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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덩달아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신이 난다.
특히 광복로를 걷거나 부평 깡통시장으로 가면 더욱 그렇다.
일부 외지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은 부산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를 많이 떠 올리지만
광안리나 해운대는 부산의 제 모습이 아니다.
부산의 알갱이를 알고 싶고
부산의 속살을 구석구석 제대로 만지고 느끼며
그 향과 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원도심으로 가야 한다.
원도심이야말로 부산이 잉태되고 태어나고 자라난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이란 이름이 시작된 곳이 또한 이 곳 이다.
조신통신사가 일본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탄 곳 또한 원도심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임시 수도가 있던 곳이고
당시 피난민들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 기도 하다.
원도심 곳곳에는 아직도
당시 피난민 생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량동이나 수정동 그리고 영도의 곳곳에는
칠십년이 넘도록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곳 또한 원도심이다.
비록 감천 문화마을이나 흰여울문화마을 등은 관광객들로 인해
많이 변모 되어 옛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그러나 자갈치 시장과 국제 시장
그리고 부평 깡통시장과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고스란히 부산의 모습과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부산 원주민의 모습과 한국 전쟁 이후 피난민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해운대나 광안리 혹은 서면 등 부산의 그 어떤 관광지보다
외국인들이 찾아 들고 있는 곳 또한 원도심이다.
원도심의 번화한 상점가인 광복로에는 지금 불빛축제로 인해
한창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주말은 말을 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외국인은 물론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하다.
그 소식을 알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광복동 불빛축제를 보고 싶다고.
얼른 오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온다고 하여 나 역시도 근처 식당으로 나가
알곤이국수로 해결을 하고는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만나 가장 먼저 간 곳은 용두산 공원이다.
대도시의 시내 중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부산은 날씨가 따뜻하여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되어야 비로소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이르른다.
샛노란 은행 잎을 바라 보며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린 소녀 같다.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우리는 롯데 백화점 4층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하며 몸을 녹힌 후 식사 겸 술 한 잔을 하러 갔다.
우리가 찾아 간 곳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자갈치 시장 입구
양곱창 골목이다.
양곱창 골목의 양곱창는 양이 아니라 소고기의 위와 소장, 대장 부위를 말한다.
이 곳에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있고
주인이 모두 먹기 좋게 구워 주기도 하고 잘라 주기도 한다.
손님은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인 지 양곱창 맛이 더 난다.
더불어 한 잔의 소주 맛도 더없이 달콤하다.
저녁은 이 곳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나가서 먹기로 했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함께 하며 먹은 오늘의 저녁 식단,
남포동 골목 식당가에 위치한 중국집.
이 집의 명물 푸짐한 산더미유린기다.
이렇게 내 노후의 하루도 별탈없이 무사히 넘어가 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