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로 만나 본 축구 전력 분석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되물었다. 선수들이 거침없이 서로의 진영으로 뛰어드는 침략 스포츠인 축구는 변수가 많아 데이터 분석의 활용성이 떨어지지 않냐는 기자의 말에 대한 반박이었다. 실제로 오늘날 축구 경기장에서는 승리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뒤 가공한다. GPS, 움직임 감지 센서, 빅데이터, AI가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9월 7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 이곳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이 맞붙었다. 전반전 15분, 전북 현대 모터스가 수비하기 급급해지자 노동현 전북 현대 모터스 전력 분석관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숨을 쉬고 답답함에 못 이겨 벌떡 일어난 노 분석관의 왼쪽 귀에는 헤드셋이 걸려있었다. 그는 이 헤드셋을 통해 경기 내내 벤치에 있는 코치와 소통했다.
왼편에 앉은 이석구 전북 현대 모터스 전력 분석관의 오른손은 캠코더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캠코더를 통해 수집한 영상 데이터는 두 분석관 앞에 있는 노트북의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됐다.
전반전이 끝나기 2분 전, 노 분석관은 노트북을 챙겨 빠르게 일어났다. 휴식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이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는 전반 45분 동안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코치들과 공유하며 후반전의 전략을 세웠다.
경기는 아쉽게 0 : 0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전력 분석관은 쉴 새가 없다. 이번 경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틀 내로 분석한 뒤 다음 경기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현, 이석구 전력 분석관이 이틀 내로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는 다양하다. 선수들이 경기 동안 착용한 전자 활동량 추적 시스템(EPTS)에서 얻은 피지컬 데이터와 캠코더를 비롯해 사설 분석 업체 카메라, 중계 카메라로 수집된 영상 데이터다. 피지컬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는 어떤 것일까. K리그 EPTS공식 파트너십 업체인 ‘핏투게더’, AC밀란과 일본·캐나다 축구 대표팀을 고객사로 둔 업체 ‘비프로일레븐’과 함께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