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짐승들/박연준-
화곡동 살 때
기이한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적이 있다
이 새벽, 장화 홍련이라도 환생한 것일까
창밖을 보니 검은 소복을 입은 여섯 명의 여자들이
집 앞에 서서 울고 있었다
얼굴에 싹이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까마귀 떼처럼 곡하던 여자들은
한참을 울더니, 발 없는 유령인 듯 흘러갔다
죽은 걸까 누가,
죽음은 왜 자꾸 내 앞에 와 엎드리는가
창을 닫는데 손등 위로 검은 깃털이 돋아났다
얼굴과 가슴, 등 뒤와 허벅다리까지
깃털로 뒤덮였다. 어깨뼈와 고관절이 가까워지고
팔이 물결처럼 펄럭였다
천장이 높아지고 벽이 멀어졌다
나는 일곱 번째 까마귀가 되었다
어떻게 알고 온 걸까,
검은 짐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