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에서 소개해 드릴 모델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소형 SUV인 GLK 2.2 CDi 4MATIC입니다. GLK의 세그먼트는 독일어로Gelandewagan Luxus Kompaktklasse입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컴팩트 럭셔리 크로스오버라는 의미이고 우리말로는 작은 사이즈의 고급 도심형 SUV라는 의미가 됩니다. 최근들어 워낙 다양한 명칭들이 난무하는 관계로 제조사가 제시하는 세그먼트의 정확한 명칭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제나 일반 오너 입장에서 시승기를 작성하는 오토기어에서는 덩치 큰 대형 SUV, 적당한 크기의 중형 SUV, 2리터급의 작고 기민한 소형 SUV로 덩어리만 구분하고 있으니 GLK는 본 시승기에서 소형 SUV로 표기하겠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G바겐이라는 정통 SUV가 있습니다. 축구스타 차범근씨의 애마로 80년대부터 국내에 알려진바 있는 G 바겐은 정통 오프로더 스타일의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힐만한 모델입니다. G바겐은 허머와 마찬가지로 군용으로 개발되었으며 1979년에 첫 출시되어 현재까지 약 20만대가량 생산되었습니다. 최근에도 약간의 외형 디자인과 현대식 실내 구성으로 변경된 모델이 출시되고 있으니 현역 모델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SUV입니다.
벤츠 역사상 다카르랠리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벤츠에 안겼을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독일 장교를 연상시키는 각지고 마초적인 디자인, 오프로드용으로 셋팅된 투박한 승차감, 무거운 차체로 인해 떨어지는 연비 등 G바겐은 도심용 SUV로는 부적합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벤츠는 G에 L를 붙인 GL 시리즈(도심형 SUV인 ML 시리즈와 오프로드 전용 G 시리즈의 특징을 적당히 융합한 모델로 외형은 ML 클래스와 비슷하며 국내 정식 출시되지 않았습니다)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탄소 녹색 성장이 자동차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저배기량 고효율 클린 엔진 개발은 메이커의 성패를 가를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견인력과 풍부한 토크를 내는 대배기량 엔진으로 종횡무진 도로를 누비던 기존 SUV는 이제 공해 물질 배출의 주범이자 화석 연료의 고갈을 부축이는 제 1원인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이제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대배기량 가솔린 SUV에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원인은 간단합니다. 2리터급 디젤 엔진을 탑재한 소형 SUV들이 대배기량 SUV 못지 않은 기민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연비는 거의 두 배 가까운 효율을 내는데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운전 및 관리가 용이하며 구입 가격까지 저렴하니 선택을 놓고 고민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GLK의 등장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벤츠 라인업에서 K 라는 알파벳이 모델명 뒤에 붙으면 '제일 작은 모델' 즉 '컴팩트(독일어로 Kompact)를 뜻합니다. SL의 소형 버전인 SLK나 CL의 소형 버전인 CLK와 같은 맥락입니다. G 시리즈의 편안한 버전인 GL을 다시 소형 사이즈로 줄여 놓은 모델이니 GLK의 아이덴티티는 G 바겐입니다. 따라서 G 바겐의 각지고 남성적인 외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도록 GLK를 디자인하였습니다.
GLK는 컴팩트 SUV 시장에서 가장 늦은 데뷔를 한 모델입니다. GLK는 2008년 북경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2009년부터 정식 양산, 판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BMW는 X3 시리즈를 중심으로 X1 시리즈까지 영역을 넓혔고 폭스바겐은 티구안, 아우디는 Q5, 랜드로버는 프리랜더, 그리고 일본 브랜드는 혼다의 CR-V와 도요타의 RAV4 등이 활발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든 압도할만큼 웅장한 사이즈의 G 바겐과는 달리 도심형 SUV 컨셉을 추구하는 GLK는 언뜻 보기에는 박스형 자동차와 비슷한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기아 자동차의 쏘울과 많이 닮아 보인다고 할까요? 실제 GLK를 시승하는 동안 업무상 거래처 직원을 만났는데요, 제가 GLK에서 내리는 것을 보더니 '제 처제도 같은 차를 탑니다~'라고 하더군요. '처제가 꽤 고급 직종에 종사하는가보다'라고 생각하던 순간~ '예쁜차 타시네요~'라는 말을 덧붙이더군요. 음... 아무래 컴팩트 버전이라지만 그래도 메르세데스 벤츠인데 예쁜차라고? 혹시 그렇다면??' 네, 그 직원은 쏘울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승차인 관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만, 시승자의 애마였다면 살짝 빈정 상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쏘울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라는 것은 아시죠? 쏘울보다 많이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의미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쏘울을 보니 측면 실루엣이 정말 GLK와 많이 비슷하더군요. 자동차 지식이 부족한 분들이라면 GLK와 쏘울을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식한 것은 아지겠지만, 쏘울과 같은 크로스오버형 자동차들과 혼동하지 말라고 전면부에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넣었습니다. 현존하는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자사의 로고를 벤츠만큼 크게 넣는 제조사도 없는데요, 제가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석 디자이너라도 로고를 최대한 크게 넣겠습니다. 그만큼 벤츠의 삼각별 로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죠. 아우디를 올림픽 로고로, 인피니티를 대우 로고로, 렉서스를 롯데리아 로고로 오해할 정도로 자동차 브랜드에 둔감한 어르신들도 벤츠의 삼각별 로고만큼은 익히 잘 알고 계실만큼(어르신들은 '벤쓰'라고 많이들 발음하시죠. ^^) 벤츠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니까요.
GLK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첨단 장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충돌시 충격 에너지를 분신시켜주는 고강도 패신저 셀, 경추 골절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엑티브 헤드레스트, 운전석, 동반석, 측면, 윈도우 에어백 등 기본적인 안전 장치는 E 클래스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GLK는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됩니다. 엔진 배기량과 제원은 동일하며 세부 옵션에서만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상위 버전은 19인치 휠이 기본 제공되고 하위 버전은 18인치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실내 크롬 패키지, 알루미늄 트림,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AV 모니터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가격은 상위 모델이 6690만원, 하위 모델이 5890만원입니다. 상위 모델과 하위 모델이 800만원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옵션 차별화에 비해 가격 차이가 다소 큰편입니다.(19인치 휠+타이어만 해도 얼마다..라고 계산하시는 분들은 기본 모델의 18인치 휠+타이어 가격은 염두해 두지 않는 경향이 있더군요.) 물론 차량 출고후 상위 모델의 옵션으로 변경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으니 큰 사이즈 휠과 AV 모니터, 포인트 있는 실내 구성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상위 모델로 가시는게 좋고 실용적이고 가격대비 가치를 높게 평가하시는 분들은 하위 모델로도 충분히 만족하실 것으로 봅니다.
GLK는 최근에 출시된 메르세데서 벤츠 모델 가운데 가장 특징적이면서 가장 저평가 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GLK의 특징이나 차량 컨셉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충성도가 매우 높고 만족도가 큰 모델이지만 GLK를 잘 모르시거나 처음 접하시는 분들 중에는 '뭐 저리 못생긴 벤츠도 있냐?'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각지고 남성적인 디자인보다는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엘레강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독일 사람들 특유의 국민성이 엿보이는 GLK의 정직한 라인은 호감보다 비호감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를 되집어 보면 온통 둥글둥글 한데다 복잡한 선처리로 고유 모델의 개성을 느끼기 힘든 현 컴팩트 SUV 시장에서 GLK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외형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오너에게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GLK의 디자인을 훌륭하다고 보는 분들이 계신가하면 형편없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수보다는 다수의 의견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GLK의 외형 디자인 점수는 낮은 편에 해당합니다. (시승자 개인 취향을 반영하면 두 손들어 환영할만한 디자인입니다만...^^;)
GLK의 외형은 한마디로 '직선과 각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G바겐처럼 주변을 압도할만큼 큰 덩치라면 직선과 각으로 표현된 라인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할만 하겠지만 애매한 사이즈의 차량을 직선과 각을 특징으로 디자인할 경우 든든한 SUV보다는 박스카의 생뚱맞은 이미지를 떠올릴 위험이 크죠. 벤츠의 디자이너는 어중간한 사이즈의 GLK에서도 메르세데스다운 품위와 소형 SUV다운 날렵함이 느껴지도록 GLK를 디자인하였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GLK는 SLK와 마찬가지로 C 클래스의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길이 4530mm, 폭 1840mm, 높이 1625mm이며 휠베이스는 2755mm입니다. 이는 티구안에 비해 길이는 103mm 길고 폭은 31mm 넓은 반면 높이는 58mm 낮습니다. BMW X1과 비교하면 길이는 76mm 길고 폭은 42mm 넓으며 높이는 80mm 높습니다. 아우디 Q5와 비교하면 길이는 99mm 짧고 폭은 40mm 좁으며 높이는 28mm 낮습니다. 아우디 Q5는 중형 SUV에 해당하는 사이즈이죠. 따라서 GLK는 소형 SUV보다는 좀 더 크고 중형 SUV보다는 약간 작은 정도의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차체 사이즈가 큰 편이지만 벤츠 라인업에서는 엄연히 가장 작은 소형 모델로 분류됩니다.
GLK의 외형은 한마디로 각이 살아 있는 디자인입니다. 전면부든 측면부든 후면부든 둥글둥글한 부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직선 위주의 외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직선의 투박한 스타일임에도 마초적인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툼하고 거친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곡선을 찾기 힘든 측면부와 후면부 등 남성적인 요소들로 그득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외형이 귀엽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측면 펜더는 잘발달된 삼각근을 갖고 있는 남성의 어깨를 연상시킵니다. 바디빌더의 엄청난 덩어리의 느낌보다는 아이돌 그룹 맴버의 적당히 보게 발달된 근육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굵직한 3개의 선과 초대형 사이즈의 로고, 강렬하게 치켜뜬 헤드램프 등 강렬한 요소들과 조합되어 있음에도 과하게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전면부의 각은 듀얼 선루프를 달고 있는 루프에서 후면부까지 이어집니다. 전면부의 각진 스타일이 일관성 있게 연장되어 있습니다만 후면부의 디테일은 다소 부실한편입니다. 전면부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후면부로 갈수록 다소 김이 빠지는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테일램프 구성, 머플러 배치, 후면 펜더 라인, 리어 범퍼 등 ML 클래스의 후면 디자인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디테일이 많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지만 현재의 평이한 스타일의 테일램프와 해치 도어 구성에 그리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 '존재감'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여러 차종 가운데 섞여 있더라도 한 눈에 구분될만한 개성이 '존재감'으로 정의된다면 GLK의 후면부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는 디자인에 해당합니다. 전면부에서 풍기는 GLK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이 후면부로 넘어오면서 흐지부지된듯하여 다소 아쉽군요.
파이프형 LED로 미래 지향적 분위기를 연출한 X1나 날렵한 디자인과 사각 LED로 독창적인 느낌을 표현한 아우디 Q5에 비해 GLK의 테일 램프는 너무 통속적입니다. 각진 외형과 일체감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는 합니다만 시승자가 보기엔 ML의 테일 램프 디자인을 대충 손봐서 넣은 성의 없는 모습입니다. 특징 없는 테일 램프가 후미 디자인을 더욱 밋밋하게 보이게 합니다.
머플러는 사각 파이프로 듀얼 구성이며 ML 클래스와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19인치 휠입니다. 제법 큰 사이즈임에도 세단에 비해 차고가 높은 SUV에 장착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리 커보이지 않는군요. 상위 모델은 19인치 휠이 기본 제공되고 하위 모델에는 18인치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그런데 순정 19인치 휠의 디자인이 속된 말로 병맛(?) 수준입니다. V 스포크를 5개 배치하고 볼트부를 덮개처럼 구성한 모양인데 누구나 대충 쓱싹쓱싹 그리면 나올만한 뻔한 스타일이라 상위 모델에만 적용된 옵션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전에더 벤츠 디자이너들은 다 잘해 놓고 신발 부분에서 삑사리를 낸 적이 꽤 많은데요, 대표적인 경우가 R170 SLK 200에 달려 나왔던 일명 깡통휠과 W220 S600 시리즈에 달려 나왔던 일명 가오리 휠을 들 수 있습니다. GLK의 특별 옵션이라 할 수 있는 19인치 순정휠도 그 못지 않게 촌스럽군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동력 성능을 알아보겠습니다. GLK는 4기통 2143cc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7단 G트로닉 자동 변속기와 매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고 170마력의 출력을 3000-4200rpm에서 내고 최대 40.8kg의 토크를 1400rpm에서 2800rpm의 낮은 영역에서 냅니다. 마력은 2리터급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토크는 4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에 해당하며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영역이 비교적 넓은 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0g/km로 친환경 특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2리터급 디젤 엔진들이 170마력을 우습게 넘기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GLK에 탑재된 2.2리터 디젤 엔진의 사양이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혹자는 '벤츠가 출력을 못 뽑아내서 그런게 아니라 안정적이고 넉넉한 드라이빙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다운 그레이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만, 이는 다분히 빠(?)스러운 멘트죠.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모델이 국산 디젤 엔진에 비해 딱히 높은 성능을 보이지 못할만큼 현재 자동차 엔진 제조 분야에서 기술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뭐.. 전 '구간에서 고른 출력으로 170마력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에 역시 벤츠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최근 출시된 국산 2리터급 디젤 SUV들도 전구간에서 고른 출력으로 기대 이상의 주행 성능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l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8.8초입니다. 1845kg의 공차 무게를 감안하면 출력 대비 빠른 가속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아주 인상적인 성능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BMW X1 23d의 경우 GLK보다 배기량이 작은 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최고 204마력의 출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l까지 7.3초면 끝냅니다. 배기량이 10% 더 큰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1.5초의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은 GLK의 약점입니다. 이는 X1의 중간급 모델인 20d의 8.1초보다도 0.7초 느린 결과입니다.
최고속도 역시 X1 23d의 223km/l보다 약 20km/l 정도 떨어지는 205km/l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2000-3000만원 정도의 현대 투산 IX나 기아 스포티지 R에 탑재된 2리터급 엔진보다 최고 마력이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엔진 출력은 2.2리터 디젤 엔진으로는 평범한 수준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공식 연비는 14.2km/l로 역시 2리터급 디젤 엔진을 탑재한 소형 SUV의 평균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5890만원에서 6690만원이나 하는, 모델명 자체에 럭셔리 컴팩트 SUV라는 수식어가 붙은 차량으로는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GLK의 차별화는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만든 컴팩트 SUV'라는 점 밖에 없을까요?
일반적으로 메르세데스의 차량들은 특유의 가속 패달 조작감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벤츠의 가속 패달감을 '묵직하다'라고 표현합니다. 국산 세단의 경우 가속 패달을 살짝 밟기만해도 차량이 앞으로 진행하는듯한 느낌이 바로옵니다만, 벤츠의 차량들은 가속 패달을 살짝 밟는 정도로는 초기 응답력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가속 패달에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비로소 차량이 앞으로 움직이는게 느껴지고 이내 운전자가 원하는만큼의 응답력을 보여주는 타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벤츠의 가속 패달은 묵직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가속 패달 유격이나 가속 패달이 무겁게 동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속 패달 조작에 따른 차량의 반응을 한템포 정도 늦춘 셋팅이라고 할까요? 이는 갑작스러운 패달 조작에 따른 차량 오작동을 어느 정도 방지하여 보다 안정적인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벤츠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GLK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벤츠 차량과 달리 가속 패달이 제법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앞서 시승했던 ML280CDi의 경우 지나치게 부드러운 출발로 시승 내내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GLK는 초기 응답성도 빠르고 가속이 진행되는 속도 역시 제원에서 기대되는 수준보다 경쾌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100km/l까지 도달 시간은 8.6초에서 8.8를 기록하여 제원에 걸맞는 성능을 보였으며 160km/l까지는 막힘 없이 시원한 진행을 보였습니다. 180km/l 이상부터는 가속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도로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한 최고 속도인 205km/l 도달이 쉽지 않습니다만 전반적으로 2.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으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흔히들 '자동차는 스펙에서 명시된 출력이나 제원만으로는 그 가치를 절대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데요, GLK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벤츠의 7단 G 트로닉과도 좋은 매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2004년, R171 SLK와 함께 새롭게 등장했던 7단 G 트로닉 자동 미션은 6년간 벤츠의 다양한 차량에 적용되면서 효율과 안정성을 꾸준히 갖춰왔으며 현재에는 메르세데스를 대표하는 핵심 변속 장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변속 충격, 변속 타이밍 등 수준급의 성능을 보여주는 7단 G 트로닉 변속기는 GLK의 2.2리터 디젤 엔진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뛰어난 정숙성과 진동 억제력 역시 GLK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연비, 저공해, 배기량 대비 고출력 등 최근 제조 기술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디젤 엔진에 많은 장점이 추가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가솔린 엔진을 넘을 수 없는 부분은 소음과 진동입니다. 디젤 엔진 특유의 딸딸거리는 소음과 잔진동은 최근 출시된 신모델들에서도 여전히 발견되는 단점입니다.
국산 브랜드는 물론이고 폴크스바겐, 푸조, 아우디, BMW 할 것 없이 디젤 엔진을 탑재한 2리터급 소형 SUV 대부분이 특유의 딸딸거리는 소음과 잔진동의 문제를 보였습니다. GLK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소음과 진동 부분입니다. 가솔린 엔진 모델 수준이라거나 진동이 아주 없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폴크스바겐 티구안, 아우디 Q5, BMW X1 등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볼 때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것을 몸으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정차시 또는 공회전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된 차량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만큼 뛰어난 수준이며 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과 차체 진동도 컴팩트 SUV 가운데 최상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내와 시외를 6:4 비율로 약 300KM/L 정도를 운행하였으며 급가속과 급정거, 최고속 테스트 등을 반복하면서 특별히 연비 주행 없이 편안하게 운전한 결과 트림컴퓨터상으로 약 9.1km/L의 연비를 나타냈으며 실제 연료 소모량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경쟁 모델 대비 돋보이는 수치는 절대 아닙니다만, 고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거나 연비 주행을 할 경우 디젤 엔진 특유의 경제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GLK의 경쟁력입니다.
여기에 우수한 바디 강성도 GLK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G바겐처럼 프레임 바디가 아닌,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합니다만, 비슷한급의 컴팩트 SUV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바디 강성이 느껴집니다. '사고가 나본 것도 아닌데 바디 강성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라고 가끔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주행하거나 급코너 구간을 고속으로 돌아나가야 할 때, 높은 과속 방지턱이나 움푹 페인 부분을 지날 때 등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바디 강성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많습니다.
바디 강성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어디에선가 뒤틀리는듯한 마찰 소음이 발생하거나 고속 회전 구간에서 롤링, 요잉, 피칭 등이 감지되며 고속 주행시 차체 진동과 같은 불안한 현상들이 발생하는데요, GLK는 이부분에서 동급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의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방식, 후륜에 멀티 링크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긴 스트로크 댐퍼와 높은 차고로 상하 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SUV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코너링과 고속 주행시의 안정감은 단연 돋보이는 수준입니다.
GLK에는 벤츠의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4MATIC으로 불리는 이 사륜구동 시스템은 시스템은 평상시 40:60의 비율로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하여 4륜 구동의 안정성과 후륜 구동의 다이내믹성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네 개의 바퀴, 또는 전/후, 좌/우 바퀴로 구동력 분배가 가능한 4-ETS(Electronic Traction System)를 적용하여 험로에서도 조향 안정성과 우수한 구동력을 보장합니다.
BMW 차량의 경우 패달을 밟는 즉시 '지금부터 차량이 정지하기 시작할테니 준비하라'는 사인을 주는 즉답식인 반면 메르세데스 차량들은 패달을 밟는 즉시 제동을 위한 큰 힘이 작용하지 않는듯 하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곳에 차량을 정확히 정지시켜줍니다. 운전자에게 제동에 따른 부담을 줄여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이지만, BMW의 즉답식 반응에 익숙하신 분들은 브레이크가 밀리는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GLK에서도 벤츠 특유의 제동력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거칠지 않게 반응하지만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키키 위한 힘이 곧바로 작용하여 운전자가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확실하게 제동력을 걸어줍니다.
실내 구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GLK는 실내는 C 클래스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계기판과 스티어링휠을 비롯하여 산타페시야 중앙 패널부 등 전체적으로 C 클래스 수준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LK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당연한 구성입니다.
차분한 느낌의 실내입니다. T자형 데시보드에 C 클래스, SLK와 공용인 스티어링휠, 데시보드 상단의 AV 모니터 등 메르세데스 컴팩트 라인업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고가 높은 SUV의 특성을 살려 글로브 박스 위에 두터운 유광 우드레인을 넣어 멋을 냈고 중앙 상단 AV 모니터는 C 클래스 스타일 대신 E 클래스 스타일로 구성하였습니다. AV 모니터, 에어컨디셔너 통풍구, 오디오 패널, 에어 컨디셔터 패널 순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7인치 AV 모니터부입니다. 최근 8인치부터 10인치까지 모니터가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평범한 구성입니다. 상위 모델에만 제공되는 옵션이며 네비게이션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차량의 시승기에서 늘상 지적하는 부분입니다만 기본 제공되는 네비게이션의 개선이 시급합니다. 지니맵을 제공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모니터 해상도와 맵 해상도가 맞지 않아 흐릿하고 지글그리는듯한 출력을 보입니다.
<후방 카메라 기능도 지원합니다만 주차선 표시 없이 달랑 후방 영상판 표현하는데다 카페라 화질이 그리 좋지 못하고 왜곡도 있는 편이라 사용성이 좋지 않습니다.>
터치 스크린 방식이 아닌 점도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벤츠에서는 운행중 안전을 이유로(운전중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다보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 터치 스크린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조그다이얼이나 리모트 콘트롤로 하나의 메뉴를 찾는데다 몇 번의 조작을 하다보면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보다 불편할 뿐더러 운행시 더 위험합니다. 특히 리모트 콘트롤이 사제 제작품이라 품질도 조악하고 수신률도 빵점이라 있으나마나입니다. 최고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 답게 네비게이션 및 AV 사용 편의성 부분에서도 재고가 필요합니다.
디스플레이가 번들거려(유광 하드 코팅) 반사상을 맺고 직사 광선을 받으면 가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야간 출력에는 유리하지만 주변이 밝은 곳에서는 원활한 식별에 방해가됩니다. 유광 코팅 방식보다는 직사광선 하에서도 적정한 식별력을 제공하는 반투과성 디스플레이가 자동차용 모니터로 적합합니다.
AV 모니터 및 오디오 패널부입니다. 메르세데스 특유의 배열을 보여줍니다. 좌측에는 메뉴, 우측에는 숫자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구성입니다만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나름 유용한 구성입니다.
에어컨디셔너 패널부의 모습입니다. 두 개의 다이얼 사이에 조작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또한 메르세데스 특유의 에어컨디셔너 구성입니다.
두툼한 우드레인의 모습입니다. 차량의 각진 스타일과 일체감이 있도록 힘있는 모습니다. 유광보다는 대체로 무광 우드그레인이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만 GLK에는 유광 우드그레인이 좀 더 어울린다고 판단됩니다.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페이스리프트 SLK부터 채용되기 시작된 C 클래스급 모델의 공용 스티어링 휠입니다. 날렵한 스포크가 특징이며 원형 십자 방식으로 새롭게 변경된 리모트 콘트롤 버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립감은 적당하며 스티어링휠 조작감은 부드럽습니다.
우측 버튼부의 모습입니다. 핸즈 프리, 볼륨 업/다운 기능을 제어합니다. 음성 인식 기능 버튼은 GLK에 채용되어 있지 않아 쓸모가 없습니다.
좌측 부튼부의 모습입니다. 트립 컴퓨터, 계기판 정보 열람 기능을 제어합니다.
좌측의 윈도우 와이퍼, 방향 지시등 조작 레버와 크루즈 콘트롤 기능을 제어하는 레버의 모습입니다.
전동 방식의 텔레스코픽 조작 레버입니다. 애기 손처럼 귀엽게 생겼군요.
계기판의 모습입니다. C 클래스와 동일한 부품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중앙의 속도 게이지 안쪽에 차량 주행 정보를 표시하며 좌측 부분에는 연료 게이지, 온도 게이지가 배치되고 우측 부분에는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게이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구성이라 시안성이 좋습니다.
운전석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 등화 장치 관련 다이얼입니다. 유럽 차량 대부분이 이와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산타페시아 상단 중앙 부분에는 스피커 출력구와 전면 주차 경고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긴 센서 안쪽에 작은 LED가 내장되어 있어 장애물이 가까워지면 LED 점등수가 증가하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R170 SLK와 동일한 방식입니다.
트윈 선루프의 모습입니다. 파노라마라고 부르기에는 좀 답답한 사이즈입니다. 일반 세단보다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선루프를 1열과 2열로 구분해 놓은 트윈 구성이라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가로대가 넓고 선루프 사이즈가 크지 않아 개방감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반 선루프 하나만 배치되어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는 없죠.
룸밀러와 실내 램프, 선루프 조작 버튼부의 모습입니다.
1열 시트 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컵홀더의 모습입니다. 2열 암레스트 부분에도 2개의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글로브 박스 안쪽에도 캔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에이컨디셔너 송풍구로 캔을 덥히거나 식힐 수 있게 하였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암레스트입니다. 2분할 방식으로 측면에 보이는 작은 사각 버튼을 누르면 암레스트 덥개가 개방됩니다.
좌우로 나뉜 덥개가 양쪽으로 열리는 구조입니다. 수납 공간은 좁지만 깊습니다. 수납 공간 앞쪽에 작은 수납함이 더 배치되어 있습니다만 용도가 애매합니다.
단순한 구성의 조그다이얼입니다. AV 모니터 상으로 메뉴를 검색하고 실행하는 정도의 기본 기능만 지원합니다.
GLK의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운전자가 두 팔을 편안하게 놓은 상태에서 분산되어 있는 조작 버튼을 사용하기가 매우 편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도어 암레스트에 팔을 자연스럽게 거치한 상태에서 손을 뻗으면 윈도우 조작 버튼들과 시트 조절 버튼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오른팔을 중앙 암레스트에 편안하게 거치한 상태에서는 조그 다이얼이 오른 손에 자연스럽게 닿아 운전 중에도 편안한 조작이 가능합니다. 인체 공학적인 설계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도어 안쪽의 구성입니다. 차량의 이미지에 맞게 단단하고 야무진 모습입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하지만 내장재 마감은 좋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최고급 라인업이 아닌 이상 시트 조절 버튼은 시트 바로 아래 부분에 배치합니다만, 메르세데스는 C 클래스부터 운전석 도어에 시트 조절 버튼을 배치하여 차별성을 부여합니다. 도어 안쪽에 시트 조절 버튼을 배치하게 되면 전원 케이블을 도어 부분까지 끌어 와야 하기 때문에 공정이 더 복잡해 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듭니다. 물론 운전자가 시트를 조절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입니다.
운전석 시트의 모습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트 마감은 동급 모델 가운데에서 가장 훌륭한 품질을 보여줍니다. 가죽 마감재도 훌륭하고 박음질, 바느질 마감도 우수합니다. GLK의 시트 역시 동급 모델 가운데 최상급의 품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 방식이며 요추 받침대, 등받이는 물론 헤드레스트 부분까지 전동식으로 움직입니다.
2열 시트의 모습입니다. 오너 중심 모델이기 때문에 2열 탑승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는 없습니다만 성인 남성 3명이 탑승해도 큰 불편이 없을만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갖추고 있으며 시트도 적당한 착석감을 갖추고 있습니다.
2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됩니다. 바닥과 완전한 수평을 이루지는 않습니다만 각도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사이즈가 큰 짐을 수납하는데 불편함은 크지 않습니다.
각진 박스 형태라 트렁크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2열을 접지 않은 트렁크 용량은 450 리터로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닙니다만 루프가 높고 좌우가 넓어 큰 짐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습니다.
2열 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1550 리터로 3배 이상 넓어집니다.
트렁크 바닥에는 작은 짐을 넣을 수 있는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플라스틱 판은 수납장에 맞는 박스이며 차량과 함께 기본 제공됩니다.
바닥 수납 공간을 들면 간이 예비 타이어가 나옵니다. 일명 깡통휠과 얇은 고무판으로 구성된 긴급 타이어입니다.
GLK의 해치 트렁크 도어는 전동 방식으로 열리고 닫힙니다. 전동식 트렁크는 혼자서 많은 짐을 실어야 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측면에 크롬 코팅으로 멋을 낸 시동키의 모습입니다. 디자인과 버튼 구성이 약간 변경되었습니다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스마트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키홈에 키를 넣고 돌리는 방식으로 시동이 걸립니다. 동급 모델 대부분이 스마트키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총평
메르세데스 벤츠를 대표하는 모델은 플래그쉽 모델이자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인 S 클래스와 10년에 한번 모델 체인지를 할 정도로 벤츠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벤츠의 가치를 대변하는 SL 클래스와 같은 고급 모델(SLR, 마이바흐, SLS와 같은 특별한 모델들은 논외로 하고) 입니다만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큰 만족도를 제공하는 모델이자 가격대비 가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모델들은 공교롭게도 K 라인업입니다. SL의 경량 버전인 SLK는 유럽과 미국, 일본 시장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도 하드톱 로드스터로 큰 사랑을 받아왔으며 모델 체인지를 앞둔 현재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CL의 경량 버전인 CLK 역시 국내 판매고는 보잘것 없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는 모델이자 차량 만족도 면에서 메르세데스의 여느 모델보다 높습니다. GLK 역시 오너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모델로 '가격대비 최고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k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심형 컴팩트 SUV로서 GLK가 보여주는 가치는 높습니다. 사이즈가 작아도 중형 SUV에 버금가는 실내 공간을 제공할 정도로 실용적인 설계가 돋보이며 디젤 모델임에도 가솔린 모델 못지 않은 정숙성을 갖추고 있고 두터운 토크로 답답함 없는 주행 성능을 보여주면서 시내 주행시 9km/m 내외, 고속도로 정속 주행시 13km/l 내외의 준수한 연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도심형으로 설계되었지만 어지간한 오프로드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바디 강성과 껑충한 자세의 SUV로는 수준급에 해당하는 코너링 실력, 세단만큼은 아니지만 생김새에 비해 비교적 편안한 승차감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평점을 줄 수 있을만한 모델입니다. 메르세데스의 이름 값을 하느라 비슷한 배기량의 경쟁 모델들에 비해 비싼 가격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라디에이터에 반짝이는 삼각별을 달기 위한 댓가(차량의 전반적인 가치를 고려해봐도)로는 비교적 과하지 않은 가격이라고 시승자는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은 분명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 GLK만의 매력과 컴팩트 SUV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밸런스는 GLK를 선택한 오너들을 오래도록 즐겁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라인업 가운데 제 값을 다 치루고 신차를 구입해도 후회가 없을만한 몇 안되는 수작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2리터급 디젤 엔진에서 현재의 출력을 이끌어 냈다면 밀도 높은 성능을 추구하는 국내 오너들의 선호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외형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개성있는 전면부에 비해 후면부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시각적인 요소도 적고 디테일도 부족해 심심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은만큼 후면부 디자인을 좀 더 구성력 있게 다듬는다면 동양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순정휠 디자인이 너무 평이하고 저렴해 보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급 모델에 경우 19인치 대형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만, 디자인만 봐서는 절반 가격도 안되는 국산 SUV의 기본 휠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좀 더 세련된 스타일의 기본 휠 디자인을 필요로 합니다.
유광 코팅된 AV 모니터는 직사광선을 받을 경우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반투과형 무광 디스플레이가 직사광선을 받아도 가독성이 좋은만큼 디스플레이 타입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기본 제공되는 맵이 해상도에 맞지 않는 문제도 여전합니다. 가장 높은 비용을 들여 차량을 구입하는 오너들에게 깔끔하고 섬세한 맵을 선사하는 것은 제조사의 기본적인 의무에 해당합니다. 주행시 안전을 핑계로 터치 스크린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기본 제공되는 리모트 콘트롤러의 사용감이 너무 좋지 않아 오히려 안전 운전에 더 방해가 됩니다.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하여 세부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국내 오너들에게는 훨씬 손쉽고 편리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스마트키 기능을 적용하지 않은 점도 가격대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떤 오너들에게 어울릴까?
최근 출시되는 소형 SUV의 디자인 컨셉과는 사뭇 다른 직선 위주의 독특한 외형으로 분명한 사용자층을 보여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GLK는 대부분의 오너층과 좋은 매칭을 보여줍니다. G 바겐의 남성적 매력을 담고 있지만 여성 오너가 운전석에 앉은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경쟁 모델들에 비해 다소 경직된 스타일로 젊은층과 겉돌것처럼 보이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오너들과도 훌륭한 그림을 이룹니다. 사이즈가 작고 네모 반듯한 모양이여서 나이 지긋한 오너들이 타기에는 품위가 떨어지 보이지만 정작 흰머리 히끗히끗한 오너들이 운전하는 GLK는 여유롭고 안정감 있게 보입니다. 단,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네임밸류 때문이라면 GLK말고 다른 모델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면부에 삼각별에 큼직하게 달려 있음에도 벤츠 오너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 오토기어 편집
첫댓글 디테일하면서도, 중립적인 시각으로 잘 쓴 시승기라고 생각되어, 올렸습니다. 다만, 음성인식부분은 글내용과 달리 작동 잘 됩니다.
와...정말 상세한 시승기네요.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네요 차 살때 도움이많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