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마녀’로 살아가기 / 이철영: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
대구교육청의 최근 조사 결과 일부 초등학생들이 자기 휴대전화 ‘연락처’에 자기 아빠를 '늑대', '악마', '대마왕(大魔王)', '대왕문어', 엄마는 '대왕오징어', '마녀', '악마', '여우', '과외쌤부인', '쇼핑맨' 등으로 올려놨다고 한다. 평소 부모의 교육 방식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6년째 최하위이다.
부모와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았다. 그마저도 부모와의 대화는 주로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공부와 성적'을 주제로 한 대화의 비율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6%로 OECD 국가 평균(85.8%)보다 크게 낮았다.
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낮은 이유가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부모와 벽을 쌓고 지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아버지를 ‘악마’, 엄마를 ‘마녀’라고 호칭을 하겠는가?
우리나라 엄마들의 극성은 공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자프로골퍼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것도 우리 부모들, 특히 극성 엄마들의 덕이 아닌가?
학업은 내던지고 오로지 골프연습에만 매달리게 하면서, 심지어 미국 대륙을 오가는 캠핑카 유랑생활도 마다 않거나 스스로 자식의 캐디로 나서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니 학교공부를 겸하면서 연습하는 미국 여학생들이 이들을 당할 도리가 있겠는가? 우리 선수들이 질시(嫉視)의 대상이 되고 미국 여자 프로 골프(U.S. LPGA)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엄마들에게 자식의 성공은 돈방석 이전에 명품치레 이상의 과시의 도구이다. 자식들의 명문대 입학은 자식들의 성공의 시작이자 부모의 명품치레 중 최고의 명품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 성공에 대한 자신들의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식들이 겪는 좌절감이나 분노는 안중에도 없다. 자식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부모들이 짜놓은 성공프로그램에 따라 남보다 앞서가기만을 독촉할 따름이다.
서울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 부모 밑에서 자란 서울 강남의 한 고3 학생은 '엄마와는 할 말이 없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한강에 투신했다.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가 안 되고 내몰리면서 가출이나 자살, 존속살해 등과 같은 극단적 선택까지 하고 있다.
집안에서 ‘악마’와 ‘마녀’의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부모들이 분에 넘치는 욕심과 허영심을 먼저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 자식의 눈높이로 세상을 돌아봐야 한다. 자식의 어린 시절을 지옥으로 만들면서 인생을 집안의 ‘악마’와 ‘마녀’가 되어 살아야 하겠는가?
첫댓글 새마을님 안녕하세요 잠깐들려 흔적을 남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