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deal
마라톤에 관심있는 달리미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가을의 전설..춘천마라톤 ^^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또 얼마나 떨리고 설레었나요?
마치 입시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처럼...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어느 사나이처럼...
우리는 그렇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대회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지요.
여러분, 이 대회 자신 있었나요??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춘천마라톤.. 자신 있었습니다. ^^*
왠 교만??ㅋㅋ
제가 7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이모임에 나왔는데..
거의 100일정도 되었네요~
100일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감히 자신있다고 말씀드릴수 있는 건..
저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
마라톤을 통해 제가 배운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겸손함과 정직함입니다.
마라톤 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습니다.
마라톤 만큼 인생을 잘 가르쳐 주는 운동은 없습니다.
42.195km를 달리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현재 실력을 깨닫게 되며..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통이 무엇인지..
인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소리없이 알려 주지요~
그래서 저는 이번 춘마에서..
허왕된 목표가 아닌,
제가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했으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래서..자신있었습니다. ^^
그럼 결과는?
성공입니다. ^^
춘천마라톤에서.. 제 목표는 Sub-4(풀코스 4시간이내 완주)였고,
최종기록은 3:53:11입니다.
저의 기록을 보고..
서브-3를 하시는 분은 콧방귀를 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100일이라는 주어진 시간동안..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당당하게 저의 완주를.. 저의 기록을 자랑할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에 도전합니다.
지체장애인이 부모의 손을 잡고 마라톤에 도전합니다.
암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는 딸의 쾌유를 빌며,,
어느 아버지는 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그 아름답고 감격스런 장면은...
이 세상을 결코 헛되이 살수 없게..
저를 소리없이 훈계합니다.
저는 너무나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이 기록은 이제 자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 인생의 커다란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
2. Reality
2010년10월24일..
올해도 가을의전설은 어김없이 개최되었습니다.
우리는 찰밥이며, 반찬, 음료수, 버너까지..
춘천에 소풍가는 어린아이 마냥 그렇게 들떠 있었더랬죠. ㅎㅎ
새벽 6시 병원집합!
앗..근데 이건뭐야??!!
공용차가 없어졌단다~~~
이무신 시나라까먹는..날벼락같은 소린고~
일단 서둘러서.. 오팀장님 자가차량으로 급조..
춘천으로 얼렁 고고씽 했습니다.
(결국 공용차는 여차여차해서..다시 찾았지만..ㅜㅜ)
춘천가는 차안에서 저는 갑자기 불길한 기운이 감돕니다.
차가 갑자기 없어지질 않나..
이거 왠지..찝찝한 기분인걸..설마..혹시..무슨 사고라도??
뭐 그런.. 개념없는 생각이 잠시 들더랫죠~ ㅋㅋ
드디어 춘천에 도착!
역시 춘마는 춘마로다...
메이저대회인 만큼..
지자체 경찰, 봉사인원, 후원사 등등 그 규모는 타 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더이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마라톤대회에 여러번 나와봤지만..
버너를 준비해서 국을 끓여먹고, 밥을 먹는건 처음이네요 ^^
너무 맛있어서.. 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너무 먹어서 뛰다가 탈나진 않을지 원..ㅎㅎ
식사를 마치고..서서히 대회 출정 준비를 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테이핑을 하고,
오팀장님은 바세린으로 겨드랑이에 떡칠을 합니다.^^
오상범이는 엘리트선수들은 모자나 썬그라스는 착용 안한다고..
기어코 몸에 필요 이상의 것은 다 벗어 던집니다. 마치 지가
엘리트 선수인마냥...별꼴이야~~ ㅋㅋ
우리 코치님이 유니폼을 입고 나왔을 때..그 포스는 정말 짱입니다.^^
모클럽의 김*아씨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 코치님의 포스는 직접
보지않고는 설명이 불가합니다.
달빛의 권미경님도 우리와 함께 했지요. 산악마라톤이 주종목인 이여성분.
뒤태와 간지가 정말 좔좔 흐릅니다.^^ 폼과 몸매가 완전..오우~~(여기까지..^^)
바둑과 달림이님 부부도 함께 하셨지만.. 부상으로 대회는 출전을 못하시고..
구경도 할겸.. 춘천으로 응원차 방문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심우영교수님과 이래곤 선생님은 대회시작 전 뵙지는 못하고..
전화로만 인사하였습니다.
자, 이제 짐도 맡겼고, 몸도 풀었고...
각 그룹별로 스타트라인으로 이동합니다.
스타트라인으로 가니.. 역시 마라톤 전문 MC 배동성의
유쾌발랄한 목소리가 참가자들을 더욱 흥겹게 만듭니다. ^^
저는 기록미보유자로 H그룹이었는데.. A~J그룹까지 모든 그룹이
출발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네요. 2만명이 많긴 많은갑네~~
오팀장님과 윤코치님,심우영교수님,이래곤선생님은 E그룹에서 출발!
오상범이는 약15분후에 H그룹에서 출발!!
5km :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땀이 나니..코치님이 정성스럽게
제 다리에 해주신 테이핑이 떨어질라고 합니다. 에잇~ 확~ 제거해버립니다.
가차없이~ 싸가지없이~ ^^*
5~10km : 제 페이스에 집중하며 달리던 중.. 10키로 급수대에서
심우영교수님과 조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오늘 잘 뛰세요~~“
“어 그려그려, 오선생도 잘 뛰어~~어여 먼저 가~~” ^^
10키로지점 넷타임 52분27초.
몸도 다 풀렸고.. 음 좋았어~ 오늘 컨디션 좋은데~^^
10~15km : 의암호수의 멋진 풍경은 정말 한폭의 그림이로다~
왜 춘마를 가을의 전설이라 말하는지..새삼 깨닫게 됩니다.
15km지점 넷타임 1시간18분..약간 빠른가?
15~20km : 무난한 평지에.. 시골길 같은 이 코스에서 들깨 냄새가
확~ 제 코를 찌릅니다. 아~~ 이 고향냄새 ^^
17키로 지점에서 우리병원 유니폼이 보입니다. 앗~ 이래곤샘이다~
이래곤선생님과 반갑게 조우하고 저는 또다시 의기양양 고고씽.
20키로 넷타임 1시간43분..음.. 페이스 조아조아 ^^
20~25km : 이제 본격적으로 중반부에 돌입합니다. 아직까지는 평지라
뛸만합니다. 하프지점(반환점)에서 오홍섭팀장님과 마주칩니다.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에게 격려합니다. ^^
25~30km : 최대의 고비처입니다. 춘천댐까지 이어지는 은근한 오르막은..
체력적으로 참으로 힘들게 합니다. 그래도 포기할수 없지~
강한 정신력을 한번 발휘합니다. 엇~ 벌써 다 올라왔네~ ^^
30키로지점 넷타임 2시간38분..오르막에서 힘을 너무 많이 뺐나??
30~35km : 이제는 내리막입니다. 쉽게 봤던 내리막에서..결국 저는 퍼지고 맙니다.
오르막에서 너무 오버했습니다. 이런젠장..작전 실패다!!
머릿속이 텅빕니다. 마치 답안지 밀려 쓴 애처럼..머리가 띵 합니다.
33키로 지점.. 대로변에서 다시 체력이 회복됩니다.
오우 좋아~ 이대로 골인까지 간다!!
앗 그런데..35키로지점에서 신발끈이 풀어 집니다.
아...신발끈 묵고 다시 출발하려니.. 페이스가 뚝 떨어집니다.
응원나온 군인들의 함성소리가..짜증납니다.. 시끄러 이놈들아!!
이 구간에서 저는 굴곡진 인생이 이런거구나..새삼 깨닫습니다. ^^
35키로지점 넷타임 3시간7분
35km~골인 : 신발끈 때문에 한번 잃어버린 페이스는 도통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래~ 정신력이다~ 일단 걷지말고 끝까지 달리자!!
이때부터 저는 시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시계를 보면 더 힘들까봐^^
제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넉나간 놈처럼 마지막 레이스를 펼칩
니다. 쌀쌀하다던 가을날씨는 개뿔..해빛에 타죽겠습니다.
골인지점이 1키로도 채 남지 않았을 때.. 주로에 어느 사나이가 누워있
습니다. 쥐가 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는 괴성을 지릅니다.쥐가 나서
아픈거 보단.. 골인지점을 눈앞에두고 레이스가 엉망이 된게.. 억울한
모양입니다. 배번에 C그룹이 새겨진 것을 봤을 때.. 아마도 서브3를 목
표한 분 같습니다. 끝까지 알수 없는게 인생이라는.. 야구 몰라요~하는
하일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듯합니다.
암튼.. 님아~ 기회는 이번뿐이 아니지 않은가.. 다시 도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힘내십시요!! ^^
이제 골인지점이 눈앞에 보입니다. 힘이 솟아 납니다. 무슨 세레모니를
할까 잠시 고민합니다. 덤블링을 할까? 춤을 출까? ㅋㅋ
결국 양손을 들고 앗싸~ 하고 외친것이 저의 세레모니였습니다. ^^
골인 넷타임 3시간53분11초
앗싸...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입니다.
나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결국 해냈구나하는 성취감에..
앗싸란 말이 튀어 나왔네요~ ㅋㅋ
3. Conclusion
저에게 2010년은 정말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가장 기쁜일중 하나는“경희가 달린다”
여러분을 만난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승리할 수 있었던건..
윤코치님,오팀장님,이래곤샘,김수현샘,심우영교수님,정광해샘,박정샘,장연신파트장님,윤민호샘.. 등등 여러분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
여기 모임은 이제 저에게 너무 소중한 곳이 되었고,
앞으로 제 인생에 청량제 같은 곳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경희가 달린다와 함께하는
새로운 목표, 새로운 도전은..
저를 더욱 흥분시키고.. 설레이게 합니다.
너무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
경희가 달린다!! 함마함마~~ 화이팅!! ^^
오상범 씀.
첫댓글 오선생.....아주 감동적인 후기입니다..이거 춘마홈페이지에 올리면 어떨까요???.....
쑥스럽습니다..팀장님.. 저보다 기록이 더 좋으신 오팀장님이 계신데..쩝.. 암튼 이번 중마에서는 오팀장님께서 스포드라이트를 받을 차례입니다. ^^* 완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제 sub-4의 기록은 별로 신경쓰지않으시는 단계인거죠~ㅎㅎㅎㅎ 정말 중마기록 기대되요 팀장님^^화이팅!!
오상범선생님...... 정말 대단합니다....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시청한 느낌입니다....... 저역시 마라톤을 통해서 오상범선생님을 만나고 알게되여서 너무 기쁨니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 즐겁게 달리시죠...... 화이팅.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대하드라마죠~ ^^ 이래곤 샘~ 이번 중마에서 사고한번 치시고..멋진 후기 부탁드립니다. ^^* 화이팅!!!!
와 근데 그렇게 뛰면서 그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게 참으로 신기해요~ㅎㅎㅎ 참 잘 뛰셨습니다~짝짝짝짝짝짝짝짝짝!!!^^sub-3를 향해 화이팅하세요!!
사실 하프정도까지만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그 이후부터는 힘들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우~~30키로 넘으면.. 눈에 뵈는게 없어요..ㅋㅋㅋ
오상범님 첫풀 멋지게 좋은 기록으로 완주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2005년 첫풀을 춘천에서 뛰었지요..제 각시도 작년에 춘천에서 첫 풀을 완주했고요. 우리집 거실에는 춘마에서 보내준 부부 완주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앗 유연한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 부럽습니다...부부가 함께 달리기를 취미로 하시다니..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ㅎㅎ 이번 중마때 혹시 주로에서든..대회에서든..뵐수있음 꼭 뵈었음 합니다. ^^
내용이 정말 리얼하네요..같이 뛰는 느낌...
정광해 샘도 풀코스 뛰실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 내년에는 꼭 함께 풀코스 대회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