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로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흰색 제복에 금테 두른 캡틴 모자, 파이프 담배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사나이의 낭만이 묻어난다. 마도로스는 '뱃사람'을 의미하는 네덜란드어 '마트로스(matroos)'에서 나왔다. 일본식 표기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굳어져 쓰이고 있다. 주로 외항선의 선원, 그중에서도 선장이나 항해사 같은 고급 선원을 가리킨다.
마도로스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1960~70년대엔 최고 인기 직업으로 꼽혔다. 당시 하급 공무원 월급의 10배 가까운 돈을 벌었다. 1년만 배를 타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가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표된 한국 대중가요 앨범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근대 대중가요 가사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이 바로 마도로스였고, 그중에서도 절반가량이 1960년대에 나온 것으로 집계돼 당시 외항선원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 줬다.
마도로스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숨은 주역이기도 했다. 우리 마도로스들이 남의 나라 배에서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는 우리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최근 주목 받는 파독 광부나 간호사보다 훨씬 역할이 컸다. 1964~75년 파독근로자의 송금 외화가 1억 128만 달러인 데 비해 비슷한 시기인 1967~78년 송출선원의 송금 외화는 그 4배가 넘는 4억 3900만 달러였다. 1970~80년대 초 해외 송출 선원이 벌어들인 외화는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0.2~0.3%를 차지했다.
실제 마도로스는 오랜 기간 거친 바다에서 생활해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경제의 발전과 맞물려 그 인기가 점차 식었다. 최근에는 국내 선박조차 상당수 외국인 선원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마도로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연수원이 해양·수산계열 출신이 아닌 청·장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단기 항해사·기관사 양성 과정인 오션폴리텍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모집한 3급 해기사 과정은 2.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청년 취업난 속에서 마도로스라는 직업이 젊은 층에 새롭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의 해양 강국을 일군 마도로스의 영광이 재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
주소 :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365 (수정동) 우편번호 48789 전화번호 : 051)461-4114
COPYRIGHT (C) 2015 부산일보사 ALL RIGHTS RESERVED.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 사용하는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webmas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