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심을 높이려면 볏짚환원이 꼭 필요하지만 국산 조사료 확보의 중요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볏짚환원 문제는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축산농가들은 고품질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양질의 퇴비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해마다 2~3월께 경종농가들과 사전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올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볏짚환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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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심 높여 토양 개선에 큰 도움 2년에 한번은 논에 되돌려줘야
●김석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자원연구실장
가을ㆍ겨울철 농촌 들녘에서는 일명 ‘공룡알’로 불리는 하얀 비닐에 싸인 볏짚사일리지 곤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볏짚을 논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유기물 함량이 줄면서 토양의 물리성이 악화되고 땅심이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벼의 뿌리 발육이 저해되고, 도열병ㆍ깨씨무늬병 등 병해충 발생이 증가해 수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도 있다.
논 1㏊(3000평)에서 나오는 볏짚을 되돌려주면 유기물 174㎏, 요소 9.3㎏, 용과린 28.5㎏, 염화칼리 34㎏, 규산 252㎏ 등을 투입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중금속 성분이 작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준다. 2015년 농촌진흥청 농업환경자원 변동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약 28%에서 토양 유기물 함량이 추천 기준(2.5∼3%)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 연구결과, 토양유기물 함량이 증가하면 뿌리를 잘 내려 벼 생산성은 5∼20%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양의 유기물을 먹고사는 미생물의 종류와 분포도 다양하게 변했다. 무엇보다 볏짚을 넣어 준 곳에서는 유효미생물인 고온성 바실러스의 수가 증가하는 등 토양환경이 크게 개선됐으며, 그 효과를 화학성 지수로 나타내면 73점으로 비교적 높게 유지됐다.
농가에서는 볏짚을 가축사료로 판매하면 10a(300평)당 3만~5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논에 투입해서 얻게 되는 비료 대체 효과는 16만원으로 훨씬 크다.
볏짚투입은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할 때 10a당 약 600㎏을 절단한 뒤 15㎝ 이상 깊게 갈아엎는 것이 농작업의 편리성을 증진시키고 토양의 완충기능을 높이는 비결이다. 처음 투입한 해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매년 투입하면 생산량이 늘고 토양 유기물 함량도 증가돼 땅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토양 유기물을 1% 올리려면 17년 정도 소요되므로 해마다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논에서는 매년 유기물이 소모되므로 이것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소모되는 만큼의 유기물을 보충해줘야 한다. 볏짚은 2년에 90% 정도가 분해되므로 지속적으로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에 1회 정도는 볏짚을 돌려주는 것이 좋다.
만일 볏짚을 조사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벼 재배농가와 축산농가가 협업해 가축분뇨를 퇴비화해서 논에 다시 되돌려주고, 규산질 등을 추가로 투입해야만 논의 비옥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농진청에서는 논에 볏짚환원을 확대하기 위해 시범사업단지에는 볏짚투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농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볏짚을 투입하는 농가에게 1㏊당 일정금의 보조금을 주며 볏짚환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지원면적은 전북 2만㏊, 충남 4000㏊, 충북 3000㏊ 등에 달한다. 지자체 대표 브랜드 및 미곡종합처리장(RPC) 계약재배 단지에서도 2∼3년 주기로 볏짚을 환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유기농업협회 등에서도 20년 전부터 볏짚 되돌려주기 운동을 실시해 25%의 수량증가와 병 저항성 증대로 효과를 얻고 있다. 일본의 경우 농민들은 반드시 볏짚을 논에 돌려주어야 유기농인증, 직불제, 정부의 비료 보조금 등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볏짚은 원래 태어난 논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이 있으며, 그곳에서 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볏짚을 토양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다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민간 차원의 ‘볏짚 되돌려주기 운동’과 정부 차원의 ‘볏짚 되돌려주기 정책’이 함께 추진될 때 보다 효율적으로 논의 유기물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우 고급육 생산 필수 조사료 자급률 높여 수입대체 효과 커
●권찬호 경북대학교 생태환경대학 축산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한우는 볏짚을 먹고 볏짚 위에 누워서 살아왔다. 1970년대에는 볏단을 수거해 탈곡한 후 볏짚은 소가 먹고 밟아서 퇴비가 되면 논밭에 뿌렸다. 그런데 콤바인이 보급된 후로는 논에서 탈곡이 이루어지므로, 볏짚은 전량 논에 남게 됐다. 문제는 이를 베일러로 수거해 조사료로 활용하게 되었는데 과도한 수거로 인해 논에 유기물 함량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학술적으로 볼 때 벼를 생산하는 논의 토양관리, 무엇보다 유기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볏짚은 매우 중요한 조사료 자원이다. 비록 볏짚은 영양적으로는 하등급인 저질 조사료로 분류되지만 한우의 고급육생산을 위한 사육과정에 꼭 필요한 사료자원이기도 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사료 소요량은 523만t이고 이중 448만t을 국산으로 자급하고 있는데, 국산 조사료의 약 50%인 223만t이 볏짚이다.
쌀이 우리 민족의 주식이고 농민의 주 소득원이듯이, 한우는 국민이 소비하는 육류 중 사료 자급률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축산농가의 주 소득원이다. 볏짚을 사료로 활용하는 것은 경종농가 입장에서는 소득원이고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사료자원이다. 볏짚을 논의 유기물로 환원할 것인지, 사료자원으로 활용한 후 축산분뇨 형태로 순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농가 스스로 선택할 몫이다. 쌀이 부족해 쌀값이 상승하면 경종농가는 지력향상을 위해 볏짚의 환원 또는 축산분뇨의 순환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볏짚수거 100만t을 줄이면 저질 조사료 100만t을 수입해야 하고 어림잡아 3000억원이나 되는 외화를 낭비하게 된다. 또 한우에게 조사료로 먹인 뒤 소화과정을 거쳐 얻게 되는 유기물은 마른 상태에서 그대로 논에 투입되는 볏짚보다 훨씬 양질의 퇴비로 바뀌어 토양 속으로 환원된다. 만약 100만t의 볏짚이 수입된다면 수분 함량이 75%인 퇴비 150만t이 추가 발생하며 퇴비판매 및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악화 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행정가들은 경종농가의 볏짚판매소득을 축산농가가 생산한 퇴비 활용대책으로 연결시켜 국내 부존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진정한 순환농업의 고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동ㆍ하계 사료작물 재배면적의 적극적인 확대는 경종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볏짚의 수거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논 면적의 70%는 동계 사료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다. 동계 사료작물 재배가 가능한 논의 70%만 활용해도 논 총면적의 절반수준인 40만㏊에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40만㏊에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할 경우 겨울철 임차료 수입은 최소 2000억원이 될 것이다.
또 동계 사료작물 재배단지를 만들어 벼 품종을 조ㆍ중생종으로 전환하면 쌀 생산량은 약 15% 감소하지만 조사료 생산량은 2배로 늘어 임차료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조사료 자급률은 100%가 되고 조사료 수입대체로 약 6000억원의 외화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논 면적을 줄이지 않고도 쌀 생산량을 조절하고, 양질의 조사료 생산으로 볏짚수거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또 경종농가의 소득은 높이고, 자급 조사료 생산으로 이산화탄소(CO2)를 감축할 수도 있다. 사료 자급률 향상으로 축산농가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며, 축산분뇨의 경지 순환을 촉진하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논농업과 축산업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전문가ㆍ농민, 그리고 행정가가 힘을 합쳐 농가 전체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부가 국내에서 순환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때다.