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과거
배용준에 열광하는 일본 중년여성과 최지우와 악수하는 고이즈미수상
궁금했다. 겨울연가가 뭐길래 저리도 야단법석인가?
1월8일 토욜밤 11시15분 1,2회를 봤다. 우리들의 이야기 같아 공감이 컸다.
춘천, 제일고 캠퍼스, 피아노, 운동장, 소양로, 시내버스, 명동거리, 남이섬....
시나리오 작가는 틀림없이 춘천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사람이 아닐까?
영상이 서사시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윤석호 감독은 영상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 다음주 토욜 3,4회를 보고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그저께 5,6회를 본 후 TV에 연결해 7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중간에 광고를 보지 않아도 돼 훨씬 감상하기 좋았다. 그렇게 보기를 밤을 새워 동이 트고 일요일 오전 11시까지 14회을 봤다. 그리고, 16회~20 마지막회 까지 1박2일 동안...ㅎㅎㅎ..끝장을 봤다.
소재는 "첫사랑"이고, 주제는 "첫연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노인과 바다'를 보면 등장인물이 노인과 소년이 전부다.
내가 고2때 그 음습한 기숙사에서 그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내용을 중간에 덮지 않고 다 읽고 나서, SEX와 폭력과 써스펜션 없이도 스토리가 흥미있게 전개될 수 있음에 놀란적이 있었다.
20시간의 드라마 치고는 무쟈게 내용이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화면을 보여주며, 대사도 충청도 사람처럼 천천이 또박또막 말하고,유진이는 결정적인 대사는 꼭 되묻는다. 그리고, 향후 전개될 사건은 꼭 복선을 깔아 암시해 주며, 초지일관 첫사랑에 대한 설레임과 애뜻한 감정을 면면히 이어간다.
유진의 성격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다. 민형과 상혁 사이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한다. 세익스피어의 햄릿 보다도 더 우유부단해 나중엔 짜증까지 날 정도다.
그러나,이 유진의 캐릭터 설정은 작가 입장에선 드라마의 구성(plot)에 크나 큰 기둥 역할을 해 마지막회 까지 써먹으며 줄거리의 일관성을 유지시켜 준다.
파스칼이 일찌기 여성에 대해 간파 했듯이, 여성의 타고난 지혜는 변화능력 아닐까? 그것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와있는 한 구절이 증명한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지 못하며, 가장 현명한 자가 삶을 연장시키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살아남는 것은 변화할 수 있는 자이다."
조연으로서의 '김상혁'과 '오채린'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민형'이 자신의 목표였던 '정유진'만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 반면, 상혁과 채린은 경쟁 상대방만 이기면 연인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은 '유진'과 '민형'을 얻는데 모두 실패했다.
'민형'은 거북이고, '상혁과 채린'은 토끼다. 거북이는 산등성이의 깃발만을 보고 갔고, 토끼는 깃발이 아니라 거북이를 보고 달렸다. 거북이는 고지가 절대 목표였고, 토끼는 상대인 거북이만 제치면 된다고 본 것이다.
'상대를 보는 사람'은 '목표를 보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이민형(강준상)은 주연으로서 뭇 여성들의 이상적인 남성상이다. 그는 일단, 돈이 많다... 그리고, 능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잘생기고 운동도 잘한다.
상혁이가 아시아적 가치의 틀 속에서 산다면, 그는 Global standard적 사고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의 생일날 먹을 음식을 자신이 직접 유진과 함께 마트에서 가서 사오고, 자신이 직접 주방에서 조리하며, 유진이 오면 커피를 끓여준다.
상혁이에겐 유진이 밥해주고, 사무실 나가 일하고, 한국 최고의 현모양처다(?)
그는 혼란해 하는 유진의 근처에서 인생의 길을 잃지 않도록 상징적인 폴라리스 목걸이와 유진이 설계한 마음의집을 통해 유진을 가장 편한 "집"이라는 인생의 안식처로 인도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마지막회에서 준상을 장님으로 만듬으로써 첫사랑의 연인을 위해 희생한 강한 남성을, 여성의 모성애로 포용해 주는 슬프고도 뿌듯한 첫사랑의 완결로 숙연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배용준에 열광하는 일본 중년여성과 최지우와 악수하는 고이즈미수상를 이젠 이해한다.
첫댓글 이 드라마를 근래에 보셨나봐요.
잊혀진 드라마를 지금 찾아보신것도,
또 몰아보기를 할 정도로 작품에 빠져든것도
놀랍습니다 ^^
너무나 오래된 드라마라 스토리도 가물가물 하거든요.
왜... 한때 핫플레이스로 누구나 한번쯤은 가서 인증샷을 남겨야만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 같아 모두가 찾던 성지였지만,
한참 지난후에 우연찮게 지나갈 일이 있어서
들렀는데 방문객이 드문드문 오니 관리도 제대로 안해서
방치된 듯 퇴색되고 출입금지 푯말과 금줄로 막아놓아
'여기가 그런 곳이었지'로 마무리 하면서
대충 훑고 지나가게 되는 경우.
이 드라마를 떠올리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건 저의 주관입니다.
강죽 고문님이 쓴 감상 후기글을 따라가려는데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아 올리신 글로만 이해했습니다.
아이들 논술지도를 하시냐고 여쭙고 싶은 감상글입니다.
전 본적이 없어… 재밌게 읽고 지나가는 1인입니다…^^
대장금 겨울연가...한류의 시작. 대장금은 중간까지 봤었고. 근데 겨울연가는 뭐하느라 못봤을까. 조회해보니 2002년..봄.
월드컵하던 해.. 20년 전인데..무엇하느라 못 봤을까..
워킹맘으로 아이 키우느라 드라마 볼 짬도 없던 시절이라 못 보고 지나간 드라마인데, 강죽님의 후기를 보니 보고싶어집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이런 훌륭한 후기를 쓰시다니.. 와우~~
'상대를 보는 사람'은 '목표를 보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