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이 희미하게 환해져온다.
고가도로 덜커덩, 기차길 철커덕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눈비비고 나가서 근처 식당문을 두들겨 눈비비고 나온 아줌마가 끓여준 김치찌개로 든든히 하고 여관 바로 뒤 낙동강변 제방 자전거도로에 올라선다.
오늘은 낙동강하구둑의 끝을 보는 날이다.
낙동강가의 아침공기는 상쾌하고 낙동강 물은 도도히 흐른다.
남은 거리는 50km도 채 남지 않았다. 7시 40분에 페달에 발을 올려놓으니 낙동강하구둑에 닿아도 시간은 여유로울 것이다.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이다. 바퀴 구르는 소리도 부드럽게 나간다.
시작하는 날부터 3일 내내 얼어붙었던 날씨도 오늘은 풀린다고 하니 콧물 흘리며 달릴 일도 없겠다.
도로컨디션도 최상이다. 이곳에서 낙동강하구둑까지의 길은 비단 깔아놓은 것과 같이 편하게 미끄러져나갈 것이다.
낙동강 물줄기가 이제 막바지로 700리의 끝을 향해 바다로 치달으면서 수량도 풍부해지고 강변습지도 광활해진다.
강변에 잔도로 붙여 만들어놓은 데크길을 달릴 때는 엔돌핀이 절로 솟는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등에 짊어진 배낭 행색이 종주꾼으로 보이는, 하구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시작의 힘찬 발길과 끝의 여유로운 발길이 겹쳐졌다가 멀어진다.
넓게 만들어진 자전거쉼터가 시간도 많으니 쉬었다가라고 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친다.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 20선 중의 하나로 선정된 ‘황산베랑길’이라는 데크형 교량을 통해 강 위를 달리는 환상적인 묘미를 느끼며 양산물문화관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인천 아라서해갑문부터 25곳의 인증센터부스를 거치며 도장을 찍어왔고, 이제 인증센터는 낙동강하굿둑으로 마지막 하나 남았다.
삼랑진에서 달려 온지 20km 조금 못 미치고 1시간 조금 못 미쳤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양산물문화관 출입문은 자물쇠가 잠겨져있다.
첫 번째 들렸을 때 보았던 양산 물문화전시관에는 낙동강에서 취수하여 공급하던 시설물의 모형과 물의 역사에 대해 전시했던 것이 기억나고 냉장고에 식수를 비치하고 무료 제공하여 갈증을 축였던 일이 기억난다.
주변 관광안내판을 보다가 엉덩이 붙일 곳도 마땅치 않아 내쳐달린다.
곧바로 나타나는 드넓은 강변부지에 조성된 황산문화체육공원을 뚫고 지나간다.
아침을 마치고 나온 동네 가족단위의 자전거꾼들이 많아진다.
오른쪽 낙동강으로는 낙동강2경이라는 ‘황산경’을 보며, 왼쪽으로는 부산지역 외곽인 북부산 금곡동의 아파트단지를 보며 달린다. 부산지하철2호선의 전철역이 자전거도로와 같이 달린다.
다시 ‘화명생태공원’이라는 북부산 화명동의 강변공원을 지나간다. 여의도공원보다는 크고 난지도공원쯤의 크기로 보인다. 낙동강이 넓은 만큼 강변공원도 규모가 크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량이 인천대교의 축소판이다.
제방에 올라서자 낙동강하구둑까지 10km 남았고, 1km 거리마다 기둥표시판이 알려준다. 자전거도로와 같이 있는 제방산책로에는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진행을 조심스럽게 한다.
멀지 않은 곳에 낙동강하구둑 교량 기둥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내내 등을 밀어줘 마지막 스퍼트에 힘을 받는다.
하구둑 배경이 좋은 곳에 멈춰 셀카로 인증샷을 하고 교량을 건너 을숙도공원으로 들어간다.
700리 길을 달려 온 낙동강은 이곳에서 바다로 빠지며 흐름을 멎는다.
10시 30분에 을숙도공원에 들어섰다.
한적하다. 이전엔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저전거길 기점(하구둑)’ 표시석 앞에 종주를 마친 라이더들이 인증샷을 하느라고 줄을 서서 대기했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 탓이리라.
낙동강하구둑 인증센터 부스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힘주어 누른다. 종지부를 찍었다.
낙동강하구둑을 찍었다. 범생이처럼 보이는 산책 나온 학생을 불러 카메라를 쥐어주고 각가지 포즈를 취하며 인증샷도 찍었다.
물문화관 건물에 들어가 직원한테 스탬프를 다 찍은 수첩을 내밀며 두 번째 종주를 마쳤으니 특별대우가 없느냐고 하니까 심드렁하게 없다고 한다. 옆에 ‘영광의 얼굴들’이라는 글이라는 판넬에 종주를 마친 사람들의 스티커사진들이 붙어있었다. 나도 스티커사진 하나 찍어서 붙여달라고 하니까 필름이 떨어졌다고 한다.
초친 소리를 듣고 초친 맛에 을숙도공원을 배회한다. 전망대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돌아다녀도 시간이 남아돌아간다.
올 유월에 첫 번째 국토종주를 마쳤고, 못 잊어 두 번째 국토종주의 대미를 장식했다.
나이 60넘어 만용인가? 미쳤는가? 인터스텔라를 헤매는 사차원에 빠졌는가?
위험부담도 있었고, 인내를 시험하기도 하고, 성취감도 느끼고, 공허함과 허탈함도 따르는 것 같지만 자각 하지 못하는 무엇인가 소득은 있었으리라.
머지않아 또 다른 블랙홀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5차원의 세계로 넘어 갈 것 같다.
『주행리포트』
○ 주행구간 : 삼랑진(낙동장여관)-양산물문화관-낙동강하구둑
○ 주행거리 : 47.65km
○ 주행시간 : 07:40~10:30 총 2시간 50분(휴식시간 포함)
* 휴식시간 제외 2:19‘12“
- 부산으로 -
낙동강하구둑 하단전철역에서 부산자갈치시장으로 이동은 15분 거리다. 을숙도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자갈치시장에 내리니 점심하기 딱 좋은 12시 반경이다.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니 인파에 옴짝달싹할 수 없다. 자전거를 끌고는 도저히 인파를 뚫고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일요일이라 요우커들이 부산바닥을 뒤덮었다. 자갈치시장 초입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다가 밀려나온다.
부산자갈치시장에 간 까닭은 산꼼장어 때문이었지만 최소 한판에 삼만원이라고 하기에 혼자 처량하게 꼼장어를 궈먹는 것도 그렇고 해서 부산자갈시장 입구 아치간판 바로 앞에 있는 강남돼지국밥집에서 수육백반에다 소주를 곁들이니 내 입맛에 딱이다. 기분도 딱 좋고 날씨도 딱 좋다.
자갈치시장 옆에 있는 부산의 명소인 영도다리에 오른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도개시간이 정오 12시에서 15분간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점심을 하지 않고 서둘렀으면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다리를 건너갔다 온다.
부산대교가 바로 옆에 보인다. 영도다리와 부산대교는 태종대로 향한다.
영도다리에서 부산항을 내려다보다가 부산대교 아래 부산항으로 내려선다.
연안부둣가에는 로스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먼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부산번화가를 뒤덮은 요우커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영도다리 밑에는 허름한 노천식당에서 연탄화덕에 생선을 굽는 할머니가 보인다. 부둣가 서민의 정취이고 부산의 풍경이다.
자갈치시장을 다시 통과해 맞은편 국제시장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선다.
건너편 인도에 자갈치시장으로 건너오려는, 인해전술처럼 쳐들어올 것 같은 요우커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떼 지어 몰려있다. 1.4후퇴를 유발하여 국제시장 난리통을 일으켰던 중공군의 후예들이 다시 인해전술로 몰려온다.
자전거를 옆구리에 끼고 무대포로 인파속으로 뚫고 들어간다.
영화, 쇼핑, 유흥공간이 어우러진 거리 광장에 ‘BIFF광장’이라고 명명한 곳을 밟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시장통로 가운데에 파라솔을 친 리어커 노점상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노점상마다 사람들이 울타리를 치고 각종 간식 즉석요리, 액세서리, 구제 의류상 등 볼거리들이 소매 끝을 잡는다. ‘씨앗호떡’이라는 생소한 간식요리 노점상에는 줄을 서서 장사진을 이룬다.
실컷 구경하고 빈손으로 나오기가 미안해서 납짝만두를 한봉지 손에 쥐고 국제시장을 헤집고 나온다. 아꼈다가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캔맥주와 같이 요기거리로 삼을 것이다.
- 집으로 -
부산전철 노포역에 연결되어있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5시에 출발하는 고속버스표가 예매되어 있기에 시간을 맞추어 1시간 전에 자갈치 전철역에서 자전거를 싣는다.
제시간에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고속버스 하부트렁크에 자전거를 구겨 넣고 캔맥주를 들고 버스에 올라 뒷자리 좌석을 눕힌다. 버스는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한다.
캔맥주를 기울이면서 차창을 보니 오늘 아침에 자전거페달을 열나게 저으며 지나왔던 황산문화체육공원이 낙동강가에 펼쳐져있는 것을 양산낙동강교를 버스로 지나며 내려다본다.
다리를 건너서 다시 납짝만두에 캔맥주를 기울이니 지나왔던 양산물문화관이 강 건너 멀리 쳐다보인다.
터널을 몇 개 뚫고 나가 다시 낙동강을 건너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젯밤 밤새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던 낙동장여관이 아래 보이고 그 앞에 삼랑진역으로 가는 기찻길도 보인다. 오늘 이른 아침 7시에 김치찌개를 식탁에 올려줬던 김해식당도 낙동강과 같이 뒤로 흘러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온 버스는 여주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구리역 앞에서 자전거를 끄집어 낼 때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늦은 11시에 가깝게 다가선다.
부산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 멀다. 몇 번의 환승을 거쳐 먹골역에 내리면서 출구를 빠져나온다.
두 번째 자전거국토종주 경비사용내역
(충주탄금대~낙동강하구둑)
일자
내용
금액
비고
2014.
11.13목고속버스
₩10,900
동서울→충주
아침식대(갈비탕)
₩7,000
충주터미널
점심식대(잣떡국)
₩12,000
이화령휴게소
숙박비(저녁,아침,소주 포함)
₩30,000
상주자전거민박
(상주시 중동면 신암2길)
11.14금
간식(샌드위치)
₩2,000
칠곡편의점
점심식대(들깨칼국수)
₩6,000
강정고령보
(우홍산네칼국수)
저녁식대(현풍할매곰탕,소주)
₩13,000
현풍면
숙박비
₩35,000
현풍면(동원장여관)
11.15토
아침식대(갈비탕)
₩7,000
현풍면(24시설렁탕해장국)
점심식대(수구레국밥)
₩6,000
남지읍(우포수구레)
저녁식대(영양탕,소주)
₩13,000
삼랑진(본동영양탕)
간식(캔맥주,스낵)
₩4,150
삼랑진(수마트)
숙박비
₩25,000
삼랑진(낙동장여관)
11.16일
아침식대(김치찌게)
₩6,000
삼랑진(김해식당)
점심식대(수육백반,소주)
₩11,000
부산자갈치시장
(강남돼지국밥)
간식(납짝만두)
₩3,000
부산국제시장
캔맥주
₩2,000
부산고속버스터미널
(노포역 편의점)
간식(호두과자)
₩2,000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
고속버스
₩25,700
부산→구리
계
₩220,750
『종주 풍경』
마지막 날 낙동강 제방 자전거길에 올랐다.
낙동강 절경으로 꼽히는 길이다.
양산물문화전시관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인증센터는 이제 하나 남았다.
부산권역에 진입하였다.
낙동강하구둑이 한발짝 밖에 안 남았다.
자전거는 더 달리고 싶다.
을숙도공원 전망대에 올랐다.
을숙도공원 남쪽 끝을 바라다본다.
낙동강하구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철로 점핑했다.
자갈치시장 포장마차 거리는 자전거 가지고 들어갔다가는 욕 바가지로 먹는다.
자갈치시장 돌아다니다가 때가 되어 점심을 했다. 참고로 산꼼장어는 제일 적은 걸로 한판에 3만원
자갈치시장 옆 건어물시장은 철시 상태였다. 리뉴얼 중인 것 같다.
영도다리가 보인다.
영도다리에 올랐다.
부산대교는 바로 옆에 있다.
부산남항을 내려다봤다.
자갈치시장 옆에 큰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중국에서 왔나?
영도다리를 내려간다.
남포동 거리다.
부산항에 섰다.
부산항을 돌아보고 부산대교 밑에 왔다.
영도다리 밑에는 생선 굽는 할머니가 있다.
자길치시장 회센터
경매는 끝났다.
일요일 오후 들어 자갈치시장은 더 번잡해 진다.
형제의 호기심
국제시장에서 자갈치시장으로, 자갈치시장에서 국제시장으로 물갈이 중
국제시장으로 들어간다.
연예인들의 핸드프린팅
금순이는 없었다.
노점마다 특색있는 간식거리를 요리한다.
광장이 닳았다.
씨앗호떡 집에는 장사진을 이룬다.
실컷 구경하고 자갈치역에서 전철에 올랐다.
부산 전철1호선 종점 노포역으로 간다.
노포역에는 부산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집으로 가기 10분 전이다.
양산낙동강교를 건너간다. 아래 아침에 달려왔던 화명생태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아까 아침에 달려왔던 양산물문화관도 멀어지고, 황산베랑길도 멀어져간다.
첫댓글 종주글잘읽었습니다.
비록몸은가지못하고 그림으로만보는데도 가슴이시원하네요.
국도2회종주 축하합니다.
너무 떠벌려서 민망합니다.
한번도 힘든대 2번씩이나 완주하시다니 대단한체력이십니다
2회완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