읽음 ㅎㅎ 시간내서 읽어야겠다.
뻥~~ 잼나게 잘읽고 갑니다.
정맥 시즌2 도 출연하기 못하면 벌꿀님이 대타
벌꿀 아니고 꿀벌이에요~~
@일행일각 아이구 이런~~^-^.
자주 못보니 이런실수를 ㅎㅎ
@happy man 정중히 사과하세요~~
천인공노할 실수를 해놓고서~~
명품빽 정도면 용서해 줄게요~~
요즘 후기가 넘쳐나니 읽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ㅎ
새로운 곳에 처음 가보면
후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할 때는 힘이 들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