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초와 다른 꽃들이 있는 꽃병
1886년 여름, 캔버스에 유채
친애하는 레벤스에게...
앤트워프에 있을 때는 인상파 화가 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도 몰랐는데, 파리에 와서 직접 만나 보니 아직 그 일원이 되진 않았지만 그들의 그림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네. 특히 드가의 누드화와 모네의 풍경화가 마음에 드네.
내가 하고 있는 작업 이야기를 하자면, 모델에게 지불할 돈이 없어서 인물화는 완전히 포기했네. 그 대신 유화로 채색하는 연습을 위해 빨간 양귀비꽃, 파란 수레국화와 물망초, 하얀 장미와 분홍 장미, 노란 국화 등 꽃 그림을 그리고 있네. 파란색과 오렌지색, 빨강과 초록, 노랑과 보라의 대립을 추구하기 위해서지. 회색빛 조화를 피하고 강렬한 대립을 조화롭게 다루기 위해 강렬한 색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네.
이런 훈련을 마치고 최근에는 두 점의 두상 습작을 그렸는데 빛과 색에서 전에 그린 것보다 훨씬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있네. 예전에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색에서 생명을 추구해야 한다고, 진정한 데생은 색과 함께 틀이 만들어진다고 말일세.
풍경화도 열두 점 그렸는데 순전히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그렸네. 나는 이런 식으로 그림의 생명을 얻고 진보하려고 분투하고 있네.
봄이 되면, 2월이나 어쩌면 더 빨리, 나는 푸른 톤과 화려한 색채의 땅 남프랑스로 가게 될 것 같네. 자네도 나와 같은 것을 추구해 온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우리가 함께하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네.
그곳에 있을 당시 자네가 철저한 색채주의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네. 내가 인상파 화가들을 만나 보니 자네의 색채와 내 색채가 모두 그들의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네. 하지만 우리가 동료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네.
1887년 8월
첫댓글 나는 유화로
채색하는 연습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