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악을 왕의 망토처럼 차분하게 두르고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체하는 후광처럼.
대기의 투명한 진흙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윤곽은 타락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형식에 관한 최고의 악이다.
세자르 모로, 『죽도록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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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행복한 느낌이 충만해졌다.
"행복은 존재해”
그는 매일 밤 그러는 것처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랬다. 행복이 가능한 곳에서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면 그건 사실이었다.
가령 그곳은 자신의 몸과 사랑하는 여인의 몸이었다.
혼자서 목욕할 때도, 그토록 열렬히 갈망하던 사람과 침대에서 몇 시간 혹은 몇 분을 함께 보낼 때도 그랬다.
행복이란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이지 결코 집단적이거나 공공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에 행복은 둘로 나뉘고, 극단적으로 드문 경우에만 셋으로 나뉘는 법이었다.
행복은 조개 속 진주처럼 인간에게 완벽함의 신기루나 섬광을 제공해주는 특정한 의식이나 전례의 의무 속에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런 행복의 부스러기에 만족해야만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고 애쓰면서 고통이나 절망 속에서 사는 것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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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우리가 부리는 교태의 목격자는 꿈의 신 히프노스의 포로가 된 우리를 보고는, 은신처를 떠나 자기의 부드러운 발 소리로 우리를 깨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를 바라보러 푸른 침대 시트 주변으로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우리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또다른 영원의 순간에 있게 될 것이다.
폰신의 이마는 창백하고 뺨은 불그스레할 것이며, 그의 눈은 놀라움과 동시에 감사의 의미로 휘둥그레질 것이고, 그의 부드러운 입에서는 한 줄기 침이 매달려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뒤엉켜,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를 아는 여자들이 기대가 충족될 때 짓는 표정을 한 채 함께 숨을 쉴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 세 사람은 인내심을 갖고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욕망으로 끓어오른 우리를 꿈 속에 가두고, 붓으로 우리를 화폭에 옮겨놓으며 우리를 창조해 내고 있다고 믿을 미래의 예술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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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행복은 마치 후광처럼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면 그는 그런 행복 속에 있을 것이고, 그의 아내 역시 그와 함께 그런 행복을 맛볼 것이다. 두 사람은 쾌락 덕분에 하나, 아니 셋이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 모르는 삼위일체의 결합을 함께 이룰 것이다.
그가 그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 적이 있었던가?
그는 미소 지었다.
'이 바보야, 그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야.
단지 존재를 길들여버리는 좌절감과 분노에 대한 일시적인 해독제로 사용하는 약간의 지혜에 불과한 것이지’
그리고 생각했다.
'고맙게도 환상은 인생을 좀먹어 없애 버리지’
침실 문에 들어서면서 그는 몸을 떨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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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당신은 나를 보지 못할 것이고 이해하지도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 바라봐야 해요.
참을성을 갖고 편견을 버려요.
그리고 욕망을 품고 자유롭게 바라봐요.
또한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환상과 만반의 준비가 된 음경 - 발기된 것이 바람직하지요 - 을 가지고 바라보도록 해요.
그러면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신참내기 수녀나 사랑하는 여인의 동굴로 들어가는 연인처럼 결연하고 시시하게 이해타산을 생각하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내어주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그것이 영원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때에만, 아주 조금씩 짙은 자줏빛을 띤 표면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무지개 빛깔로 변할 것이며. 그 의미가 살아나고 진정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그것이 바로 사랑의 미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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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쳐다보세요.
이제 눈을 감아요.
이제 눈을 뜨지 말 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 그 그림 속에 그려진 우리 모습처럼 나를 바라보고, 당신 자신을 바라보세요.
이제 당신은 우리가 서로 알고 사랑하고 결혼하기 전부터 그 누군가가 손에 붓을 들고 우리가 앞 으로 매일 밤낮으로 만들어낸 행복으로 끔찍한 영광의 세계에 있게 될 것임을 미리 예견했다는 것을 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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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상상이라니요. 아빠?
내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건 전부 사실이에요.
실제로 일어났던 그대로란 말이에요."
그 순간, 그가 이 모든 게 운명이나 신들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상상하는 것과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집사에게 저녁 인사를 건네는 루크레시아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순간 자기가 그토록 열심히 세워놓았던 꿈과 자유로운 욕망의 풍요롭고 독창적인 세상이 비누 거품처럼 일순간에 꺼져버렸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모든 환상이 사라진 그는 자신을 육체와 섹스의 모든 악마들에게서 벗어나, 성욕에서 자유로운 몸이 된 고독하고 순결한 존재로 바꿔달라고 필사적으로 소망했다.
그랬다.
그것이 바로 그였다.
은둔자, 수도자, 성직자, 천사, 그리고 천상의 나팔을 불며 순결하고 성스러운 여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러 과수원으로 내려오는 대천사였다.
"안녕, 사랑하는 내 어른 신사와 아이 신사."
루크레시아 부인은 서재 입구에서 노래 부르듯 외쳤다.
그녀는 눈처럼 하얀 손으로 아버지와 아들에게 키스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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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너무 겸손하고 신중해서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같아"라고 옆집 여자 라헬은 나를 놀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한다.
내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때 행복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내게 꿈과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건 단지 내가 특별한 것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 친구들의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들은 여행을 하고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왕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환상을 품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땅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들으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말을 할 때면,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손이 벌벌 떨린다.
그러니 왕비가 된다 한들 얼마나 가련한 신세이겠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정직한 남편과 건강한 아이들과 함께 배고프거나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청년이 말한 '특별하고 초자연적인 운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수줍어서 미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나는 그런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그러니 차라리 아름다운 데보라의 집으로 가거나 단호하고 결연한 유디트의 집으로 가거나, 아니면 똑똑한 라헬의 집으로 가세요.
어떻게 당신은 내가 사람들의 여왕이 될 거라고 미리 알려줄 수 있는 거죠?
어떻게 감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든 언어로 내게 기도할 것이고, 내 이름이 마치 하늘의 별처럼 수세기를 가로지를 것이라는 말을 하는 거죠?
아마도 당신은 사람도, 집도 잘 못 찾아온 것 같아요.
그토록 위대한 일을 하기엔 나는 턱없이 부족한 여자예요.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에 불과해요.”
떠나기 전에 청년은 허리를 굽혀 내 튜닉 끝자락에 키스했다.
잠시 나는 그의 등을 보았다.
마치 나비의 날개가 등에 달린 것처럼 무지개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제 그는 떠났고, 내 머리는 의심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아직 미혼의 처녀인데, 왜 그는 나를 결혼한 부인처럼 대했을까?
왜 나를 여왕이라고 불렀던 것일까?
그가 내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예언했을 때 왜 그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던 것일까?
나는 아직 처녀인데, 왜 그는 나를 어머니라 불렀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방문 후에 과연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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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사 부인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한 거지?
왜 누구도 네 엄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왜 루크레시아 부인이 이 집에서 네 엄마 자리를 차지하는 걸 참지 못했던 거니?"
그녀는 아이가 긴장했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아이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는 듯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있었다.
잠시 후 아이는 후스티니아나의 목을 휘감고 있던 조그만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도록 그녀의 머리를 숙이게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녀가 기다리던 비밀을 속삭이는 대신에, 귓불을 깨물고 목 주위를 키스하면서
그녀의 온몸을 흥분에 사로잡히게 했다.
"너를 위해 그런 거야, 후스티타."
아이가 부드럽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엄마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니야.
새엄마가 이 집을 떠나도록, 그래서 아빠와 나와 너만이 이 집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거야. 이건 내가 널…”
후스티니아나는 갑자기 아이의 입이 그녀의 입에 밀착되는 걸 느꼈다.
"맙소사, 하느님 맙소사."
그녀는 급히 아이를 밀치고 뿌리치면서 아이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닦고 성호를 그으면서 성큼성큼 걸어 방에서 나왔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맙소사, 맙소사."
방에서 나와 복도에 서자, 그녀는 폰치토가 다시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었다.
빈정대는 웃음도 아니었고, 그녀의 빨개진 뺨과 솟구쳐 흐르는 분노를 놀리는 웃음도 아니었다.
마치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장난을 하는 것처럼 진정한 기쁨으로 가득한 웃음이었다.
생기 있고 또렷하며 건강하고 어린애 같은 그의 미소는 세면대의 물소리를 지워버리고, 마치 온 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리마의 충충한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별들을 향해 솟아오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