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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으려면 밤마다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유혹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마음을 굳게 가지어 공부에 더욱 전념하였는데 어느 달 밝은 밤이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하여 수승대에 올라 달을 보고 있는데, 또 그 미녀 아가씨가 나타나 단 한번만 입맞춤이라도 하여 달라고 애원을 하는지라, 그녀의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그녀와의 접촉에서 야릇한 황홀감과 달콤함을 느끼고 신비로운 향기에 도취되어 있는데, 그녀의 혀끝에서 감미로운 구슬이 굴러들어와 형용하기 어려운 쾌감에 젖을 때면 구슬은 다시 그녀의 입으로 빨려 갔다. 이렇게 두 사람의 입을 구슬이 오감을 거듭하는 긴 애무 끝에 그녀는 작별을 고하고 사라졌다.
이 같은 일이 날마다 계속되어 유이태는 밤이면 그녀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러한 밤이 수십일 계속되는 동안에 유이태의 안색은 점점 창백하여지고 몸은 야위어갔다. 이상하게 생각한 서당 훈장은 그에게 사연을 물으니 자신의 쇠약을 근심하던 그는 그 사유를 순순히 고했다.
고백을 들은 훈장은 깊이 생각한 끝에 "그 구슬이 너의 입에 굴러들 때 삼켜라."하고 말하였다. 그날 밤에도 예외 없이 두 남녀의 밀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문득 스승의 말이 떠올라 몇 번인가 굴러들어온 구슬을 눈을 딱 감고 꿀꺽 삼켰다. 그리하였더니 웬일인지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그 아가씨는 비명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한 마리의 흰 여우가 되어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훈장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뒷간에서 일을 보고 그 구슬을 찾아와 소중히 간직하라고 하였다. 구슬을 얻은 날부터 그 아가씨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몸도 완연히 회복되었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것은 유이태의 총기가 비상하게 늘었다. 한번 듣거나 본 것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천재가 되고 말았다. 이때에 그는 의서를 열심히 공부하여 대방가로서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마침내 국왕의 병환에 부름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보배인 구슬이 온데 간 데가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구슬을 잃고 난 뒤부터는 그도 평범한 재주밖에 없게 되었고 기억력도 줄어서 마침내는 건망증까지 걸렸다고 한다. 어느 날 그의 며느리가 몸살 병에 걸렸는데 콩나물을 달여 먹이려던 것이 콩나물을 잊어버리고 아무리 생각하여도 떠오르지 않아 "비녀나물, 비녀나물" 하다가 며느리를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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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천중학교 뒤편 언덕에 유이태가 침대롱을 놓았다고 하는 침대롱바위가 남아있다.
유이태는 말년을 산청에서 보냈다고 하며 그 묘가 산청군 생초면에 있다고 한다.
유이태의 의술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전승되고 있는데, 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이태의 의술은 너무나 신기하여 무슨 병이든 유이태가 무엇을 집어주면 그것이 바로 약이 된다고 했다. 어느 부인이 낙태를 한 후 약을 지으러 유이태에게 가니 마침 그는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부인은 조심스럽게 찾아온 용건을 말하니 유이태는 바둑돌을 하나 집어주면서 이것을 삶아서 그 물을 마시라고 했다. 이 부인은 반신반의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바둑돌을 삶아서 그 물을 마셨더니 과연 몸이 가뿐해지고 병도 깨끗이 치료되었다 한다.
또 전라도 어느 마을에 사는 사람이 자기 모친이 병이 들어서 병구완을 했는데 백약을 써도 병이 치유되지 않았다. 그럴 때 경상도 땅의 유이태가 명의라는 소문을 듣고는 오뉴월에 자기 어머니를 업고, 그 험한 육십령 재를 넘어서 유이태를 찾아왔다. 유이태는 업혀 온 환자를 진맥하여 보고 나서는 약도 주지 않고 업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너무나 서운하여, "선생님이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전라도에서 여기까지 어머니를 업고 왔는데, 약도 주지 않고 업고 가라하니 이렇게 섭섭할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머니의 병이 나을 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하겠으니 그 방도나 약을 좀 알려 주십시오." 하고 애원했으나, 유이태는 이 병에는 나을 약이 없으니 그냥 업고 가라고 하고는 더 이상 이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이 사람은 어머니를 업고 유이태에게 괘씸한 생각을 가지고 전라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육십령재 고개에 올라서니 등에 업힌 모친이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모친을 내려놓고 사방에 물을 찾으니 산꼭대기 어디에서도 물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험한 산골짜기를 뒤지며 이곳저곳에서 물을 찾던 중 어느 바위 밑을 보니 밥그릇만한 그릇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이 사람은 깨끗하지는 못하나 우선 어머니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려야 된다는 마음에서 이 그릇의 물을 가지고 와서 모친에게 드렸다. 그런데 이 사람의 모친은 그 물을 쭉 마시고 나서는 조금 있다가 "그 물이 무슨 물이냐? 그 물을 마시고 났더니 속이 시원하고 몸의 통증이 거짓말 같이 가라앉으니 이상도 하구나." 했다.
과연 집으로 돌아온 그 모친의 병은 깨끗이 완치되었다. 그런 후, 이 사람은 유이태의 처사에 몹시 괘씸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느 때 시간을 내어서 유이태를 찾아가서 따졌다. "전일 내가 병든 모친을 모시고 왔을 때 선생은 약이 없다고 하면서 도저히 나을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 모친의 병은 깨끗이 치유되었습니다.
선생의 의술은 사술이 아닌지요?" 했다. 그랬더니 유이태는 빙긋이 웃으며, "그 병에 대한 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약이 있기는 있는데 그 약은 구할 수 없는 약이기 때문에 약이 없다고 한 것이오. 그 약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이 낸 출천지효자(出天地孝子), 즉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는 효자가 아니면 얻기 어려운 약이기 때문이었소."했다.
"도대체 어떤 약인데 그렇단 말이오?"
"천연두에 만년수라는 약인데, 천년을 묵은 죽은 사람의 해골에 만년이 되도록 고여 있는 물이 바로 그 약이오. 그러니 수백 년 동안 해골 안에 고여 있는 물을 마셔야 낫는 병이기에 그 약을 일러주지 못한 거요. 그런 약을 어떻게 구할 수 있단 말이오." 했다.
유이태의 이 말을 듣고 난 이 사람은 유이태에게 육십령재에서 생긴 자세한 이야기를 했더니 유이태는 무릎을 치며, "바로 그 밥그릇이 해골이며, 그 물이 해골 속에 고인 물이오." 하면서, "당신은 하늘이 낸 효자이기에 하늘이 당신의 효심에 감복하여 당신을 도와 준 것이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