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1. 금요일
아침식탁을 치우고, 바쁜 스케줄이 없는 날엔 대부분 식탁에 신문을 펼쳐놓고 읽게 된다
허리가 약한 나는 소파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 집중하고 싶을 땐 식탁의자를 이용한다
신문을 읽을 때 산으로 향한 문을 열어놓으니 갖가지 소리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갑자기 손뼉을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 시간 즈음이면 늘 들리는 소리지.
건강을 위해 황톳길을 걷다가 쉼터에서 손뼉을 치는 모양인데 그 울림이 제법 크다
좀 있으면 야호야호 소리가 들릴 텐데 하면 영락없이 우렁찬 울림이 집안으로 가감 없이 들어온다
저 낮은 뒷산도 정상이 있긴 하지 하며 웃는다
새소리가 늘 요란한데 요즘 뻐꾸기 소리가 자주 들린다
짝을 찾는 소리인가?
'에구 저 뻐꾸기녀석, 또 누군가 다른 새의 집에 몰래 알을 낳아놓고 도망가겠구나'
언젠가 뻐꾸기에 관한 다큐가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있다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것도 얄밉지만
맨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본능적으로 다른 새의 알을 어깨로 밀어 떨어뜨리는 광경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가 둥지에 있는 다른 알들을 밀어내는 모습이라니
둥지를 떠나서도 한동안 먹이를 받아먹는데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이 새는 도대체 뭐지?
정작 자신의 새끼는 모두 이 뻐꾸기가 없애버렸는데 말이다
그래서 새머리라고 했나?
오늘은 아파트내의 방송이 두 가지나 이어진다
단지 내의 수목 소독을 한다며 5층 이하에선 베란다 문을 닫으란다
우스운 멘트는 장독 뚜껑을 닫으라는 말이다
곧이어 엘리베이터 점검일이라는 안내멘트
AI의 목소리로 바꾸니 인간미가 없어 보이고 띄어 읽기에 감정이 실리지 않아 좀 우스꽝스럽게 들릴 때가 있다
지금은 내가 틀어놓은 FM방송에서 이 모든 소리들을 다 흡수해버렸다
이 시간의 여유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