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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빛도 없다...동굴에 갇힌 남녀 15인, 40일간 벌어진 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15성인 표류기 ‘딥 타임’… 인간 적응력 놀라워
시계 없이 자율 생활… 32시간이 평균 1일
미래 인류 생체 실험… 협력으로 모든 문제 해결
탐험 욕구, 경외감은 극한 환경 버티는 심리 요소
사람마다 시간 리듬 달라… 40일이면 안정돼
'시계와 햇빛이 없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적응해 갈까'를 실험한 40일 동굴 프로젝트 '딥 타임'.
철커덕… 동굴 입구에서 녹슨 철문이 닫혔다. 문을 사슬로 묶은 후 자물쇠로 단번에 잠갔다. 직접 문을 잠금으로써 15명의 남녀는 동굴에 갇히게 되었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시간도 알 수 없으며 외부와는 일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참가자는 29~49세까지 총 15명(남자 8명 여자 7명)으로 그들은 서로를 ‘딥 타이머’라고 불렀다. 코로나로 온 인류가 억류된 2021년 봄, 동굴에 자발적으로 갇혀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딥 타임(Deep Time)’ 프로젝트.
그들은 습도 100%, 섭씨 10도의 동굴에서 40일간 생활하며 시계는 가져가지 않았다. 규칙은 간단했다. 1 자신의 생체 리듬에 따라 생활한다. 2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사람을 억지로 깨워서는 안 된다. 3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적응 전문가 크리스티앙 클로는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됐을 때, 프랑스 사람 중 최대 70%가 시간 개념을 잃어버린 것 같은 불안을 호소한다는 조사’를 접하고 이 ‘15성인 동굴 표류기’를 기획했다.
‘시간도 햇빛도 없는 낯선 곳에서 인간 공동체의 생체 리듬은 과연 어떻게 될까? 무질서와 질서, 자유와 규칙, 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충돌하며 나아갈까?’
이상 기후와 팬데믹 등 격변의 흐름 속에, 이 ‘딥 타임’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초기 인류 혹은 미래 인류를 살아 본 사람들은 시간과 빵, 일과 여가, 개인과 공동체에 관해 희망의 증거를 갖고 돌아왔다. 그들이 겪은 모습은 디스토피아보다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극한 환경에서 열다섯 친구의 모험을 기록한 크리스티앙 클로의 책 ‘딥 타임’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나 쥘 베른의 ‘15 소년 표류기’만큼 터프하진 않지만, 시간과 인간과 동굴의 텐션은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16살에 모험을 시작한 클로는 네팔, 르완다, 미얀마 등 전 세계를 돌며 한계 상황에 처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2014년 인간 적응력 연구소를 설립했다. 뇌과학, 생태학, 인지심리학 등과 연계해 적응 메커니즘을 추출해서 인간 적응 관련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크리스티앙 클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2021년 3월 14일. 현재 시각은 정확히 저녁 8시. 딥 타임이 공식적으로시작된다. 정확히 40일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난다."
클로는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14인의 딥 타이머들과 프랑스 남부 롱브리브 동굴에서 총 40일을 보냈다.
-철커덕 자물쇠가 채워질 때 어떤 기분이었나?
“정말로 동굴에 갇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꿈꾸던 일이 이루어져서 감정이 복받쳤다. 중요한 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태양 빛은 없지만 희미한 조명과 사람이 있는 공간은 마치 거대한 지하세계를 연상시켰다. 그 무드가 초기 인류의 모습인 듯도 했고, 디스토피아 이후에 살아남은 미래 인류 듯도 했다. 다들 어떻게 느꼈나? 어떤 이에겐 너무 쾌적하고 어떤 이에겐 끔찍했을 텐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층이 많고 매우 큰 동굴을 선택했다. 롱브리브는 폐쇄 공포증이 있거나 어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조차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큰 동굴이다. 생활 공간에는 불을 켤 수 있는 커다란 구형 전등이 있었고, 나머지 동굴은 우리가 쓴 헬멧의 전등으로 빛을 비춰볼 수 있었다.
사실은 모든 딥 타이머가 롱브리브 동굴을 긍정적으로 느꼈다. 무척 아름다운 동굴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초기 인류가 된 기분이었다. 지구의 기온이 너무 높아져 달이나 다른 행성에서 살아야 할 상황이 된다면 동굴은 좋은 보호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을 대비해 동굴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 적응력 전문가 크리스티앙 클로(Christian Clot). 그는 '딥 타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총 지휘했으며, 과정을 책으로 집필했다.
-동굴에 갇혀 지낸 사례와 실험은 종종 있지 않았나? ‘딥 타임’ 실험은 무엇이 다른가?
“1990년 우물 안에서 100일간 홀로 있는 실험을 하고, 14개월 후 자살한 베로니크 르 귀앙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1965년 7명의 여성이 라카브 동굴에서 15일간 머무른 일은 어떤 과학적 사실보다 평등이라는 개념을 훌륭하게 증명했다. 2010년 칠레 광산에서 33인의 광부들이 갇힌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딥 타임처럼 자연환경에서 여자와 남자가 뒤섞여 시간 개념을 초월해 머무는 사례는 없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혹독하게 느껴졌나?
“동굴은 추울 뿐 아니라 습도가 100%로 계속 유지된다. 운동화가 썩어가고, 우리 몸과 장비는 곰팡이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40일 동안 전기와 물은 어떻게 해결했나?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전기 배터리를 충전했다. 딥 타이머들이 교대로 자전거를 돌렸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심장과 폐 기능을 높일 수 있었다. 물은 45m 지하 암반수를 길어다 먹었다.”
딥 타이머들은 페달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했다.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
“적응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인간은 웬만하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버틴다. 적응을 위해 필요한 정신 능력은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일’ ‘이전에는’ 같은 가정은 의미가 없다. 설령 원하던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미래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싸워야 할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정도로 흥미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3대 요소는 생물학적 욕구(숨쉬기, 마시기, 먹기, 쉬기)와 중력 시스템, 그리고 시간이라고 했다. 생물학적 욕구는 이해가 가지만, 중력 시스템과 시간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일단 물리적으로 중력이 있어야 상황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혈액 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시간! 모든 사회 조직과 기능은 시간표와 연결되어 있다. 약속을 하고 특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함께 일하고 등등. 우리는 무조건 시계를 보고 움직인다.
충분한 잠을 잤는지, 일할 시간인지, 잘 시간인지… 우리는 시계 없는 삶을 배운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하루는 24시간이라는 원칙은 사회적으로 발명된 것이지만, 이 규칙이 사라지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 만약 우리의 생활 리듬의 기준이 되는 태양이 사라진다면, 방향감각조차 사라질 것이다.”
동굴 안에서 태양 역할을 하는 에어스타 조명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밝은 조명 아래 간식을 먹고 있으면 모험이 아니라 캠핑 온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조명은 생존과 과학 실험을 위해 필요했다. 열띤 토론 후 세 사람 이상이 모일 때만 조명을 켤 수 있도록 했다.
-시간 감각을 잊기 위해 혹은 시간 감각을 리셋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시간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없앴다. 외부로부터의 접근, 태양 빛이나 달빛, 시계. 연구실의 컴퓨터나 카메라에서도 시계를 모조리 없앴다. 그리고 서로 잠을 깨우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사람은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도록 했다. 동굴에 들어가는 순간, 바깥의 시간을 알 방법은 모두 차단했다.”
-최근에 나는 ‘달리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를 인터뷰했다. 그는 ‘벌처럼 꽃에도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가 내부에 장착되어 있고, 이러한 모든 동식물의 시간 감각이 생명현상을 지휘한다’고 했다. 체온과 신체 에너지, 속도, 수명의 상관관계는 흥미로웠다. 당신과 딥 타이머들은 동굴 속에서 어떤 새로운 시간과 에너지를 경험했나?
“생체 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동식물의 몸에 새겨진 생체 시계는 태양 주기, 지구의 자전 등 우리의 삶을 조절하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태양 빛이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그룹으로 실험하면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진다.
인간의 체온은 원래 잠자리에 들 때 낮아지고 깨어나기 전에 올라가는 방향으로 조절된다. 호르몬도 하루의 리듬에 따라 다소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동굴의 딥 타이머들은 이러한 생체 시계의 흐름이 모두 흐트러졌다.
우리의 생물학적 리듬은 더 이상 이러한 안정 기능과 일치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며칠 동안 체온이 높았고 각자의 리듬은 사이클마다 불규칙했다. 그러다가 함께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자, ‘사회 시계’가 협력의 기능으로 우리 생체 시계를 관장하게 됐다.
인간 시계는 해시계만큼이나 아름답고 강력했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함께하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다.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즐거움과 오락은 적응 메커니즘에 중요한 요소였다.
-동굴 안에서의 일상은 어떠했나?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체 리듬을 기준으로 각자 잠들고 깨어났다. 사이클이 하루를 세는 단위였다. 어둠 속에서 밧줄과 헤드랜턴에 의지해 스스로 해나가고 적응해 나갔다. 자신에게 편안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각자 가져온 책을 모아 미니도서관을 만들고 주방용품을 정리했다.
동굴 안에 있으면 언제 해가 뜨고 지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굴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푸른 텃밭이 생기면, 동굴에도 봄이 찾아올 테니까.”
-어떤 방식으로 통제와 안정의 욕구를 해소했나? 어둠과 무질서는 점차 빛과 질서의 세계로 바뀌어 갔나?
“우리는 여가를 만들어서 낯선 행성 같은 이곳을 구석구석 탐험했다. 발견의 기쁨, 탐험의 욕구는 숨 쉬고 먹는 욕구만큼이나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욕구다. 어린 아기도 끝없이 탐험하며 성장한다.
두뇌와 유전자에 각인된 이런 욕구 덕에 인간은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롱브리브 동굴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암석과 신비한 무늬가 가득했다.”
탐험 중인 딥 타이머.
-할 일을 부여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여가를 찾고 질서를 만들어가는 모습에 포만감이 일었다. 각 단계는 애초에 예상한 것이었나? 아니면 그때그때 반응해서 설계했나?
“거의 20년의 적응력 연구 결과 나는 딥 타이머가 3단계(1 발견 2 무관심과 무기력 3 미래의 욕망을 향한 투영과 함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기)를 거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활발한 활동 기간과 매우 느슨한 활동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계에 따라 조직할 수 있는 게임과 할 일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힘든 변화에 직면할 때 반드시 인간의 실제 리듬을 고려해야 한다. 결과는 매우 좋았고, 다툼도 거의 없었다.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귀를 기울였고 서로 해결책을 제안했다. 근사한 과정이었다.”
-어떤 유형의 기질과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이 딥 타임 환경에 가장 적합했나?
“수용적인 사람들은 내면의 갈등이 심하지 않아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데 빠르게 정신적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이런 기질의 사람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촉을 세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며, 해결책을 찾는다.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다.”
40일 이내에 뇌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기억력과 감각 및 운동 시스템에 관여하는 특정 영역의 세포 구조를 8% 변화시켰다.
-헤드랜턴, 밧줄, 전자기기, 맛있는 식량, 악기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도구나 장비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고립되어 있었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도움이 됐다. 그 중 특히 전등이 가장 중요했다. 인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살 수 없다. 빛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 물도 빛이 있어야 찾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맛있는 음식과 탐험을 돕는 밧줄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매우 중요한 장비다. 누군가 악기를 가져와서 에밀리와 아르노의 서른 번째 생일도 축하할 수 있었다. 즐거움과 오락은 적응 메커니즘에서 꼭 필요하다.”
-지상팀의 시간 감각 또한 동시에 기록되고 있어서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메타적인 뷰를 갖게 됐다. 안과 밖의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인식했나?
“동굴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지상팀의 숙소 이름은 ‘태양은 가득히’였다. 동굴에 잠시 머물다 돌아간 지상팀원 멜뤼진은 따뜻한 물과 빛이 피부에 닿자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지상팀과 내부 팀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두 팀은 서로 생각이 매우 달랐다.
우리는 겨우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마치 동굴의 안과 밖이 지구에서 달까지 35만 6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닫힌 동굴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15인의 따뜻한 모험기 '딥 타임'. 짜릿한 탐험과 인문학적 성찰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에밀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팀원들을 한 번씩 꼭 안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간 햇빛을 충전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로 그랬다! 그 행동은 친밀감, 안정감, 연대감을 느끼게 했다. 서로가 서로의 태양이라는 작동 방식을 만들어 냈다. 에밀리 자신에게도 그 행동 루틴은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서로가 잘 되기를 바랐기에 모두 그것을 받아들였다.
단순히 동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우리는 충전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곡을 연주하거나 소규모 그룹으로 탐험을 했다.”
아름다운 롱브리브 동굴.
-적응력 메커니즘을 연구할 때, 중요한 키워드가 경외심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영어로 말하면 ‘wonder’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투사가 필요하다. 존재하며 충분히 ‘흥미롭다’고 생각하면 그곳에서 적응하려 한다. 하지만 데이터나 정보를 봤을 때 암흑, 파괴, 고통의 세계로 투영된다면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심지어 상황이 매우 힘들 때도 그렇다.”
-40일이라는 시간 또한 성경의 기록을 비롯해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더라. 처음부터 40일로 정한 이유가 있나?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이해와 안정을 거친 후 적응과 실천 단계가 되는데, 시간생물학은 35일을 정설로 본다. 오랫동안 익숙한 A 상태에서 새로운 B 상태로 잘 적응하기까지 인지적 생리적으로 필요한 기간이다.
그러나 고대 텍스트를 보면 인류사에서 40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 성경에서 노아의 40일 홍수, 예수의 40일 광야, 코란의 동굴 에피소드, 부처의 악에 대항하는 투쟁 등이 40일의 시간으로 묘사된다. 우리 팀이 동굴 속에서 적응하려면 40일의 시간이 상징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동굴 생활 내내 변화하는 신체 데이터를 수집했다.
-초기에 뇌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동을 했고, 그 피로로 팀원들은 얼마간 아침을 누구와 먹었는지, 무엇을 하는 중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런 무기력에 어떻게 대응했나?
“사실 우리는 의욕이 없고 멍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단기 기억력이 감소하고 활동 의욕이 적어졌으나 크게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다.
느끼지 못하면 이 상태에서는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경이로움을 향해 가거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끼게 해줄 ‘트리거’가 필요했다.”
그 결정적인 트리거는 정전이었다. 정전을 겪은 후 모든 것이 재정비됐다.
“정전 이후, 의미 있는 작업을 맡기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3D 동굴 지도 제작팀과 동굴 벽 글자 수집팀, 과학팀, 청소 작업까지… 딥 타이머 전원이 동굴에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청소 작업으로 찾아낸 7킬로그램의 쓰레기와 우리 쓰레기를 합치니 여기도 인간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무슨 일에 열정을 보였나?
“열렬한 호응을 받은 일은 동굴에 거주하는 동식물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물물교환 시스템도 흥미로웠다. “나 대신 화장실 관리해주면 비스킷 5개 줄게.” 언젠가 금융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면 물물교환이 월스트리트를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알렉시, 아르노 다미엥, 에밀리, 프랑수와, 제롬, 요안, 코라, 마고, 카롤링, 마리나, 마르탱, 니콜티펜… 14인의 동료가 40일 동안 ‘사회 시계’가 되어주었다.
-동굴을 나올 때 다들 “아직 아니야!” “나가고 싶지 않아!”라며 흥분과 슬픔을 표현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대체 어떤 감정이었나?
“일단 동굴 안과 밖은 생각보다 시차가 컸다. 8일부터 14일까지, 평균적으로는 10일의 시차였다. 두 명의 딥 타이머를 제외하고는 다들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동굴 안에서 놀라운 자유를 느끼며 적응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동굴 속 생활을 즐겼다.
시간의 강요 없이 자신의 리듬을 따르는 삶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리듬이 다르다. 이를 인정하고 따르면 잠을 더 잘 자고 압박감을 덜 받게 된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각자의 속도로 할 수 있다. 동굴을 나가는 것은 시간적 명령과 의무가 존재하는 세계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흥분됐다.”
-딥 타이머들은 동굴을 나온 후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나?
“15명 중 13명은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팀원 중 5명은 직업이나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알다시피 완벽한 기적은 없다. 각 가속은 인지 에너지든, 전기 에너지든, 열에너지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굴을 나온 딥 타이머들은 가속을 지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굴의 숨소리와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에 집중했던 그 순간처럼, 때론 느긋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딥 타임’ 실험 후 당신은 스마트폰 중독을 끊었나?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성찰이 생겼다. 알림을 삭제하고, 알람을 사용하지 않으며, 메시지에 즉각 응답하지 않는 등 시간에 쫓기지 않고 서두르지 않아야 삶이 더 나아진다는 사실을 동굴에서 배웠다. 예전에는 내가 잠을 충분히 잔 것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동굴 속의 캠핑 등 여러 앵글로 이 실험을 현실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좋은 생각이다. 이런 식의 체험은 엘리트 운동선수, 우주 비행사, 군인을 상대로 실시될 때가 많지만, 변화 속에 강한 적응력을 요구받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절실하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는 24시간을 평균으로 하는 지구의 자전에서 벗어났다. 팀의 평균 사이클은 32시간에 가까웠다. 딥 타이머들은 서로의 생체 시간이 비슷해지는 경험을 했다.”
15인의 딥 타이머. 탐험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담담한 편이다. 끈끈하면서도 서로의 경계를 존중한다.
-동굴 실험으로 우리가 새롭게 얻게 된 심리학, 생리학, 인류학 관점에서의 과학적인 팩트는 무엇인가?
“지금도 그 결과를 분석 중이다. 첫째, 우리는 인간이 분리된 개인보다 집단으로서 영향을 많이 받는 사회적 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것은 윤리학적, 사회적, 행동적 자료로 매우 명확한 참고 자료가 된다.
둘째, 24시간처럼 강제적인 리듬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누구도 동굴에서 같은 사이클을 겪지 않았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수면시간 대 기상 시간의 비율이었다. 만약 충분히 규칙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면 48시간 이상 깨어있어도 크게 피로를 느낄 일이 없다.
또한 40일 이내에 뇌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기억력과 감각 및 운동 시스템에 관여하는 특정 영역의 세포 구조를 8% 변화시켰다. 짧은 시간 나타난 매우 큰 변화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핵심은 인간은 매우 적응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적응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발견으로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나?
“기후 위기와 관련해 많은 것을 적용할 수 있다. 변화를 능동적으로 밀어붙이고,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대처하고, 더 나은 기술과 절제로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시간이 사라져도 인간은 함께 새로운 질서를 찾는다'는 '딥 타임' 프로젝트의 희망적인 결과는 BBC, 가디언 등에 보도되며 화제를 모았다.
-마지막으로 ‘빛도 시간도 없는 40일’을 보낸 후 태양 빛을 보았을 때의 경이를 나눠달라.
“나를 비롯해서 모두 ‘우리만의 세상’을 떠나는 것이 슬펐다. 그러나 시간이 되어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날씨가 아주 좋았다. 피부, 얼굴에서 따스한 햇살이 느껴졌다. 그 순간 우리는 그림자에서 빛으로 바뀌었다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배 속에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탄생의 신비랄까. 빛, 열, 식물, 동물, 냄새, 소리로 돌아가는 것. 세상은 매우 멋지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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