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의 건선생활기 & 치료일지.(13호)
안녕하세요.
어느덧 계절은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의 어깨에 와 닿는 봄입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건선을 몸에 달고 산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계절은 바뀌고, 계절의 변화가 우리의 감정과 감성을 자극하는 정도는 한해 두해 지나가며 시간이 흐를수록 다정다감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 눔의 건선은 전혀 변화가 없이 21년이나 내 몸에 붙어사는지 지긋지긋합니다. 지금은 뭐 내 살덩이려니 하고 의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선 그간에 개인적인 것은 지나쳐두고, 홈페이지도 만들었고, 그 뭐시기냐!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사이버상에서 얼굴도 모르시는 분들과 교감을 나누다가 실제로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참여와 호응이 있었고, 우선 모였다는 자체에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총 14명의 환우들이 참석하셨고, 여자와 남자의 비율은 1대1, 그 뭐 미팅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아니 처음 보는분들치고 너무나 정겹움이 가득한 그런 자리였습니다. 다시 한번 참석해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여러분 모두들과의 생각을 같이 나누고 정보의 공유와 교류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가 있어야겠지요. 물론 모임도 정기적으로 진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공간들이 환우 여러분들과 저에게 희망과 용기, 신선한 삶의 자극으로 다가와 건선 환자여도 떳떳이 사회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 의료진들의 건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건선환자들을 대하는 모습들의 변화가 동반된다면 더할나위 없는 좋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단정한 건선에 대한 단상은 '건선환우들에게 있어서 건선은 더 이상 치부가 될 수 없는 존재이고, 인종과 성, 사랑은 떠나서 떳떳하게 누려야 할 인감됨에 한치의 허점과 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도 저를 돌아볼 때 불안함과 부그러움, 당당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생하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전에 바람님이라고 하신 분의 글을 비장하게 읽었습니다. 저 또한 20대 중반에 그런 경험이 있고, 지금은 저의 껍데기 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람님!! 힘내세요.
이제 이야기는 제의 군면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20대 초반의 신체 건강한 남자들이라면 한번은 생각하고 넘어가야할 신성한 의무, 병역. 그러나 건선 환자에게 있어선 너무 가혹하고 견딜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도 하고, 군 복무기간중 발병한 분들에게는 원망과 시련의 시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건선으로 인하여 90년 11월 제2국민역(5급)으로 군 면제를 받았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은 지방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관계로 평일 밤차를 타고, 신검장소로 내려갔습니다. 도착하니 새벽 4시, 딱히 갈곳이 여의치 않아 역전 주변에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사창가 호객)와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신검을 받으로 내려왔다고 하니. 자신도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이 하나있는데, 이 놈이 성인이 되어서 돈 벌러 목공소에 취직했다가 그만 손가락을 짤리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시는 말씀이 자식 새끼가 군대에 가도 걱정이지만, 면제가 되어서 가지 못해도 걱정은 매 한가지라는 말씀을 뒤로 한채 받은 신검은 면제였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면제되어서 무지 걱정하고, 건선을 가지고 살아가게 만들었다고 자책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다는 생각과 아줌마의 말씀이 떠 오르더군요. "군에 가도 걱정, 안가도 걱정" 그 말이 틀린말이 아니더군요..허허. 이젠 기억도 아련하지만 아직도 옷 갈아입으려, 윗도리를 벗고 있노라면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군에 가거나 가신분들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회피하지 말고, 현실에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주절주절 많이도 쓴 것 같습니다.
요즘 제 몸 상태는 지난 겨울이후 자외선 치료에서 95% 이상 회복되어 많은 기대와 설레이으로 들떠있던 기분과는 달리 그전의 40% 정도 몸에 뿌려져 있는 정도입니다. 제가 다니던 병원에 담당하시던 의사선생님이 2번이나 바뀌어서 이제 3번째 의사 선생님과 제 건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막 혼동이 옵니다. 전 저를 평생 이끌어 줄 그런 의사선생님이 필요하고, 여러분들도 장기간의 긴 안목으로 내다볼 수 있는 그런 의사 선생님이 필요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자외선 치료를 어제부터 시작했습다. 강도와 치료 메뉴얼을 보시며 처방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에게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낍니다. 강도는 처음으로 되돌아 온 느낌입니다. 많은 치료의 도전과 약들의 경험은 없지만, 제 마음속 깊게는 건선은 떨처버릴 수 없는 존재이고, 그것과 같이 더불어 살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궁싯거리고 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렸습니다. 정말 죄송하고요... 건선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틈틈히 올리겠습니다.
아참!! 광고하나 하겠습니다.
지금 건선 홈페이지에 가시면 공간이 많이 비워져 있습니다.
이 공간을 비워놓은 이유는 여러분들이 채워나가실 공간이기에 비워 놓았습니다. 모두가 좋은 정보와 많은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그런 홈페이지 공간을 만들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김성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