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음력 유월 관음재일, 언제나처럼 인드라망 가족 몇 분과 함께 운부암으로 갔다.
오후엔 연꽃과 고가가 멋지게 어울린다는 달성 삼가헌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관음재일 예불을 마치고 대일스님의 첫 데뷔 법문이 있겠다고 지난달에 예고가 됐었는데 다음으로 연기됐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무주님이 설거지를 돕는 동안 우리는 원통전 앞에서 배롱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 놀이를 했다.
누가 보면 운부암에 처음 온 사람들인줄 알겠다. ^^*
(사진은 금강지님 카메라에)
운부암 배롱나무는 올해는 꽃을 제법 많이 피워냈다.
심지어 나무 그림자에도 꽃이 폈다.
예불 중 비가 오더니, 배롱꽃 빛깔이 훨씬 선명해졌다.
마법사님, 무주님, 소나타님, 월명심님, 평등심님, 금강지님, 연보리,
그리고 저만치 따로 계신 법성님,
이날 법회에도 인드라망 가족 수가 만만치 않다.
사실은 더 계시다.
요즘 멋진 사진을 많이 올려주시는 승종스님, 그리고 대일스님. ^^*
운부암 얘기는 여기까지다.
오후 이야기가 더 많으니까. ^^*
지현향님, 삼천보살님과 오후 3시에 삼가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운부암 일정을 빨리 마친 덕분에 2시께에 삼가헌에서 만났다.
삼가헌의 첫인상이다.
예쁜 흙돌담이 정갈하고 담아래에 여러 종류의 꽃이 심어져 있다.
담장 너머로 지현향님이 내다보며 반기다 못해 대문 밖으로 마중나온다.
삼가헌의 사랑채이다.
주인은 출타를 하시고, 마당에선 어느 분이 풀을 뽑고 계시다.
사랑채와 본채를 연결하는 곳은 아직 초가지붕이 남아 있다.
본채는 초가문 저 안쪽에 위치하지만, 우리는 왼쪽으로 돌아 하엽정으로 간다.
달성군 문화재 자료에 따르면, '三可軒'이라는 이름은 박팽년의 11대손인 성수가 1769년에 이곳에 초가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삼가헌’이라 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 뒤 그의 아들 광석光錫이 1783년에 이웃 묘골마을에서 이곳으로 분가하였고, 1826년에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었다.
별당채인 하엽정荷葉亭은 광석의 손자인 규현奎鉉이 1874년에 원래 있던 파산서당巴山書堂을 약간 앞으로 옮기고 누마루를 달아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지은 것이다. 또한 안채와 사랑채를 지을 때 흙을 파낸 자리에는 연을 심어 연당으로 가꾸었는데, ’하엽정‘이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 집이 ‘삼가헌’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사랑채에 걸려 있는 기문記文에 적혀 있다. 즉 ‘삼가三可‘란 중용中庸 9장에 나오는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하는데,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 있고, 벼슬과 녹봉을 사양할 수 있고, 날카로운 칼날을 밟을 수 있다‘라는 뜻이다.
며칠 전 다녀오신 지현향님의 사진에서 보곤 꼭 한 번 와보고싶던 삼가헌을 이렇게 금방 만나게 됐다.
대문을 들어서자 연향이 훅~ 끼얹듯이 느껴진다.
조금씩 내렸던 비와 둘러진 담장으로 인해 향이 더 짙었나 보다.
연잎과 꽃잎엔 빗방울이 맺혀 있다.
-하엽정
연과의 대면이 급했던지라 한두 장 담고 있자니, 하엽정에서 부른다.
"연은 어디 도망 안 가지만, 차향은 도망가니 빨리 오라"는 채근이다. ^^*
미리 도착해서 정자 마루를 깨끗이 닦아놓고는, 명품 소풍바구니를 풀어놓은 지현향님.
올라가 보니 이런 풍경이다.
오미자와 블루베리를 섞었다는 차는 오묘한 붉은 빛이었다.
얼음까지 띄워 시원하니, 두어 잔을 청해 마셨다.
이 더운 날 몇 종류의 과일양갱까지 모양을 내어 만들고,
호도과자와 삼천보살님표 삶은 옥수수까지,
멋진 찻자리가 펼쳐졌다.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정자 위로 연향이 훅훅 끼쳐온다.
목도 축였겠다, 제대로 내려다 보니, 이런 풍경이다.
荷葉亭, 이름이 참 제대로이다.
정자를 지을 때부터 연과 국화를 함께 심었다고 한다.
누와 이어진 별채엔 香迎이란 작은 편액이 붙어 있었다.
향기가 기꺼이 드나드는 방이리라.
하엽정은 박씨 가의 별채이지만, 새며느리를 위한 공간이었다고 어디서 읽었다.
이 곳이 낯설 새며느리를 위해 본채와 떨어져 있는 곳에 한적하니 마련해 둔 공간,
사대부가의 배려가 이만했나 싶어 감탄을 넘어 감동이다.
외씨같이 뽀얀 버선발로 향영 문을 열고, 툇마루를 사뿐사뿐 걸어나와
저 누각에 앉거나 서서 연꽃을 바라봤을 그 날의 새아씨를 머릿 속에 그려보는 일도 즐겁다.
연꽃만이 아니라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배롱나무도 몇 그루나 꽃을 피웠다.
그런가 하면 본채며 사랑채 뒤론 대나무가 쭉쭉 뻗어 있어, 푸른 기상을 더한다.
무주님, 이 날은 먹는 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툇마루에 잠시 보이는가 싶더니, 어디서 뭘 담는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
조금 있자니 목정님이 달려오고,
이어 솔향님이 등장하고,
심해님이 붕어싸만코를 가지고 또 오시겠단다.
또 조금 있으니 삼가헌이 어디에 있느냐며, 자스민님의 전화며 문자가 바리바리(?) 들어온다. ^^*
못 가운데엔 작은 섬이 있다.
연에 둘러싸인 그 곳에도 붉은 꽃을 단 배롱 나무 한 그루 보기 좋게 서 있다.
뭣이 저렇게들 좋으실꼬?
아니, 좋지 않을 일이 무엇일꼬.
즐겁자고 온 일이니 맘껏 그 웃음 터뜨려도 좋겠다.
빗방울에 젖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꽃송이들이 햇볕 속에서 기지개를 켠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진다.
전문 찍사들 세 분은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지현향님이 유가사에서 오신 분의 셔터소리를 듣고는,
**셔터소리만 들으면 환장하겠단다. ^^*
드뎌 영화 찍는 시간이다. ^^*
툇마루에 눕고 앉은 두 모녀가, 한가로이 정담 나누는 모습이다.
무릎까지 내어준 엄마 역의 목정님,
부채질까지 솔솔 해 준다.
하엽정 누마루를 깨끗이 정리하고, 연꽃과의 데이트를 한껏 즐기는 우리 님들도
오늘은 송이송이 여름꽃이다.
부디 함께 잘 늙어가야 할텐데....
어디 있는가 했더니, 무주님은 담 밖에 있었다.
아마 본채며 사랑채를 찍으셨나?
꽃보단 삼가헌 자체에 관심이 더 클 수도 있을테지. ^^*
우리가 하엽정을 나올 즈음 자스민님 팀이 도착했다.
두어 시간 놀았던 지라, 인사만 나누고는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가실성당을 향해 떠났다.
빗방울을 뿌리던 날씨가 어느새 푸르게 개어 있다.
좋은 이들과 함께 보낸 삼가헌 하엽정에서의 오후 한 때,
연꽃이 피고, 연향이 흐르고,
붉은 배롱꽃이 있던 곳으로, 매년 여름이면 추억할듯 싶다.
그 날엔 하엽정 마룻바닥의 감촉과 함께, 오미자차의 차가운 맛과 향도 함께 추억할테지.
첫댓글 아래 지현향님이 잘 올려주셨지만, 또 구경해 보세요.
같은 장소 다른 느낌. ^^*
참 많이 더웠지만 더 많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여름 추억 또 하나 생산했습니다. ^^*
정말 감사할따름입니다.
사진을 많이 담아왔지만 추려서 추려서 추억할장면만 올렸습니다.
또 다른 느낌의 사진들과 글이 너무 정감이 있습니다.
그래요... 잘 늙어야겠습니다.^^
지렁이 꿈틀꿈틀 뭔글자여..
러워 할 줄도 알아야겠고요..
..유교야 불교야..
아래 설명글이 있습디더...왼쪽부터.. 예의염치효제충신..이라고..
글을 보면 나름 풀어봅니다..
예가 아니면 보지를 말며
의가 아니면 듣지를 말며
검소하고 청렴하게
잘못한 일은
부모님껜 효도하고
형제자매 돈독하고
나라엔 충성하며..
사람(人)의 말(言)...더하면 信..
말이 헛되거나 비단결이거나 욕하거나 이간질하는 것이면 신의는 사라진다는..
이카고 다닙니더..^^()
三可..여쭤 보았드랬는데....
옮겨주셨네예..고맙습니다..^^()
담장밖에서..
담치기는 못하고요..
담 넘어 오시지 그랬어요. 단체사진에서 혼자만 쏘옥 빠졌네요. 아깝당. ^^*
삼가는 읽긴 했었는데 외고 다니질 못해 죄송합니데이. ^^*
찍는기 더 급해염....^^
월장하고 있었다면
이 장면은 놓쳤을걸요
가서 보니 정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어서온나"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반겨주시는 언냐들 덕에
저는 친정에 온 줄 알았습니다.
모두 누마루에 앉아서 "어서와
그 보다 더 정겨운 반김이 또 있을까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밤에도 단잠을 잤습니다.()
소문도 없이 대문간을 들어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심더.
얼마나 반갑던지요. 일부러 얘기 안하고 온 거 맞지예? ^^*
이게 누구염....
쪽빛 손수건 잘 쓸게염..^^()
네, 일부러 소식 안 전하고 갔어요.
서프라이즈~ㅎㅎㅎ
무주님, 몰카다요.ㅎㅎㅎ
박팽년은 고문으로 옥사를 하자 아들 (박헌.박순.박분.)3형제도 같이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다행이도 박순의 아내가 임신 중이라(아들을 낳음)후손을 볼 수있었 다고하지요
자세히 보면 연지 중앙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보셌나요 옛날 해설사 공부 할때 답사한 기억이나서요
기억이 새롭고요 잘보았습니다 실제보다 후기 글 표현이 더 좋았습니다
예, 연지 가운데 섬에도 배롱나무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다녀가신 곳이군요?
청민님, 해설사셨군요. ^^*
작은 동산..혹시 묘인가요..청민님..^^
무주님, 우리나라에 정원 연못 가운데 묘를 쓰는 풍습이라도 있나요? ^^*
어딜 보니 저 네모난 연못은 우주를 나타낸다고 하더군요. 그럼 가운데 섬은요?
우주의 중심, 수미산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우리 식으로 그렇게 이해하면 될듯요. ^.^
유교식은 어떻게 해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사대부 집안의 정원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연못을 만들고 그 안에 작은 섬을 만들어
안빈락도와 유토피아의 세계를 즐기는 지상낙원을 꿈꾸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은 보길도 세연정이고 사찰에는 순천 선암사 선암매 옆에있는 작지만 인공호수에 작은 섬이있지요
어쩌다 보니 내 신상이 노출되었네요 공직에 있을 때 취미로 틈틈이 공부하였고 지금은 소일 삼아 활용합니다
문화와 유적은 알고 있는 만큼 볼 수있고 보이는 만큼 느낌이 옵니다
청민님 세세한 설명 곁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
영화?
한 편 감상한 느낌입니다
가슴 뿌듯함과 아련한 그리움...().
토지 영화 촬영지라네요...
수향님과도 딱 어울릴 장소네요. ^^* 하엽정은 연꽃 피는 철이 제격인듯요. ^^*
아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멋진 풍경입니다
연꽃소식 보고듣고파 달려왔더니 이런 고운소식~
달려가보고싶은 곳입니다
수향님 말씀처럼 소설 영화속에나 아니 꿈속에서나 봄직한 장면장면들입니다
이 누구신가요? ^^*
정말 오랜만입니다. 연화향님.
이름에서도 연향이 폴폴나는 님께서 오시니, 하엽정 풍경이 더욱 빛이 납니다요. ^.^
아...
고택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연꽃들이네요...
오늘은 연꽃이며 배롱나무의 꽃이며 꽃들이 만발합니다.
여름속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보이는듯 합니다.
구경 잘 했어요~
여름의 정취이지요. 이 맘때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
고가와 연이 이렇게 어우러져 있는 곳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
삼가헌이 대구 달성에 있었네요^^*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 연꽃이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달성 하빈이란 곳입니다.
지현향님 덕분에 좋은 곳 알게 됐습니다.
사진으론 그 분위기를 미처 다 전하질 못한답니다. 향기까지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요. ^^*
아하엽정 마루가 시원해 보입니다,,,^^
나도 저기 앉아 차한잔 마시고 잡네요,,
좋은 발걸음이 였네요,,,
한참 뒤에 주인 내외분이 외출했다 돌아오셨는데, 좀 죄송하더라고요. ^^*
행복은 가까이 내 안에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
모르쇠 고향군인데도 아직 가보질 못했습니다.
틈을 내어서 한번 들리도록하겠습니다.
연보리지기님!!!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달성군이 은근히 크네요? 저는 화원, 가창 쪽만 생각했는데 저쪽 왜관 너머도 달성군이더라고요. ^^*
연꽃 있을 때 한 번 가보세요~
하엽정 말고 본채 쪽이 또 그렇게 멋지다네요.
에고 따라갈걸 ...... 배롱나무꽃과 연꽃 저어기 마루에 앉아보고싶어요 좋은곳 이내요 언제함 가볼수 있을래나?
멀지 않은 곳이니까, 연꽃 필 때 맞춰서 다녀오심 좋지요. ^^* 네비에 삼가헌(달성군 하빈면) 찍어서 가심 돼요. ^.^
유월 관음재일은 눈도 입도 마음까지 호강한 날이었습니다.사진 볼 적마다 눈요기쯤인 아닌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볼랍니다.
추억만들기에 동참하신 울님들 오래도록 행복하시길요.
그리고
이젠 연
더운날 애 자셨습니데이.
ㅎㅎ 연꽃 찍기가 얼마나 힘드는지 몸소 체험하신 겁니까?
그래도 하엽정처럼 이렇게 가까이서 담을 수 있는 건 약과이지요.
진량연지처럼 멀리서 향기만 나눠주고, 곁을 내주지 않는 곳에선 정말 한 송이 담기가 힘이 듭니다요. ^^*
간만에 관음재일 동참하고
이렇게 큰 행복을 덤으로
받음이 부처님의 가피인줄 알겠습니다
그날 만난 모든님들
반갑고도 소중하고
사랑합니다ㅡ♥♥♥
가끔 이런 데이트 합시다요~ ^^*
정말 색다른 즐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